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10.22 (목)
국산차

車반도체 원팀 24곳…양산 성패는 ‘빈칸’에

산업통상부가 2026년 10월 21일 판교에서 24개 기업·기관의 차량용 반도체 원팀 TF를 출범시키고, 10개 주체가 SiC 전력반도체 제조·평가 기반을 공동 구축하는 협약을 맺었다. 수요부터 생산·평가까지 연결했지만 예산과 구축 일정, 양산 성과지표는 보도자료에 담기지 않았다.

산업통상부는 2026년 10월 21일 오후 3시 판교에서 열린 차량용 반도체 포럼(ASK) 특별세션에서 24개 기업·기관이 참여하는 ‘차량용 반도체 원팀 TF’를 출범시켰다. 같은 자리에서는 현대모비스와 SK키파운드리, 중소 팹리스 4곳, 지원기관 4곳 등 10개 주체가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 공정·평가 생태계를 함께 만들기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발표의 의미는 기업 수보다 연결 방식에 있다. 완성차와 부품사가 필요한 반도체의 사양을 제시하고, 설계자산(IP) 기업과 팹리스가 칩을 설계한 뒤 파운드리와 패키징 기업이 생산을 맡는 구조다. 여기에 연구기관과 협회가 연구개발, 인프라, 인력 지원을 붙이는 방식이다. 국내에서 각각 움직이던 수요·설계·생산·평가 주체를 상시 협력망에 묶겠다는 구상이다.

테슬라 모델3 HW2.5 오토파일럿 모듈과 인포테인먼트 회로기판
테슬라 모델3 HW2.5 오토파일럿 모듈과 인포테인먼트 보드. 국내 원팀 TF와 직접 관련 없는 차량용 반도체 자료사진. 사진: Steve Jurvetson from Los Altos, USA / 위키미디어 공용(CC BY 2.0)

수요부터 평가까지 한 줄로 묶었다

TF의 수요기업에는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LG전자, HL클레무브, HL만도가 이름을 올렸다. IP 부문은 오픈엣지테크놀로지, 팹리스 부문은 LX세미콘·텔레칩스·보스반도체·넥스트칩·어보브반도체·라닉스·KEC·픽셀플러스가 참여한다. 생산과 패키징에는 SK키파운드리·DB하이텍·하나마이크론이 들어갔다. 한국자동차연구원과 한국전자기술연구원, 관련 협회·연구조합도 지원 주체로 포함됐다.

이 구성이 해결하려는 문제는 ‘개발해도 살 곳이 불분명한 칩’과 ‘필요해도 검증된 국내 칩을 찾기 어려운 자동차 회사’ 사이의 간극이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수요기업이 사양을 먼저 내고 팹리스가 그 요구에 맞춰 개발한다. 파운드리는 차량용 반도체 생산 경험을 쌓고, 완성차·부품사는 공급망 선택지를 늘린다. 역할 분담이 실제 개발 계약과 평가 일정으로 이어질 때에만 협력망이 주문과 매출로 연결된다.

ASK 포럼은 2025년 9월 출범했고 올해 53개 기업·기관, 약 140명이 참여했다고 산업부는 밝혔다. 이번 24개 TF는 그 포럼 안의 상시 협력 채널이다. 따라서 53곳과 24곳은 서로 더해지는 숫자가 아니다. 10곳의 SiC 협약 주체도 TF 구성원과 겹칠 수 있다. 발표된 숫자는 협력 범위를 보여줄 뿐 생산량이나 수주 실적을 뜻하지 않는다.

ASK 포럼 53개 기관, 원팀 TF 24개 기관, SiC 협약 10개 주체의 관계와 개발 흐름. 기관 수는 성과나 생산량이 아니며 참여 주체가 겹칠 수 있다. 자료: 산업통상부, 2026년 10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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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C 협약은 ‘공용 시험대’에 초점

별도 협약의 핵심은 SiC 전력반도체를 만드는 장비와 차량·도로에서 성능을 확인하는 시험 기반을 함께 구축하는 데 있다. 전력반도체는 전기차의 전기를 변환하고 제어한다. 산업부는 특수 제조·평가 장비를 중소기업이 개별적으로 갖추기 어렵다는 점을 협약 배경으로 들었다. 공동 기반을 팹리스와 부품기업이 활용하게 하면 장비 투자의 중복을 줄이고 시제품 검증의 문턱을 낮출 수 있다.

