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조력 AI 전환…254MW 뒤 ‘성과표’는 비었다
한국수자원공사와 LG전자는 2026년 10월 22일 시화호 조력발전소에 디지털트윈·AI 에이전트·로봇을 적용하기 위한 기술협력 협약을 맺었다. 이미 운영 중인 K-TOP 4.0과 새 협력의 차이를 짚고, 254MW 설비의 공개 기준선과 아직 공개되지 않은 사업비·일정·성과지표를 분석했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와 LG전자는 2026년 10월 22일 경기도 안산 시화조력문화관에서 시화호 조력발전소를 인공지능(AI) 기반으로 고도화하기 위한 기술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 양측은 디지털트윈, AI 에이전트, 순찰 로봇과 지능형 폐쇄회로(CC)TV를 적용해 발전량 예측과 설비 진단, 안전관리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공개된 것은 적용을 검토할 기술 목록과 협력 범위다. 사업비, 착수·완료 시점, 기존 운영 대비 발전 효율이나 정비비를 얼마나 개선할지에 대한 정량 목표는 제시되지 않았다. 세계 최대 규모라는 254MW 설비에 AI를 얹는다는 선언이 실제 공공 인프라 성과로 이어지는지는 다음 단계의 공개 지표에 달렸다.

새 시스템이 아니라 ‘겹쳐지는 두 번째 층’
이번 협약을 처음부터 AI로 운영되는 발전소를 새로 만드는 계획으로 읽으면 기존 기술을 놓치게 된다. K-water는 2023년 공개 자료에서 이미 시화호 조력발전소의 디지털트윈 프로그램 ‘K-TOP 4.0’을 운영 기술로 소개했다. 실제 설치된 발전기와 같은 조건으로 발전량을 계산하고 운영 상황을 모의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에 LG전자가 제안한 범위는 그 위에 설비와 CCTV의 실시간 데이터를 묶는 통합 운영체계를 더하고, 발전량 예측·운영 시나리오 검증·설비 상태 진단을 한 화면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LG AI연구원의 엑사원 기반 AI 에이전트는 손실 원인 분석, 이상 징후 탐지, 예지보전, 위험성 평가, 점검 일정 최적화와 반복 보고서 작성을 지원하는 방안으로 검토된다.
현장 자동화는 또 다른 층이다. 발표문에는 순찰 로봇과 AI CCTV가 위험구역을 감시하고, 산업용 로봇이 예비부품 보관·공급과 자재 운반을 맡는 구상이 담겼다. 그러나 ‘적용한다’가 아니라 ‘적용 방안을 검토한다’ 또는 ‘실증 협력을 추진한다’는 단계가 섞여 있다. 현재 상용 운영에 들어간 기능과 앞으로 시험할 기능을 분리해 보는 이유다.
254MW 설비의 기준선부터 고정해야
K-water가 공개한 시화조력의 설비용량은 25.4MW 발전기 10기로 합계 254MW다. 연간 발전량은 552GWh, 유류 대체 효과는 연 86만2000배럴,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는 연 31만5000톤으로 제시돼 있다. 발전량은 약 50만 명이 1년간 사용하는 전력에 해당한다는 것이 공사의 설명이다.
| 항목 | 공개 수치 | 기준 |
|---|---|---|
| 설비용량 | 254MW | 25.4MW 10기 |
| 발전량 | 552GWh | 연간 |
| 유류 대체 | 86만2000배럴 | 연간 |
| 이산화탄소 감축 | 31만5000톤 | 연간 |
이 수치를 단순 계산하면 254MW가 1년 내내 최대 출력으로 가동될 때의 이론상 발전량은 2225GWh이고, 공개 연간 발전량 552GWh는 그 약 24.8%다. 이는 조수 간만에 따라 발전 시간이 정해지는 조력발전의 특성을 반영한 기준선이지, 곧바로 비효율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AI 전환의 성과를 판단하려면 같은 조석 조건과 정비 조건 아래에서 예측 오차와 이용 가능 시간을 얼마나 개선했는지를 비교해야 한다.
협약문에 없는 세 가지: 돈·시간·성과표
공개 발표문만으로는 투자 규모와 비용 분담 구조를 알 수 없다. 실증을 시작하는 시점과 운영계통에 연결하는 시점도 없다. 가장 중요한 성과지표도 비어 있다. 발전량 예측의 평균 오차, 설비 가용률, 불시정지 시간, 정비비, 오경보율, 이상 징후 탐지에서 조치까지 걸린 시간 가운데 무엇을 계약 목표로 삼을지 공개되지 않았다.
