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10.16 (금)
스타트업

초격차 실증·구매, 2027 주관기관부터 모집…‘실증 뒤 조달’이 관건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은 10월 8일 ‘2027년 초격차 스타트업 프로젝트 정부 첫 실증·구매’ 사업을 운영할 주관기관 모집을 시작했다. 접수는 10월 29일 오후 3시까지 K-스타트업에서 받는다. 이번 공고의 신청 대상은 스타트업이 아니라 공공 인프라 실증과 국내외 조달시장 연계를 수행할 역량을 갖춘 전문기관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은 10월 8일 ‘2027년 초격차 스타트업 프로젝트 정부 첫 실증·구매’ 사업을 운영할 주관기관 모집을 시작했다. 접수는 10월 29일 오후 3시까지 K-스타트업에서 받는다. 이번 공고의 신청 대상은 스타트업이 아니라 공공 인프라 실증과 국내외 조달시장 연계를 수행할 역량을 갖춘 전문기관이다.

전시장에서 섬유 각도 센서를 시험하는 경량 로봇 실증 장비
독일 연구기관의 로봇 기술 실증 장면. 국내 ‘정부 첫 실증·구매 프로젝트’ 현장과는 무관한 자료사진. 사진: DLR_de / Flickr(CC BY 2.0)

스타트업이 아니라 ‘운영할 전문기관’을 뽑는다

사업의 목표는 기술개발을 마친 창업기업이 첫 고객을 찾지 못해 시장 진입이 지연되는 이른바 ‘실증의 골짜기’를 줄이는 데 있다. 공공기관이 현장 문제를 과제로 제시하고, 스타트업의 제품·서비스를 실제 환경에서 시험한 뒤 혁신제품 지정과 시범구매로 연결하는 구조다. 연구개발 지원에 그치지 않고 수요기관의 사용 경험과 구매 이력을 만들겠다는 접근이다.

2027년 주관기관은 과제 모집과 홍보, 창업기업 선정, 공공 수요기관과의 실증 조정, 조달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맡는다. 실증 인프라를 연결하고 필요한 인허가 획득과 기술 고도화를 지원하는 역할도 공고에 포함됐다. 단순 행사 운영기관보다 기술·조달·규제 절차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조정자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신청 기관은 제출공문과 사업계획서, 증빙자료 등을 내야 한다. 평가 방식은 서류평가 50%와 발표평가 50%를 합산하며, 서류 단계에서 2배수 안팎을 추린 뒤 최종 주관기관을 정한다. 선정 기관에는 운영비가 지원된다. 다만 현재 공개된 주관기관 모집 안내만으로는 2027년에 선발할 스타트업 수와 기업별 지원금, 총사업비가 확정됐다고 볼 수 없다.

2026년 로봇 13개사, 스마트도시 30개사 내외가 기준점

전년도 사업은 새 운영모델의 기준점을 보여준다. 창업진흥원에 따르면 2026년 1차 로봇 분야에는 해양경찰청 등 5개 정부기관이 참여했고, 최종 10개 과제에 13개 창업기업이 선정됐다. 공공 수요기관과 기능 개발 협의를 거쳐 7월부터 순차적으로 현장 실증이 시작됐다.

첫 현장 실증은 7월 23일 인천 관공선부두에서 진행됐다. 해양경찰청과 창업기업 쉐코가 인공지능 기반 수질 정화 로봇을 활용해 기름과 해양쓰레기 회수, 유해화학물질 탐지, 부분 자율운항 등을 시험했다. 실험실 성능이 아니라 실제 공공업무 환경에서 장비의 기능과 운용 방식을 함께 검증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2차 스마트도시 분야는 16개 공공기관이 제시한 28개 과제에 창업기업 30개사 안팎을 선정하는 계획으로 추진됐다. 기상 재난용 지하주차장 차수판 제어, 터널 통신 음영구역 중계 로봇, 대화형 수어 인공지능, 태양광설비 이상 탐지 등 공공 현장의 구체적 수요가 과제로 제시됐다. 당시 선정기업에는 실증·협업 자금 최대 1억 원과 혁신제품 지정, 시범구매 연계를 지원한다고 중기부가 밝혔다.

이 숫자를 2027년 사업 규모로 그대로 옮겨 읽어서는 안 된다. 현재 모집 중인 것은 다음 연도 사업을 설계·운영할 주관기관이며, 기업 모집 규모와 지원 조건은 별도 공고에서 달라질 수 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지금 주관기관 공고에 직접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발표될 창업기업 모집 공고를 확인해야 한다.

