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프리IPO에 85% 묶인 벤처 회수…‘2조 세컨더리’가 풀 과제
금융투자협회가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연 벤처 회수시장 정책 세미나에서 증권업계가 세컨더리 시장에 약 1조원을 투입하는 방안이 공개됐다. 증권 유관기관의 별도 1조원 계획을 합치면 약 2조원 규모지만, 실제 거래시장으로 이어지려면 가격·정보·계약의 병목을 풀어야 한다.
금융투자협회가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연 벤처 회수시장 정책 세미나에서 증권업계가 세컨더리 시장에 약 1조원을 투입하는 방안이 공개됐다. 지난달 말 한국예탁결제원·한국거래소·한국증권금융·코스콤이 별도로 밝힌 3년간 1조원 규모 계획을 더하면 금융투자업권의 회수시장 공급 구상은 약 2조원으로 커진다. 문제는 돈의 규모만이 아니다. 국내 벤처 회수가 기업공개와 기업공개 직전 거래에 사실상 85%가량 집중된 구조를 실제 거래시장으로 바꿀 수 있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펀드는 3배 넘게 커졌지만 회수 경로는 그대로
세미나에서 제시된 자료를 보면 국내 벤처캐피탈과 사모펀드의 신규 결성액은 2015년 12조8000억원에서 2025년 42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벤처펀드만 떼어 보면 같은 기간 2조6000억원에서 14조3000억원으로 5배 이상 확대됐다. 투자할 자금의 저수지는 커졌지만, 먼저 투자한 돈이 돌아오는 배수로는 같은 속도로 넓어지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2025년 국내 벤처투자 회수에서 기업공개가 차지한 비중은 약 36%, 장외매각은 약 49%로 제시됐다. 장외매각 중 상당수가 상장을 앞둔 프리IPO 거래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공개에 직·간접적으로 기대는 비중이 약 85%라는 게 발표자의 해석이다. 이는 IPO와 장외매각 비중을 단순히 더한 분석치이므로, 모든 장외매각이 상장 연계 거래라는 뜻은 아니다.
국내 신규 벤처펀드 가운데 세컨더리펀드 비중은 5~8%로, 세미나에서 비교한 해외 약 24%보다 낮았다. 국내 스타트업이 창업 후 상장까지 걸리는 기간도 평균 14.4년으로 미국 약 7년의 두 배 수준이라고 금융투자협회는 설명했다. 국가별 표본과 산정 방식이 같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투자자의 자금이 장기간 묶이는 국내 구조를 보여주는 참고 지표다.

증권업계 1조원, 유관기관 1조원…서로 다른 두 축
8일 공개된 증권업계 방안은 두 갈래다.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를 영위하는 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 9곳이 약 7000억원을 개별 투자하고, 주요 증권사 15곳과 금융투자협회가 약 3000억원 규모 공동펀드를 조성하는 구상이다. 공동펀드는 전문 운용사를 선정해 하위 펀드에 출자하는 재간접 방식 등이 검토되고 있으며, 이르면 2027년 초 투자를 시작하는 일정이 거론됐다.
별도로 예탁결제원·거래소·증권금융·코스콤은 9월 30일 향후 3년간 약 1조원 규모 세컨더리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각 기관이 내부 결의를 거쳐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두 계획을 합치면 2조원 안팎이지만, 발표 시점과 참여 주체, 집행 방식이 다르다. 따라서 이를 이미 결성된 단일 2조원 펀드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
| 주체 | 규모 | 성격·상태 |
|---|---|---|
| 대형 종투사 9곳 | 약 7000억원 | 개별 세컨더리 투자 추진안 |
| 증권사 15곳·금투협 | 약 3000억원 | 공동펀드 조성 검토 |
| 증권 유관기관 4곳 | 약 1조원 | 향후 3년간 조성 계획 |
| 모태펀드 1차 정시 | 1400억원 | 세컨더리펀드 3개 선정 |
정부 마중물은 계획 3000억원에서 선정 1400억원
공공부문도 회수시장에 자금을 배정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1월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공고에서 인수합병과 세컨더리 전용 펀드를 합쳐 3000억원 규모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4월 최종 선정 결과에서는 세컨더리펀드 3개 1400억원과 기업승계 인수합병펀드 1개 1000억원이 선정됐다. 최초 계획과 최종 선정액, 세컨더리와 인수합병을 구분해 봐야 하는 대목이다.
