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10.26 (월)
공공기관

LH 제3자 문의 두 번이면 중단…공개할 지표

한국토지주택공사는 10월 26일 매입임대주택에 대한 제3자 상담내역 등록제를 시행했다. 같은 물건에 외부인이 두 차례 이상 문의하면 감사가 끝날 때까지 매입을 중단한다. 기존 행동강령과 매입임대 규모를 토대로 제도의 실효성을 확인할 공개 지표를 짚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10월 26일 매입임대주택 매도 신청 과정에 외부 기관 관계자나 퇴직 임직원 등 제3자가 개입하면 상담 사실을 전산에 남기는 ‘제3자 상담내역 등록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첫 문의에는 매도신청인에게 경고하고, 같은 물건에 관한 제3자 문의가 두 차례 이상 반복되면 감사실 조사와 매입 절차 중단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상담을 기록하는 것만으로 투명성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등록 건수와 처리 결과, 중단 기간, 오인 신고의 정정 절차까지 함께 공개해야 제도의 예방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국내 도심에 아파트 건물들이 이어져 있는 모습
국내 도심의 공동주택 단지. 특정 LH 매입임대주택이나 이번 제도의 대상 물건과는 관계없는 자료사진. 사진: Abc46224 / 위키미디어 공용(CC0 1.0)

한 번은 경고, 두 번부터 감사와 절차 중단

LH가 밝힌 관리 대상은 매도신청인·설계사·시공사처럼 사업에 직접 참여하는 이해관계자가 아니다. 외부 기관 관계자나 퇴직 임직원 등이 특정 매입 물건의 정보 공개나 상담을 요청할 때 담당 직원이 내역을 시스템에 등록한다. 첫 문의가 발생하면 LH는 매도신청인에게 문의 사실을 알리고, 재발하면 감사나 매입 중단 같은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경고 문자를 보낸다.

동일 물건에 관한 제3자 문의가 두 차례 이상이면 부정청탁 의심 사례로 분류한다. 감사실에 감사를 요청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매입 절차를 멈춘다. 두 번의 문의만으로 계약을 취소하는 것은 아니다. 부정행위가 확인되면 기존처럼 매입심사 배제, 계약 해제, 10년간 매입 제한 등을 적용한다. LH는 올해 3월 입지·가격·설계 항목을 계량평가 방식으로 바꾼 데 이어 상담 단계까지 관리 범위를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문의’와 ‘청탁’을 구별하는 기준이다. 공고문 해석을 묻거나 법정 절차를 확인하는 정상적인 질의까지 위험 신호로 잡으면 신청인은 이유를 모른 채 사업 지연을 떠안을 수 있다. 반대로 동일인이 전화와 방문, 다른 명의의 전자우편을 번갈아 쓰면 단순 건수 집계만으로 반복 개입을 찾기 어렵다. 등록 항목에는 문의자의 이름과 소속, 연락 경로와 시각, 대상 물건, 요구 내용, 담당자의 답변과 후속 조치를 표준화해 남길 필요가 있다.

행동강령의 기록 의무를 사업 절차로 당겼다

LH 임직원 행동강령 제25조는 임직원이 부당한 이익을 위한 알선·청탁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계약 당사자 선정이나 계약 체결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도 금지 대상에 포함한다. 같은 조는 임직원이 이런 행위를 제의받으면 내부 전산시스템에 등록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번 제도는 기존의 포괄적 신고 의무를 매입임대 상담 단계의 구체적인 업무 흐름으로 옮겼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기존 신고창구와의 연결도 중요하다. LH는 부정청탁,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한 거래, 전관유착, 계약 규정 위반을 부조리 신고 대상으로 안내하고 있다. 기명·무기명 신고와 안심신고 변호사 제도도 운영한다. 상담 등록제에서 이상 징후가 확인됐을 때 어느 단계에서 일반 민원, 내부 행동강령 등록, 감사 요청, 외부 수사기관 통보로 넘어가는지 처리 지도를 공개해야 중복 신고와 책임 공백을 줄일 수 있다.

