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못 써도 판단은 직관적으로"… 실리콘밸리 흔드는 '판단 전용 AI' Jev
글을 쓰거나 코드를 짜지는 못하지만, '예·아니요'와 같은 직관적 판단에 특화된 초경량 AI 'Jev'가 주목받고 있다. 최지웅 유캔랩스 대표는 이를 통해 기업들이 고비용 LLM의 부담을 줄이고 효율적인 AI 에이전트를 구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공지능(AI)이 모든 것을 다 잘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복잡한 글을 쓰거나 코드를 짜는 대신, 오직 '예·아니요'를 판단하거나 점수를 매기는 등 직관적인 결정만 내리는 초경량 AI 모델이 실리콘밸리와 개발자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티타임즈TV가 전한 최지웅 유캔랩스 대표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AI 업계의 새로운 흐름은 '한 가지만 잘하는 AI'를 만드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챗GPT 연구자 중 한 명인 디오고 알메이다가 설립한 타입세이프 AI(Typesafe AI)의 'Jev(제브)'가 있다. Jev는 생성형 AI처럼 화려한 문장을 구사하지 못하지만, 특정 상황에 대해 빠르게 판단을 내리는 데 특화된 모델이다.
"교수님 대신 초등학생을 고용하라"… 판단만 하는 '시스템 1' AI
최지웅 대표는 Jev의 특성을 인간의 인지 체계인 '시스템 1(System 1)'에 비유했다. 머릿속에서 크게 생각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바로 떠오르는 답이 시스템 1이라면, 챗GPT나 클로드(Claude)처럼 꼼꼼하게 따져서 생각해야 하는 모델은 '시스템 2(System 2)'에 해당한다. 기존의 거대언어모델(LLM)이 주로 시스템 2의 영역에서 작동했다면, Jev는 철저히 시스템 1의 영역을 공략한다.
Jev가 수행할 수 있는 작업은 극히 단순하다. '예/아니요'로 답하기, 주어진 보기 중 하나 고르기, 혹은 특정 수치에 점수를 매기는 것이다. 최 대표는 이를 "음악만 잘하는 음악 신동들 있잖아요. 그 친구들 뭐 엑셀 이런 건 전혀 모르잖아요"라고 설명했다. 다른 기능은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모델의 크기가 작고, 그만큼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며 비용 또한 매우 저렴하다.
실제로 최 대표가 진행한 모델별 성능 비교 테스트에서 Jev는 독보적인 효율성을 보였다. 테스트 결과 Jev의 처리 비용은 0.3원 수준으로, 수십 원에서 백 원 단위의 비용이 발생하는 클로드(Claude)나 GPT 모델에 비해 압도적으로 저렴했다. 속도 측면에서도 가장 먼저 과제를 완수하며 '가성비와 속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모습을 보였다.
스팸 메일 100통 중 90통을 걸러내는 'AI 판단 부품'
그렇다면 왜 기업들은 글도 못 쓰는 이 작은 AI에 주목하는가. 핵심은 '효율적인 일감 처리'에 있다. 최 대표는 기업용 AI 에이전트를 구축할 때 Jev와 같은 모델을 '판단 부품'으로 끼워 넣는 전략을 제시했다. 모든 업무를 비싼 LLM에게 맡기는 것은 자원 낭비라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하루에 수백 통의 이메일이 쏟아지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모든 메일을 챗GPT가 읽게 하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이때 Jev를 먼저 투입해 '스팸 여부'나 '업무 관련성'을 직관적으로 판단하게 하면, 100통의 메일 중 확실한 광고나 스팸 10%를 즉시 걸러낼 수 있다. 남은 90%의 중요한 메일만 고성능 LLM이 정밀하게 분석하게 함으로써 전체 시스템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방식이다.
이러한 구조는 최근 AI 성능 향상의 핵심 기술인 '에이전트(Agent)' 설계에서도 중요하다. 영상에서는 생성 AI 모델을 '평가관'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언급되었다. LLM이 결과물을 만든 뒤, 그 결과물이 사용자의 의도대로 잘 만들어져 있는지를 판단하여 다시 작업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Jev와 같은 모델이 효율적인 평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사기 문자 판별부터 게임 제어까지… 확장되는 판단 AI의 영역
Jev의 활용 범위는 단순 분류를 넘어 실시간 제어 영역까지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최 대표는 Jev를 활용해 실시간 상황을 분석하고 '피할 것인지, 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게임 플레이 시연을 소개했다. 이는 마치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서 주인공이 외부의 지시를 받아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것과 유사한 구조다. 판단은 Jev가 내리고, 실제 행동은 프로그래밍된 프로그램이 수행하는 식이다.
또한, 사람의 미묘한 표정 변화나 뉘앙스를 읽어 감정을 분류하는 작업이나, 수많은 파일 중 적절한 폴더를 찾아 분류하는 작업 등 '직관적 판단'이 필요한 모든 영역이 Jev의 타깃이다. 최 대표는 "모든 AI 부품이 명품일 필요는 없다"며, 목적에 맞는 적절한 모델을 조합하는 것이 미래 AI 서비스 구축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Jev는 오픈소스가 아닌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형태로 제공되어, 기업들이 자신의 서비스에 '판단하는 뇌'를 빌려 쓰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오픈AI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도 이와 유사한 경량 판단 모델을 내놓으며, AI 시장의 무게 중심이 '거대한 지능'에서 '효율적인 판단'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 티타임즈TV 유튜브 「사기 문자 10건 판단, Jev와 클로드·GPT·제미나이 붙여 봤더니 (최지웅 유캔랩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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