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나가면 어떡할래" 농담 섞인 진심…버스 기사 가족이 맞이한 봄날
새벽 4시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버스 기사 동섭 씨와 그의 짐을 나누기 위해 함께 핸들을 잡은 아내 순남 씨, 딸 혜원 씨 가족의 특별한 일상을 담았다.
새벽 4시 45분, 인천의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차고지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이 있다. 인천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동섭 씨는 10년 차 베테랑 기사다. 그의 일과는 남들보다 이른 새벽, 식구들이 깰까 조심스레 움직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시간 엄수가 생명인 직업 특성상, 동섭 씨의 출근길은 늘 긴장의 연속이다.
"엄마 좀 노력해" 딸의 실력에 쓴웃음 짓는 엄마
동섭 씨의 가족은 조금 특별하다. 가장의 무게를 나누기 위해 딸 혜원 씨와 아내 순남 씨도 함께 버스 핸들을 잡았다. 혜원 씨는 스물두 살에 처음 운전을 시작해 현재 부천에서 시내버스를 몰고 있다. 혜원 씨는 "처음에는 일찍 일어나고 늦게 끝나는 생활이 힘들었지만, 이제는 재밌다"며 직업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엄마 순남 씨와 딸 혜원 씨는 교대 근무 시간대에 맞춰 회사에서 스치듯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직장 내에서는 모녀 관계보다 '선배와 후배'의 관계가 앞선다. 특히 운전 실력에서는 딸이 한 수 위라는 점이 가족의 웃음을 자아낸다. 후진 주차를 할 때 한 번에 매끄럽게 들어오는 딸의 실력을 보며, 순남 씨는 "엄마 좀 노력하라고 기사님들이 말한다"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집사람 없으면 나가야지" 버스 기사가 된 후 바뀐 부부 사이
버스 기사라는 공통분모는 부부 관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에는 동섭 씨가 생계를 책임지며 집안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었지만, 아내와 딸이 함께 일을 시작하며 집안의 권력(?) 구도도 미묘하게 변했다. 동섭 씨는 "예전에는 돈을 벌어다 주니까 큰소리를 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라며 농담 섞인 진심을 전했다.
교대 근무로 인해 서로 얼굴을 마주하기 어려웠던 부부는 함께 일을 시작하며 오히려 대화의 시간이 늘었다. 근무 시간이 맞는 날에는 함께 요리를 하며 식사를 나누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다. 취사병 출신인 동섭 씨가 주방을 맡으며, 잦았던 다툼도 줄어들고 부부 사이에는 다시 '봄날'이 찾아왔다.
뇌병변 장애 장남 재원 씨의 응원, "식구들이 나의 자랑"
가족의 결속력은 뇌병변 장애가 있는 장남 재원 씨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재원 씨는 가족들이 버스를 운전한다는 사실을 큰 자랑으로 여긴다. 몸은 성인이 되었지만, 가족들에게는 여전히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한 존재다. 재원 씨는 식사 시간마다 다정하게 반찬을 놓아주는 등 가족의 일원으로서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동섭 씨는 선천적으로 뇌성마비 판정을 받은 재원 씨를 떠올리며 미안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서로를 원망하기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서로의 손을 맞잡고 하루를 견뎌내고 있다. 새벽 차고지에서 시작된 이들의 운행은 단순한 이동을 넘어, 서로를 지탱하는 가족의 삶을 잇는 과정으로 읽힌다.
출처: 여의도 육퇴클럽 유튜브 「🌛새벽 4시, 남보다 한발 앞서 하루를 시작하는 버스 기사 가족 🚌 | KBS 인간극장 4439회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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