7만4699호를 다루는 사업, 기록도 규모에 맞아야

매입임대 사업의 규모는 상담 기록을 단순한 내부 행정으로만 볼 수 없게 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026년 8월 공개한 분석에 따르면 LH는 2021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서울·경기·인천에서 공공분양으로 3만4929호를 공급했고, 같은 기간 매입임대주택 7만4699호를 사들였다. 매입임대 물량이 공공분양의 약 2.14배다. 두 수치는 공급 방식이 달라 우열을 뜻하지 않지만, 매입 결정 과정에 대한 통제 범위가 넓다는 점은 보여준다.

LH 매입임대 관련 규모와 위험 신호
지표수치기준
수도권 공공분양3만4929호2021년~2025년 상반기
수도권 매입임대 매입7만4699호2021년~2025년 상반기
매입임대 비위·부정 적발24건2020~2024년, 경실련이 국회의원실 자료 인용
2021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서울·경기·인천에서 LH가 공공분양으로 공급한 3만4929호와 매입임대로 사들인 7만4699호를 비교했다. 공급 방식이 달라 성과의 우열을 뜻하지 않는다. 단위: 호. 자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2026년 8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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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은 별도의 2025년 성명에서 국회의원실 자료를 인용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LH 매입임대 사업에서 24건의 비위·부정 사례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고가 매입과 부적정 계약, 외부위원 선정 개입, 금품·향응 수수, 가족 소유 주택 매입 등이 포함됐다는 주장이다. 이는 시민단체가 제시한 집계이므로 개별 사건의 확정 여부와 조치 결과를 구분해 봐야 한다. 그렇더라도 새 등록제의 성과를 과거 적발 건수와 비교할 기준선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등록 건수보다 공개해야 할 여섯 가지

첫째 분기별 상담 등록 건수, 둘째 같은 물건의 반복 문의 비율, 셋째 경고 문자 발송 건수, 넷째 감사 요청과 매입 중단 건수, 다섯째 중단부터 감사 종결까지 걸린 기간의 중앙값, 여섯째 확인된 부정행위와 혐의 없음의 최종 처분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지역본부와 문의 경로별로도 익명화해 나누면 특정 창구에 위험이 몰리는지 확인할 수 있다.

OECD는 2026년 반부패·청렴 전망에서 로비 등록부와 투명성 조치가 있어도 집행상의 어려움 때문에 실질적인 투명성이 제한되는 사례가 많고, 부당한 영향력을 줄이려면 더 강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매입임대 상담과 정책 로비는 같은 제도가 아니지만, ‘등록부를 만들었다’는 사실과 ‘영향력을 통제했다’는 결과를 구분해야 한다는 교훈은 적용할 수 있다.

공개 과정에서는 개인정보와 정상적인 영업 비밀을 보호해야 한다. 개인별 상담 원문을 공개하는 대신 문의 유형, 소속 범주, 반복 여부, 처리 결과를 집계하면 된다. 매도신청인에게는 어떤 문의 때문에 절차가 멈췄는지, 감사 예상 기간은 얼마인지, 사실관계가 다를 때 어디에 이의를 제기하는지 알려야 한다. 담당 직원에게도 불이익 우려 없이 기록할 수 있는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제도 시행 1년 뒤에는 사전에 정한 지표로 평가해야 한다. 등록 건수가 많아졌다는 이유만으로 성공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 반복 문의가 줄었는지, 감사에서 실제 부정청탁이 확인된 비율은 얼마인지, 혐의 없음으로 끝난 건의 사업 지연은 얼마나 보상·회복됐는지가 함께 나와야 한다. 경고가 정상적인 소통을 위축시키지 않았는지도 매도신청인과 담당 직원을 대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LH의 새 제도는 문제가 확인된 뒤 신고하는 방식에서 상담 순간의 흔적을 남기는 방식으로 통제 시점을 앞당겼다. 이제 남은 과제는 기록을 쌓는 일이 아니라 기록이 공정한 판단으로 이어졌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익명화한 운영 통계와 처리 기준, 이의 절차를 정기적으로 공개할 때 ‘두 번 문의하면 멈춘다’는 경고가 자의적인 장벽이 아니라 부정청탁을 막는 안전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

참고 자료

#한국토지주택공사 #LH #매입임대주택 #상담내역 등록제 #부정청탁 #공공기관 #공공주택
이
이강부
트렌드경제신문 · 기자

트렌드경제신문에서 수입차 분야를 주로 취재합니다. 국산차, 사회 기사도 함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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