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달라는 말이 제일 어려워요"…미수금 83% 줄인 '청구스'의 반전
두 번의 창업 실패를 겪은 이장규 청구스 대표가 고객 37명을 직접 만나 발견한 '미수금' 문제를 자동화 솔루션으로 해결하며 장기 연체를 83% 줄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스타트업 대표들의 성공 스토리만 보고, 그 뒷면의 고생은 보지 못했습니다.”
두 번의 창업 실패를 겪은 이장규 청구스 대표는 자신의 실패 원인을 '과도한 확신'에서 찾았다. 제품만 잘 만들면 고객이 알아서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그를 눈멀게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실패를 통해 깨달았다. 진짜 문제는 제품 개발이 아니라,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에 있다는 사실이다. EO Korea가 전한 이 인터뷰에는 실패를 딛고 기업의 미수금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 '청구스'를 만든 이장규 대표의 고군분투기가 담겨 있다.
"내 생각이 틀렸다"는 깨달음이 만든 세 번째 도전
이장규 대표의 첫 도전은 한국토지신탁 재직 시절 기획한 사내벤처였다. 부동산 금융 회사 직장인이었던 그는 IT 기술을 접한 뒤 창업에 매료됐다. 130페이지에 달하는 사업계획서를 들고 기획팀을 찾아가 결국 사내벤처 팀을 이끄는 경험까지 했다. 당시 기획했던 아이디어는 개인 간의 카셰어링 모델이었으나, 한국에서는 개인이 유상대여업을 할 수 없는 규제에 막혀 결국 국토교통부 승인을 받지 못한 채 유보 상태로 남았다. 이 대표는 "제품을 가지고 고객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이 답답해 창업 열망이 더 커졌다"고 회상했다.
두 번째 도전은 더 뼈아팠다. 부동산 분양 시장의 비효율을 해결할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뒤, 그는 곧바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링크드인과 커리어리 등 플랫폼을 통해 개발자들에게 DM을 보내 팀을 꾸렸고, 서울대 및 구글 코리아 출신 엔지니어 등 4명의 법인을 설립했다. 제품이 완성되자마자 시행사 대표들을 찾아갔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이거 쓰면 분양이 잘 되느냐"는 질문뿐이었다. 효율성보다는 당장의 분양 실적이 우선인 시장 환경을 간과한 것이다.
이 대표는 젊은 시행사 대표조차 자신의 제품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지하철 창밖의 햇빛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회상했다. 자신의 확신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무리하게 사업을 밀어붙이는 대신, 자신을 버리고 고객을 만나기로 했다. 그는 37명의 기업 대표를 직접 인터뷰하며 진짜 문제를 파고들었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핵심은 '미수금'이었다. 많은 기업이 돈을 못 받은 상태임을 알면서도, 돈을 달라는 말을 하기 어려워하거나 미수금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세일즈 담당자와 재무 담당자가 분리되어 있어 미수 관리가 방치되기 쉽고, 3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채권 자체가 사라지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진다.
미수금 83% 감소…청구부터 추심까지 자동화 시스템
청구스는 고객을 먼저 만나 문제를 정의한 뒤 개발을 시작한, 이전과는 정반대의 순서를 가진 솔루션이다. 이 대표가 정의한 미수금 문제는 단순히 '돈을 못 받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중소기업 한정 미수금 규모는 약 45조 원에 달한다. 청구스는 판매자가 비즈니스의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청구, 입금 확인, 연체 안내, 악성 채권 추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자동화했다.
솔루션은 홈택스와 연동해 세금계산서와 현금영수증을 하나의 툴로 관리할 수 있게 돕는다. 또한 나이스 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카드, CMS 자동 이체, 가상계좌, 계좌 이체 등 다양한 결제 수단을 제공하여 구매자가 기꺼이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결제가 지연되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연체 안내를 보내며, 상황이 악화되면 기업별로 구축된 연체 시퀀스에 따라 강압적인 문구 발송이나 최고장 발송이 이뤄진다. 최종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악성 채권은 협업 관계인 업스트사인, 서울평가정보, 나이스신용정보에 이관하는 프로세스까지 연결되어 있다.
성과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청구스를 통해 청구 프로세스를 시작한 경우, 한 달을 넘어가는 장기 연체가 평균 83.3% 감소했다. 최근에는 한 기업과 진행한 테스트에서 1~3년 된 악성 미수 채권 5,000개를 시스템에 투입해, 한 달 만에 사람의 개입 없이 약 1억 8,000만 원을 회수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AI로 대체할 수 없는 금융 네트워크의 힘"
최근 AI 기술이 발전하며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의 시대가 가고 AI가 모든 것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기술적 구현만큼이나 금융사들과의 네트워크 구축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나이스 그룹, 효성페이먼츠 등 다양한 결제사 및 신용정보업사와의 협업은 AI 기술만으로는 따라가기 힘든 진입장벽이라는 설명이다. 기존 솔루션들이 미수 현황 파악이나 재무 회계 관리의 효율성에 집중한다면, 청구스는 '미수금을 없애는 것' 자체를 목표로 한다는 차별점을 둔다.
현재 청구스는 SKT의 LLM(거대언어모델)을 활용해 AI 상담 솔루션을 공동 개발 중이다. 고객이 세금계산서 오류를 지적하거나, "다음 달 월급이 들어오면 내겠다"와 같이 결제 시점을 조정해달라고 요청할 때, AI가 계약 데이터를 바탕으로 답변하고 결제 여부를 추적 관찰하는 기능이다. 이는 기존에 상담원이 수행하던 역할을 자동화하는 작업이다.
이 대표는 청구스의 지향점을 '미수금을 없애는 것'으로 명확히 했다. 그는 "받는 사람이 잘 받을 수 있게 하고, 내는 사람이 기꺼이 내게 하는 것, 이 두 가지에 집중해 우리나라에서 미수금 문제를 가장 잘 푸는 팀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언젠가는 일을 하고 돈을 나중에 받는 모든 기업이 당연하게 청구서를 쓰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며, 모든 기업이 비즈니스의 가치를 온전하게 지킬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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