2026년 정부 첫 실증·구매 프로젝트의 로봇·스마트도시 추진 규모
2026년 정부 첫 실증·구매 프로젝트의 로봇·스마트도시 추진 규모
2026년 로봇 분야 최종 선정 결과와 스마트도시 분야 모집 당시 지원 계획. 2027년 확정 규모가 아니다.

실증 완료보다 구매 전환이 더 어려운 문턱

정책의 성패는 실증 건수보다 구매 전환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현장 시험을 통과해도 혁신제품 지정 요건과 조달 절차를 충족하지 못하면 실제 매출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수요기관이 시험 과정에서 성능 기준, 유지보수 방식, 보안·안전 요구를 구체화하면 스타트업은 제품을 조달 가능한 형태로 고도화할 수 있다.

혁신제품 지정과 시범구매도 자동 보상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 중기부는 2026년 사업에서 공공 실증 뒤 혁신제품 지정과 시범구매를 연계한다고 설명했지만, 지정 요건과 평가, 제품 등록 절차가 남는다. 주관기관이 기술 검증 결과를 조달 문서와 인증, 인허가 자료로 전환하는 실무 능력을 갖춰야 하는 이유다.

주관기관 선정 때는 실증 장비나 테스트베드 보유 여부만 볼 일이 아니다. 공공 수요기관이 원하는 성능을 측정 가능한 지표로 바꾸고, 스타트업과 위험·비용 분담을 조정하며, 실증 종료 뒤 구매 담당 부서까지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 검증 부서와 계약·조달 부서가 분리된 공공기관에서는 이 연결이 끊기면 실증이 일회성 시연으로 끝날 수 있다.

성과평가도 ‘몇 개 기업을 실증했는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실증 완료율, 혁신제품 지정 전환율, 첫 시범구매까지 걸린 기간, 동일 수요기관의 반복 구매, 다른 공공기관으로의 확산 건수를 함께 공개하면 사업의 판로 효과를 판단하기 쉬워진다. 이는 현재 공고에 적시된 의무지표가 아니라 사업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필요한 후속 평가 기준이다.

‘정부 첫 실증·구매’ 단계별 연결 구조
단계핵심 내용확인할 성과
공공 수요 발굴정부·공공기관이 현장 문제와 과제 제시측정 가능한 성능 기준
기업 선정·실증스타트업 기술을 실제 업무환경에서 검증실증 완료율·현장 성능
혁신제품 연계요건 충족 기업의 지정 절차 지원지정 전환율·소요 기간
시범구매·확산수요기관 구매와 다른 기관·해외시장 확산첫 구매·반복 구매·확산 건수

첫 고객 이후 반복 구매까지 봐야

스타트업은 향후 기업 모집에 대비해 제품의 기술 우수성만 제시해서는 부족하다. 공공 현장에서 해결할 문제, 기존 방식과 비교한 비용·시간·안전 개선, 실증 기간에 측정할 지표, 인허가와 인증 현황, 실증 종료 후 공급·유지보수 계획을 미리 정리해야 한다. 수요기관의 구매 예산과 계약 방식까지 검토해야 ‘테스트 성공’과 ‘매출 발생’ 사이의 간격을 줄일 수 있다.

정부가 첫 고객 역할을 맡는 모델은 민간 레퍼런스가 부족한 딥테크 기업에 의미가 있다. 그러나 공공 실증이 민간시장 수요를 대신 보장하지는 않는다. 현장 성능과 경제성을 증명하고, 조달 이후 국내외 민간 고객에게 확장할 수 있는 표준화·가격 전략을 갖춰야 지속 가능한 판로가 된다.

이번 모집은 2027년 기업 지원의 세부 규모를 발표한 단계가 아니라 실행 구조를 정하는 선행 절차다. 주관기관이 공공 문제 발굴부터 기업 선정, 현장 실증, 인허가, 조달 전환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가 다음 사업의 품질을 좌우한다. 2026년의 13개 로봇 기업과 스마트도시 30개사 내외 계획이 남긴 첫 기준점을 실제 구매 데이터로 이어가는 일이 다음 과제다.

참고 자료

#초격차 스타트업 #정부 첫 실증 구매 #공공조달 #혁신제품 #시범구매 #주관기관 #딥테크
이
이강부
트렌드경제신문 · 기자

트렌드경제신문에서 수입차 분야를 주로 취재합니다. 국산차, 사회 기사도 함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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