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일 초강대국' 지위 지키려 숨고르기…동맹에 역할 분담 요구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이 유일 초강대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동맹국에 안보 역할 분담을 요구하는 '숨고르기'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가 계속 공격을 받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 우려가 커지는 등 국제 사회는 다시 전쟁을 준비하는 시대로 회귀하는 양상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 방위산업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자유진영의 무기고'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급성장한 K-방산이 단순히 가성비 좋은 무기를 파는 것을 넘어, 복잡해지는 국제 정세 속에서 어떤 생존 전략을 가져야 할지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가 전한 이 분석에는 미중 전략 경쟁의 본질과 미국의 새로운 안보 전략, 그리고 변화하는 동맹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담겨 있다. 이날 대담에는 35년간 외교 일선에서 근무한 조구래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과 세종연구소 김영석 소장이 참여해 국제 정세의 흐름을 진단했다.
미중 경쟁, 이념 아닌 '국가 중심의 전략 경쟁'
최근 미중 정상회담에서 구조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조구래 고문은 "과거 미소 냉전 시대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분석했다. 과거의 냉전이 이념과 가치를 둘러싼 싸움이었다면, 현재의 미중 관계는 전 영역에서 벌어지는 '국가 중심의 전략 경쟁'이라는 것이다. 각국의 구체적인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과거처럼 주고받기식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매우 어렵다는 설명이다.
특히 중국의 경제 구조가 미중 관계의 변수로 작용한다. 중국은 모든 문제를 수출로 해결하려 하는 수출 중심 국가로,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과 저렴한 원재료 공급망이 필수적이다. 조 고문은 "중국은 물건을 싸게 만들어 큰 시장에 내다 팔아야 국가가 유지되는 경제 형태를 가지고 있다"며 "가장 큰 시장인 미국과 관련해 중국도 미국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복합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미중 관계가 상호 의존성을 바탕으로 관리 체계로 들어가는 듯 보여도, 실질적인 전략 경쟁은 상당 기간 국제 정치의 그늘을 드리울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의 긴장 고조와 미국의 '숨고르기' 전략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의 안보 지형도 요동치고 있다. 김영석 소장은 최근 에스토니아에서 열린 '14개 발틱국 국방 포럼'의 무거운 분위기를 전하며, 동유럽과 북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공격에 대비해 실질적인 전쟁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리투아니아 인근에서 러시아의 것으로 추정되는 드론이 격추되거나, 폴란드 인근 우크라이나 철도 시설이 공격받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김 소장은 서방의 무기 지원 양상 변화에도 주목했다. 전쟁 초반에는 대전차 무기나 휴대용 방공 무기 등 방어용 위주였으나, 최근에는 전차와 장갑차를 넘어 전투기, 장거리 타격 체계로 지원 범위가 확대되며 과거의 '금기'가 깨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대규모 드론을 활용해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의 전략 폭격기 기지까지 타격하는 상황은 냉전 시대라면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로, 에스컬레이션(확전)의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미국의 움직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최준영 박사는 미국의 전략을 '유일 초강대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숨고르기'로 정의했다. 미국이 중동이나 한반도 등에서 동맹국에 더 많은 방위비 분담과 구조적 역할을 요구하는 것은, 미국이 직접 개입하는 비용을 줄이면서도 동맹국을 통해 안보 불안 요인을 해소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즉, 미국이 패권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동맹국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자강'을 유도함으로써 미국 중심의 질서를 효율적으로 유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중동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동맹국들이 지역을 안정화하도록 유도하여 미국 본토의 집중도를 높이려는 전략과 맥을 같이 한다.
'자비로운 제국'에서 '거래적 동맹'으로의 전환
미국의 이러한 변화는 동맹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동반한다. 과거 미국이 국제 질서 유지를 위한 공공재를 제공하며 질서를 이끌던 '자비로운 패권국'이었다면, 현재는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다. 조구래 고문은 "미국이 자기가 만든 질서에서 스스로 탈퇴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라며, 미국이 더 이상 비용을 들여 질서를 관리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미국이 과거처럼 모든 것을 관리하고 참아주던 국가에서 벗어나, 이제는 좁은 국익을 위해 거칠게 행동하는 강대국 세력권 관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로 대표되는 미국의 동맹관은 철저히 '거래적'이다. 동맹을 가치나 이념의 결합보다는 비용과 편익에 기반한 관계로 보는 시각이다. 조 고문은 "동맹은 기본적으로 거래 관계이지만, 현재 미국은 그 거래를 매우 단기적이고 자의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급해온 '미국을 이용하는 나라들'에 대한 인식처럼, 미국은 안보 무임승차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동맹국에 과도한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약탈적 패권국'적 면모와 자의적인 거래 방식은 향후 한국 방산과 외교 전략이 직면할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출처: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 유튜브 「잘나가는 한국 방산, 과연 이대로 계속 갈 수 있을까? [방산 특집 1부]」
0댓글
현재 댓글 작성이 비활성화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