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하나에 수백억 원"…엑시나 김진영 대표가 밝힌 팹리스의 가혹한 현실
스튜디오 세트장에서 세 명의 남성이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팹리스) 스타트업이 직면하는 막대한 비용 부담과 기술적 난제를 극복하고, 내년 상반기 본격적인 매출 발생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 있다. '언더스탠딩 : 세상의 모든 지식' 영상에 따르면, 엑시나의 김진영 대표는 팹리스 산업의 높은 진입 장벽과 한국 인재들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사업 전략을 밝혔다.
"칩 하나 찍는 데 수백억 원"…실패하면 기업 운명 결정되는 팹리스
팹리스 기업은 공장(Fab)을 직접 소유하지 않기에 인적 자원이 핵심이다. 하지만 김진영 대표는 인건비 외에도 막대한 자본 투입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시제품(Prototype) 하나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이 수백억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칩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하나를 찍는 데 100억 원은 무섭게 넘어가며 보통 수백억 원이 든다"고 말했다. 특히 미세 공정을 사용하는 선단 공정의 경우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진다.
설계가 완벽하더라도 검증 과정에서의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칩을 제작하기 전 컴퓨터상에서 수행하는 시뮬레이션 장비와, 제작된 칩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계측 장비 역시 각각 수십억 원을 호가한다. 김 대표는 "한 번 잘못 설계하면 수백억 원이 날아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작은 회사 입장에서는 첫 번째 칩 개발의 성공 여부가 회사의 운명을 결정짓는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엑시나는 약 1,2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여 필요한 장비들을 갖춘 상태다. 김 대표는 "설계 단계에서 구현하거나 칩을 만드는 단계에서 생긴 오류들을 체계적이고 홀리스틱(Holistic)하게 검토하고 검증하는 것이 팹리스의 기본적인 역할"이라며, 자사 인력들이 삼성전자 등 탑 반도체 기업에서 엔터프라이즈 그레이드(Enterprise-grade) 제품을 여러 번 만들어본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어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하드웨어 인재의 보고"…글로벌 인재 유혹하는 기술력
김 대표는 한국이 글로벌 하드웨어 인재 확보 측면에서 매우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실리콘밸리의 인재들이 소프트웨어 분야로 몰렸던 것과 달리,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세계적인 메모리 기업을 중심으로 하드웨어 인력 풀이 탄탄하게 형성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은 전 세계에서 제일 잘할 수 있는 인력들이 모여 있는 인더스트리"라며, 자사 인력 또한 글로벌 탑티어 기업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의 반도체 인력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김 대표는 "일론 머스크도 한국 인력을 뽑겠다고 포스팅을 했을 정도"라며 한국 인재들의 위상을 전했다. 엑시나는 이러한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데이터 센터 메모리 사이드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을 선보이며, 최근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열린 '핫칩스(Hot Chips)' 행사에서 스타트업으로서 이례적으로 기술을 발표하기도 했다. 핫칩스는 구글이나 오픈AI 같은 대기업들이 주로 논문을 발표하는 세계적인 행사로, 엑시나는 데이터 센터 메모리 사이드에서 스타트업으로서 거의 최초로 발표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기술 공개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스타트업으로서 기술을 어느 정도 공유해야 잠재적인 고객이나 파트너들이 "우리도 써볼 수 있겠네"라는 생각을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취지다. 그는 미국 현지에서 투자자 및 파트너들과의 미팅을 통해 이러한 기회를 확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 상반기 양산 칩 매출 본격화…메모리 효율화로 승부수
엑시나는 현재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샘플링을 진행 중이며, 올해 말 양산 칩이 나올 예정이다. 김 대표는 "양산 칩이 현재의 프로토타입 칩과 유사하기 때문에 리스크는 크지 않다"며, "내년 상반기부터 양산 칩을 통해 본격적인 매출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향후 상장(IPO)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구상이다.
엑시나의 핵심 기술은 메모리 근접 연산에 활용되는 코어 수에서 차별점을 가진다. 김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경쟁사가 10여 개 수준의 코어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엑시나는 수천 개의 코어를 탑재해 성능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메모리에 차별화된 기능을 붙여 미래 메모리 시장을 이끌겠다는 포부다.
최근 메모리 가격 상승과 관련하여, 기술의 효용성에 대한 질문에는 "메모리 가격이 다소 낮아지더라도 메모리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기술은 여전히 유리하다"고 답했다. 메모리 가격이 비쌀수록 인프라 구축 비용이 증가하므로, 메모리 효율을 극대화해 전체 인프라 비용을 낮추려는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대표는 "메모리를 효율적으로 쓰게 되면 훨씬 더 많은 인프라 투자가 일어날 수 있다"며 기술의 시장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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