이 공백은 단순한 홍보 문구의 문제가 아니다. 발전설비는 자연 조건과 기계 상태가 함께 바뀌므로 AI가 추천한 운전 방식의 효과를 검증하려면 비교 기준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실증 전후 1년을 그대로 비교하면 조석 조건과 정비 일정의 차이가 섞인다. 같은 조위 구간, 같은 발전기, 유사한 정비 상태를 묶어 대조군을 만들고 결과를 공개해야 기술 효과와 계절 효과를 구분할 수 있다.
예지보전도 ‘고장을 미리 맞혔다’는 사례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놓친 이상 징후와 잘못 울린 경보를 함께 공개해야 한다. 경보를 늘리면 탐지율은 높아져도 현장 인력이 불필요한 점검에 매달릴 수 있다. 따라서 탐지율과 오경보율, 정비시간 절감, 실제 고장 감소를 한 묶음으로 봐야 한다.
AI가 조언하는가, 설비를 직접 움직이는가
공공 발전소에서 더 민감한 질문은 AI의 권한 범위다. 이번 발표는 AI 에이전트가 최적 운영 방안을 ‘제안’하고 의사결정을 ‘지원’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어느 단계까지 사람이 승인하고, 어떤 상황에서 기존 제어 방식으로 되돌아가며, 추천 근거와 조작 기록을 얼마나 오래 보관할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AI 위험관리 프레임워크는 AI를 설계·배치·운영하는 사람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사람과 AI의 구성은 완전 수동에서 자율 의사결정까지 넓기 때문에 시스템의 권한 경계를 먼저 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시화조력 실증에서도 AI가 정보만 보여주는지, 정비 일정을 바꾸는지, 운전 설정값에 직접 영향을 주는지를 기능별로 밝혀야 한다.
사이버보안도 별도의 성과 항목이어야 한다. 설비 데이터와 CCTV, 로봇, AI 에이전트를 한 운영체계로 연결하면 관리 편의는 커지지만 침해사고가 번질 경로도 늘어난다. NIST 사이버보안 프레임워크 2.0은 위험 거버넌스와 식별·보호·탐지·대응·복구를 연속된 관리 기능으로 제시한다. 실증 단계부터 네트워크 분리, 권한 최소화, 모델·데이터 변경 이력, 수동 전환, 백업 복구 시험을 함께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수출 레퍼런스’가 되려면 결과를 남겨야
양측은 이번 협력을 국내외 에너지 인프라 사업 발굴로 확장할 계획이다. 시화호가 규모와 운영 이력 면에서 중요한 실증 장소인 것은 분명하다. 2011년 상업 발전을 시작한 대형 조력발전소에서 장기간 축적된 운전 데이터는 새 설비에서 얻기 어려운 자산이다.
다만 시화호의 성과를 다른 해안에 그대로 복제할 수는 없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공동연구센터(JRC)의 2025년 블루경제 보고서는 조차를 이용하는 방조제형 조력이 수력발전과 유사해 상업성이 있지만, 적합한 입지가 제한되고 지역 환경 영향이 큰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AI라도 조석, 퇴적, 수질, 설비 형식과 규제 조건이 달라지면 입력 데이터와 최적 운전 기준이 바뀐다.
결국 해외사업의 신뢰를 만드는 것은 ‘AI 발전소’라는 이름보다 검증 가능한 운영 기록이다. K-water와 LG전자가 다음 발표에서 사업비와 단계별 일정, 권한 구조, 발전·정비·안전 KPI의 기준값과 목표값을 함께 제시한다면 이번 협약은 기술 선언에서 실증 사업으로 넘어간다. 반대로 목표가 공개되지 않으면 254MW 발전소가 실제로 얼마나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바뀌었는지 외부에서 판단하기 어렵다.
참고 자료
- LG, 「스마트팩토리 사업 역량 총집결해 K-water와 세계 최대 규모 조력발전소 AI 전환 나서」, 2026.10.22, https://www.lg.co.kr/main/media/release/30699
- 한국수자원공사, 「세계로 뻗어나가는 K-water의 K-조력기술!」, 2023.03.13, https://www.kwater.or.kr/news/busiCardList.do?brdId=KO74&s_mid=1667&seq=132328
-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물의 힘으로 만든 청정 재생에너지로 기후위기 극복」, 2023.07.05, https://www.kwater.or.kr/news/repoView.do?brdId=KO26&s_mid=36&seq=133065
- European Commission Joint Research Centre, 「The EU Blue Economy Report 2025」, https://publications.jrc.ec.europa.eu/repository/bitstream/JRC142453/JRC142453_01.pdf
- 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 「Artificial Intelligence Risk Management Framework (AI RMF 1.0)」, https://nvlpubs.nist.gov/nistpubs/ai/nist.ai.100-1.pdf
- 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 「The NIST Cybersecurity Framework (CSF) 2.0」, https://nvlpubs.nist.gov/nistpubs/CSWP/NIST.CSWP.29.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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