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의 인도 인구조사, '카스트' 질문이 불러온 정치적 폭풍
인도가 15년 만에 실시하는 대규모 인구 조사에서 '카스트' 질문이 포함됨에 따라, 인구 데이터가 정치적 할당제와 사회 구조에 미칠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인도가 15년 만에 국가적 대사업인 인구 조사(센서스)를 재개한다. 2011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과 행정 준비 지연으로 미뤄졌던 이번 조사는 2026년 가구 조사와 2027년 개인별 인구 조사의 두 단계로 진행된다. 단순한 인구 집계를 넘어 인도의 사회 구조와 정치 지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가 전한 이번 인구 조사의 핵심은 규모와 정밀도에 있다. 인도는 1881년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10년마다 인구 조사를 실시해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1872년 영국 정부에 요청한 첫 조사와 무글 제국 시절의 국세 조사를 거쳐 근대적 인구 조사가 정착됐다. 현재 유엔(UN)은 2025년 인도 인구를 약 14억 6,400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이는 2011년 마지막 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구 증가율과 사망률을 계산해 역산한 추정치일 뿐 실제 전수 조사 결과는 아니다. 2011년 당시 인도 인구는 12억 1,000만 명이었다. 1초에 한 명씩 센다고 가정해도 14억 명을 모두 세는 데 44년이 걸릴 만큼 거대한 작업이다.
인도의 광활한 영토 특성상 인구 집계 기준일도 지역별로 다르다. 라다크처럼 10월이면 눈이 오는 지역은 10월 1일이 기준이며, 다른 지역은 내년 3월 1일이 기준이다.
300만 명의 교사가 움직이는 1조 6,0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
이번 조사를 위해 인도 정부는 약 1만 7,018크로루(한화 약 1조 6,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이는 한국의 2025년 인구 센서스 예산인 1,158억 원과 비교하면 약 13배에 달하는 규모다. 조사 인력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조사원과 감독관을 합쳐 300만 명 이상이 투입되는데, 이들 대부분은 초등학교 교사와 하위직 공무원들이다. 인도의 가구 수가 약 3억 개에 달해 조사원 1인당 평균 100가구를 담당해야 하는 규모다.
교사들이 조사원으로 선발된 데에는 실무적인 이유가 있다. 이들은 글을 읽을 줄 알며 지역 사회의 사정에 밝고, 저학력자나 고령층을 대상으로 복잡한 질문을 쉽게 풀어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인도 교육권법 제27조에 따라 교사는 인구 조사, 재난, 선거 업무에 동원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추고 있다. 이번 조사에는 디지털 전환을 위해 1만 8,600명의 IT 인력이 별도로 차출되어 550일간 서버 관리와 모니터링을 담당할 예정이다. 조사원들은 휴대전화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입력하며, 인터넷이 안 되는 지역에서는 오프라인으로 저장 후 추후 업로드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조사 항목은 매우 구체적이다. 1단계 가구 조사는 식수 공급 방식(우물, 상수도 등), 화장실 유무와 형태(푸세식, 수세식, 공동 화장실 여부 등), 조리 연료(소똥, 가스, 장작 등), 주된 식재료(밀, 쌀 등)를 꼼꼼히 살핀다. 2단계 개인 조사에서는 나이, 교육, 경제활동, 이주 상황 등을 파악한다. 특히 이주 노동자가 많은 인도의 특성을 반영해 출생지와 직전 거주지까지 추적하여 인구 이동 경로를 상세히 데이터화한다.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경우 QR 코드를 활용해 미리 정보를 입력하고 조사원이 확인하는 방식도 도입된다.
'카스트' 질문의 부활, 정치적 할당제 흔드는 변수
이번 인구 조사가 단순한 통계를 넘어 '판도라의 상자'로 불리는 이유는 이번 조사표에 포함된 '카스트(Caste)' 질문 때문이다. 그동안 인도 정부는 불가촉천민(SC)과 부족민(ST)을 제외한 광범위한 카스트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특히 전 국민을 대상으로 카스트를 조사한 것은 1931년 식민지 시절이 마지막이었다. 1941년 조사 당시에는 2차 세계대전 여파로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고, 이후 독립 정부는 특정 계층을 제외한 광범위한 조사를 피하며 1931년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책을 운영해왔다.
카스트 질문이 포함됨에 따라 인도의 정치 문법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인도는 카스트 기반의 공공 부문 할당제(쿼터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각 집단의 정확한 규모와 분포가 드러나면 할당제의 확대나 축소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카스트 집단이 자신들의 인구 비중을 근거로 더 많은 복지와 혜택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인들이 이 조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가 행정의 설계도이자 기업의 전략 지도
한단임 가이드가 전한 내용에 따르면, 이번 데이터는 국가 행정의 설계도이자 기업의 전략 지도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복지 정책과 상수도·가스 배관 등 인프라 구축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소비자가 어디서 늘고 있는지, 에어컨이나 세탁기 같은 생활 설비가 어느 지역에 얼마나 보급되었는지 파악할 수 있어 시장 진출 전략 수립에 필수적인 정보가 된다.
결국 이번 인구 조사는 인도의 젊은 인구 구조가 실제 경제적 강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교육, 생활, 이동 경로를 정확히 파악해야만 실질적인 국가 시스템 설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권과 각 카스트 집단이 결과에 따라 할당제 등을 두고 격렬하게 대립할 수 있어, 2027년 완성될 데이터는 인도의 미래를 결정지을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 유튜브 「인도의 14억 인구조사, 판도라의 상자라고? f.인도환타 [지구본 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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