SiC를 택한 기술적 이유도 분명하다. 미국 에너지부는 SiC와 질화갈륨 같은 와이드밴드갭 반도체가 기존 실리콘보다 전력 모듈의 출력과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으며, 전기차 주행거리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소재의 장점이 곧바로 차량 채택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자동차용 부품은 온도 변화와 진동, 장시간 작동 조건을 견뎌야 하고, 완성차·부품사의 검증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24곳 TF와 10곳 협약, 공개된 범위가 다르다

산업부 발표에 드러난 협력 구조와 확인이 필요한 후속 지표
구조공개된 내용후속 확인 항목
ASK 포럼53개 기업·기관, 약 140명공동과제 수와 실제 계약
원팀 TF24개 기업·기관, 수요~평가 연결개발 칩 목록과 단계별 일정
SiC 협약10개 주체, 제조·평가·실차 시험 기반 공동 구축예산, 장비 위치, 완공 시점, 차량 검증 기준

TF는 24개 참여 기업·기관의 명단과 분야가 공개됐다. 반면 SiC 협약은 현대모비스와 SK키파운드리 외에 중소 팹리스 4곳과 지원기관 4곳의 개별 명칭이 보도자료 본문에 적히지 않았다. 장비를 어디에 언제까지 설치할지, 총사업비를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 어느 성능 기준을 통과해야 사업 성공으로 볼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 빈칸은 단순한 행정 세부사항이 아니다. 공동 장비의 운영 주체와 이용료, 시험 우선순위가 정해지지 않으면 참여 기업이 필요할 때 장비를 쓰기 어렵다. 시제품 제작일과 자동차용 신뢰성 평가 완료일, 첫 양산 적용 차종 또는 부품이 공개돼야 협약이 산업 성과로 이어지는 속도를 독자가 확인할 수 있다.

정부가 밝힌 지원 방식은 ‘함께 크는 M.AX 프로젝트’를 찾아 연구개발·인프라·인력 지원을 묶는 것이다. 구체 과제가 선정되면 최소한 과제명, 지원 기간, 정부와 민간 부담액, 시제품·평가·양산의 단계별 목표를 함께 공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24곳의 이름이 참여 명단에 머무르지 않고 책임과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협업 구조가 된다.

공급망 분산은 필요하지만 국산화율만으로는 부족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현대 자동차가 이미 수백 개의 반도체 칩에 의존하며, 자율주행차는 더 많은 칩을 필요로 한다고 분석했다. 또 첨단 운전자보조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가 확산될수록 지리적으로 집중된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의존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완성차·설계·생산 기업을 한 협력망에 묶는 이번 시도는 이런 공급망 위험에 대응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공급망 안정은 국내에서 만들었다는 사실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차량 요구 사양을 충족하고, 불량률과 공급 지속성, 가격 경쟁력까지 검증해야 실제 조달선이 된다. 한 업체나 한 공정에 다시 의존한다면 국내 공급망 안에서도 병목이 생길 수 있다. TF가 대체 가능한 복수 설계와 생산 경로를 마련하는지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이번 발표를 평가할 기준은 참여 기업 수가 아니라 네 개의 날짜다. 첫 공동 설계 착수일, 첫 시제품 완성일, 차량용 신뢰성·실차 평가 통과일, 첫 양산차 또는 양산 부품 적용일이다. 여기에 개발비와 시험 인프라 이용 실적이 공개되면 정책 지원이 어느 단계의 병목을 줄였는지도 판단할 수 있다.

산업부 발표는 수요부터 생산·평가까지 이어지는 판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출발점은 분명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만들고 어떤 시험을 통과할지에 대한 시간표다. 원팀의 성패는 명단이 아니라 그 시간표를 지키며 첫 양산 주문을 만들어내는 데서 갈릴 전망이다.

참고 자료

#차량용반도체 #M.AX #SiC #탄화규소 #현대모비스 #SK키파운드리 #ASK
이
이강부
트렌드경제신문 · 기자

트렌드경제신문에서 수입차 분야를 주로 취재합니다. 국산차, 사회 기사도 함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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