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비 대출 완화에도 정비사업 멈춘 이유, "추가분담금이 관건"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치솟는 공사비와 재초환 부담으로 인해 정비사업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 시 분양 자격 확인과 추가분담금 분석이 필수라고 조언한다.
정부가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실제 재건축·재개발 현장의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규제를 풀어준다고 해서 사업 속도가 곧바로 붙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실질적인 비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업 동력 자체가 상실되기 때문이다.
KB부동산TV가 전한 김예림 변호사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정부의 규제 완화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이주비 대출 기준의 변화다. 기존 재개발 사업에서는 종전 자산 가치를 기준으로 이주비 대출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재개발 구역은 프리미엄이 이미 붙어 있는 경우가 많아 실제 종전 자산 가치는 낮은 반면,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하는 이주비 대출 이자 등 추가 사업비 부담은 매우 컸다. 최근 부동산 대책을 통해 이주비 대출 산정 시 종전 자산뿐 아니라 향후 지어질 새 아파트의 가치(종후자산)를 고려할 수 있도록 기준이 바뀌면서 조합원들의 부담이 일부 완화될 전망이다.
동의율 낮춰도 사업은 '멈춤'... 핵심은 결국 '돈'
재개발 사업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동의율 요건도 개선됐다. 기존에는 재건축의 조합 설립 동의율이 70%로 하향 조정된 것에 비해, 재개발은 상대적으로 동의서를 받기가 훨씬 까다로웠다. 재개발 구역에는 무허가 건축물 소유자, 영업 중인 상가 주인, 대형 건물주 등 이해관계가 복잡한 소유자들이 섞여 있어 동의서 몇 장이 부족해 사업이 수년씩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최근 도시정비법 개정으로 재개발 동의율 역시 70%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규제 완화만으로는 현장의 움직임을 끌어내기에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추가분담금'이기 때문이다. 공사비와 각종 사업비는 계속 오르는 반면 분양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조합원들이 감당해야 할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는 서울 시내 재건축 단지에서 평균 1억 5,000만 원 정도의 부담금을 발생시키며 사업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단지는 재초환 부담금으로 인해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탁 방식 vs 조합 방식, 무엇이 더 유리할까
사업 방식에 대한 고민도 깊다. 최근에는 조합이 직접 운영하는 방식 외에 전문성을 갖춘 신탁사가 사업을 이끄는 '신탁 방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론적으로 신탁 방식은 전문가인 신탁사가 운영을 맡기 때문에 조합 방식보다 속도가 빠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는 목동 사례처럼 조합 방식이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도 있어 방식의 우열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신탁 방식의 단점으로는 주민과의 소통 부재가 꼽힌다. 신탁사가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거나, 초기 사업 진행을 위한 운영비 지원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조합 방식에서는 조합 사무실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거나, 인허가 서류 및 사업비 지출 내역에 대해 '정보 공개 청구'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조합 임원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조합원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업을 감시해야 한다.
재건축·재개발 투자 시 '분양 자격' 확인 필수
정비사업 물건을 매수하려는 투자자들에게는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뒤따른다. 김 변호사는 재개발·재건축 물건은 일반 부동산 매매와 달리 입주권이 나오는 것이 100% 확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개발은 물건 형태가 다양하고 분양 자격 규정이 복잡해 재건축보다 훨씬 까다롭다.
초기 단계의 사업지에 투자할 때는 사업성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비계획이 수립되었다 하더라도 인접한 사업지 간에도 추가분담금 차이가 두 배 이상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을 보유한 소유자들은 재개발 시 입주권이 세대당 하나만 나오기 때문에 사업에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체크 포인트다.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분양 자격'이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은 조합 설립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에 조합원 전매가 제한되는 등 규제가 엄격하다. 만약 분양 자격이 명확하지 않은 물건을 매수할 경우, 입주권을 받지 못해 수년간 재산권 행사를 못 하는 고통을 겪을 수 있다. 김 변호사는 "분양 자격이 1%라도 불확실하다면 거래 전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거래 물량이 부족해 가격이 급등하며 신고가를 경신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는 시장이 안정되어서가 아니라 규제와 자격 문제로 거래 자체가 불가능해진 '거래 절벽'의 결과라는 분석이다.
출처: KB부동산TV 유튜브 「"규제 풀어도 안 됩니다" 재건축 막히는 진짜 이유는...집값 앞으로 '이렇게' 됩니다 (김예림 변호사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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