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이어온 안동소주, 3단계 '삼양법'으로 맛과 향 잡는다
대한민국식품명인 제6호 박재서 명인이 500년 전통을 이어온 안동소주 제조법과 3단계 발효 방식인 삼양법의 원리를 전했다.</
500년 전 안동의 한 가문에서 시작된 안동소주가 명인과 아들, 손자로 이어지는 삼대의 손을 통해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대한민국식품명인 제6호로 지정된 박재서 명인은 청년 시절부터 안동소주 제조에 매진하며 가문의 유산을 지켜오고 있다. 박 명인은 영상에서 "다른 어떤 술과 상관없이 우리 안동소주가 한국에서 최고"라는 자부심을 드러내며, 조상 박진으로부터 시작된 500년의 제조 기술을 지켜온 가문의 역사를 전했다.
미생물 생육 돕는 거친 분쇄와 정교한 수분 조절
안동소주의 맛을 결정하는 첫 단계는 누룩을 만드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박재서 명인은 물에 불린 밀을 맷돌로 거칠게 갈아내는 과정을 거친다. 입자 사이에 공기가 원활하게 흘러야 미생물이 잘 자라고 누룩 발효가 매끄럽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때 물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다. 밀 양의 20% 미만으로 물을 섞어야 한다. 수분이 과도하면 반죽이 뭉개져 모양을 잡기 어렵고, 자칫 누룩이 부패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누룩은 틀에 넣어 모양을 잡은 뒤, 온도가 30도로 유지되는 곳에서 약 2주간 저장된다. 이후 잘 익은 누룩 가루를 고슬고슬하게 지은 쌀에 고르게 섞는다. 발효를 돕는 효소가 쌀 전체에 퍼질 수 있도록 균일하게 섞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박 명인은 술의 맛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고슬고슬하게 지은 쌀과 누룩, 그리고 물의 조화로운 비율을 꼽았다.
품질과 향 높이는 3단계 발효 '삼양법'
안동소주의 독보적인 풍미는 쌀과 누룩, 물의 조화로운 비율에서 나온다. 특히 박 명인은 술의 품질을 높이고 향을 강화하며, 잡균의 번식을 막아 술이 변질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3단계에 걸쳐 술을 빚는 '삼양법(三陽法)'을 고수한다. 삼양법은 초기 발효물에 재료를 두 번 더 추가하는 방식으로, 프리미엄 전통주에서 주로 쓰이며 소주 제조에서는 특히 드문 방식이다.
제조 과정은 단계별로 진화한다. 첫 번째 발효를 통해 막걸리 형태의 술이 만들어지면, 이를 바탕으로 두 번째 발효를 거쳐 맑은 청주인 장주가 된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쌀을 한 번 더 추가하는 세 번째 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소주가 완성된다. 초기와 2차 발효물이 효모를 배양하는 씨앗 역할을 한다면, 마지막 단계의 재료 투입은 술의 몸체를 형성해 알코올 생성과 맛의 깊이를 더하는 역할을 한다. 박 명인이 삼양법을 고수하는 이유는 품질 향상, 향의 강화, 그리고 원치 않는 박테리아의 성장을 억제해 술이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가마솥과 밀가루 반죽으로 완성하는 투명한 한 방울
발효를 마친 술은 뜨거운 불과 만나 소주로 재탄생한다. 완전히 발효된 술을 가마솥에 담고 증류 장치를 연결하는데, 이때 가마솥과 증류기 사이의 틈을 밀가루 반죽으로 꼼꼼하게 메우는 작업이 이뤄진다. 증기가 밖으로 새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정교한 공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완성된 술은 아침 이슬처럼 맑은 빛을 띤다.
500년 전 안동의 한 가문에서 시작된 이 전통은 단순한 술 제조를 넘어, 명인의 헌신을 통해 안동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유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 명인은 안동을 유교 문화의 중심이자 한국 정신의 뿌리가 살아 숨 쉬는 곳으로 설명하며, 이 전통을 미래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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