선정된 세컨더리펀드 가운데 소형 2개 펀드는 400억원 규모로 창업초기기업 구주 투자 등을 목적으로 하고, 일반 1개 펀드는 1000억원 규모로 국내기업 구주와 지분 인수 등에 투자한다. 정부 출자금은 두 유형을 합쳐 500억원이고 나머지는 민간 출자 등을 통해 결성할 예정이다. 정부가 펀드를 ‘선정’했다는 사실과 실제 납입·투자 집행이 완료됐다는 것은 다르다.
스타트업 회사로 들어오는 돈은 아닐 수 있다
세컨더리 거래는 기존 주주나 펀드 출자자가 가진 지분을 다른 투자자에게 넘기는 거래다. 기존 주식을 파는 구주 거래라면 매각대금은 스타트업 회사가 아니라 창업자·임직원·초기 투자자 등 매도자에게 돌아간다. 신주 발행을 통해 회사 운영자금을 공급하는 1차 투자와 다른 점이다. 회수한 투자자가 새 스타트업에 다시 투자할 수 있다는 순환 효과는 있지만, 특정 피투자기업의 현금이 즉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장점도 분명하다. 상장 전까지 10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시장에서 중간 매각 창구가 생기면 초기 투자자는 유동성을 확보하고, 임직원은 스톡옵션 성과를 일부 실현할 수 있다. 신규 투자자는 상장 직전 기업만 쫓지 않고 성장 중인 기업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창업자 지분이 과도하게 희석되기 전에 일부 유동성을 제공하는 구조도 가능하다.
2조원보다 중요한 가격·정보·거래 건수
실제 병목은 살 사람의 돈만으로 풀리지 않는다. 비상장기업의 실적과 주주 간 계약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으면 매도자와 매수자의 가격 차이가 커진다. 우선매수권·매각동의권 같은 계약 조건, 펀드 출자자 간 이해관계, 오래된 기업가치 평가도 거래를 지연시킨다. 특히 손실을 인정해야 하는 거래에서는 기존 투자자의 장부가격과 시장가격이 충돌할 수 있다.
정책 성과를 판단하려면 약정액보다 실제 납입액과 투자액, 구주·펀드지분 거래 건수, 평균 할인율, 회수까지 걸린 기간을 공개해야 한다. LP 지분 세컨더리와 컨티뉴에이션 펀드가 얼마나 만들어지는지도 별도로 볼 필요가 있다. 2조원 계획이 IPO 대기자금의 또 다른 묶음이 될지, 상장 여부와 관계없이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의 시작이 될지는 2027년 이후 실제 거래 지표가 말해줄 것이다.
참고 자료
- [Korea Premium Weeks 2026] 회수시장 세미나 — 금융투자협회(2026년 9월 17일)
- 모태펀드 2.1조원 출자, 벤처펀드 4.4조원 조성 — 중소벤처기업부(2026년 1월 23일)
- 모태펀드, 1.8조원 규모 벤처펀드 최종 선정,벤처투자 활력 이어나간다 — 중소벤처기업부(2026년 4월 29일)
- “벤처 회수시장 넓혀야…세컨더리 투자 확대 필요” — 아시아투데이(2026년 10월 8일)
- 증권 유관기관, '1조원' 세컨더리 펀드 조성…벤처투자 회수 활성화 — 연합뉴스(2026년 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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