채무조정 대상자 92%가 노동 중…일해도 빚 못 갚는 '악순환'의 실체
채무조정 대상자의 92%가 노동 중임에도 빚을 갚지 못하는 구조적 원인을 분석했다. 연령별로 청년은 고위험 투자, 중장년은 생계형 하향 이동, 고령층은 자산 소진이라는 서로 다른 채무 패턴을 보였다.
채무조정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상자 10명 중 9명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음에도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확인됐다. 단순히 채무를 상환할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불안정한 고용 상태와 생계 부담이 맞물려 소득이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feat.고용24)이 전한 이 분석에는 금융취약계층 30명의 노동 경험과 삶을 심층 면담한 결과가 담겨 있다. 2023년 신용회복위원회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채무조정 대상자의 약 92%가 일을 하고 있었다. 이들 중 절반가량은 일용직이었으며, 무직 비중은 10% 미만에 불과했다. 이는 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라, 노동을 통해 얻는 소득만으로는 채무를 상환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음을 시사한다.
연령·직업별로 갈린 채무 양상…청년은 '고위험 투자', 고령층은 '자산 소진'
채무 문제는 연령대와 직업 형태에 따라 각기 다른 양상을 보였다. 청년층은 직업 변동이 잦고 플랫폼 노동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다. 가족 부양 부담이 적은 특성상 코인이나 주식 같은 고위험 투자로 인해 채무가 발생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반면 중장년층은 안정적인 임금 근로를 하다 비자발적으로 일자리에서 밀려난 뒤, 생계형 자영업이나 고강도 플랫폼 노동으로 하향 이동하는 패턴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가족 부양 부담이 겹치며 불면증이나 대상포진 같은 신체적 증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고령층은 퇴직금이나 연금을 빚 갚는 데 사용하는 '노후 자산 소진형' 패턴이 두드러졌다. 오랜 근속 경력이 있어도 연령 제한으로 재취업이 막히면서 발생하는 문제다. 직업 형태별로는 플랫폼 노동자 10명 중 7명이 배달 노동자로 나타났는데, 이들은 고소득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이 강했으나 정규직 전환 기회를 놓치기 쉬운 구조에 놓여 있었다. 자영업자의 경우 여행 가이드부터 무소속까지 업종이 다양했으며, 4대 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많았다.
"가족에게도 숨겨" 자발적 고립과 심리적 위기 공통적
채무자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심리적 고통은 경제적 궁핍과 맞물려 불안, 우울, 수면 장애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연령대를 막론하고 나타나는 '자발적 고립' 현상이다. 채무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를 스스로 끊어버리는 사례가 많았다. 명절에 귀가하지 못하거나 지인 모임을 피하는 등, 사회적 관계를 단절하며 고립을 선택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관찰됐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금융 지원을 넘어선 '복합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청년층에게는 자활을 돕는 금융 교육이, 고령층에게는 보건과 복지를 연계한 자신감 회복 지원이 요구된다. 플랫폼 노동자에게는 정규직 취업을 돕는 집단 상담이, 자영업자에게는 폐업과 구직을 묶은 '희망리턴패키지' 같은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금융 취약계층이 겪는 어려움이 고용 불안, 금융 의존, 복지 의존, 심리 불안, 사회적 관계 취약이라는 다섯 가지 요소가 서로 얽혀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채무조정 단계에서 심리 상담을 연계하고, 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사례 관리 기능을 확대하는 등 공공고용서비스가 금융·복지·보건 영역과 내실 있게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 결론이다.
출처: 한국고용정보원(feat.고용24) 유튜브 「일더하기일 - 채무자의 92%가 일한다? 일해도 빚을 갚기 어려운 이유(전용석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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