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10.21 (수)
푸드

CODEX 식품규범 진전…수출 장벽 완화는 ‘아직’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일 제28회 CODEX 수출입검사·인증제도분과 회의에서 한국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식품사기 지침은 최종 채택 단계에 올랐지만 해외작업장 등록과 위생증명서 표준화는 국제 규범 확정까지 후속 절차가 남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일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호주 퍼스에서 열린 제28회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수출입검사·인증제도분과 회의에서 식품사기 예방, 해외작업장 등록, 위생증명서 표준화에 관한 한국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의 결과를 뜯어보면 ‘비관세장벽이 곧 사라진다’고 해석하기는 이르다. 식품사기 지침은 최종 채택 단계에 올랐지만, 작업장 등록과 증명서 표준화는 국제 규범을 만드는 절차가 더 남아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 검사관들이 수입식품 시료를 실험실 분석용으로 준비하는 모습
미국 식품의약국(FDA) 검사관들이 수입식품 시료를 실험실 분석용으로 준비하고 있다. 2009년 2월 촬영한 자료사진. 사진: The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 위키미디어 공용(퍼블릭 도메인)

‘최종 채택’은 식품사기 지침 한 건

이번 회의에는 68개 회원국과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기구 관계자 240명이 참석했다. 식약처가 꼽은 핵심 의제는 식품사기 예방·관리, 이력추적 현대화, 해외작업장 등록, 위생증명서 표준화, 수입식품 통관 거부 이의제기 등 다섯 가지다.

회의 주관기구인 CODEX가 18일 공개한 결과에는 주요 문서 일곱 건의 다음 단계가 구체적으로 적혔다. 식품사기 예방·관리 지침 한 건은 최종 채택을 위해 총회로 보내졌다. 동등성, 국가 식품관리체계의 디지털화, 해외작업장 목록 등 세 건은 5/8단계로 회부됐다. 이력추적 지침 개정 한 건은 5단계로 넘어갔고, 통관 거부 이의제기와 위생증명서 요건 표준화 두 건은 추가 작업을 위해 전자작업반으로 돌아갔다.

제28차 CODEX 수출입검사·인증제도분과 주요 문서 7건의 처리 단계를 나타낸 막대그래프
제28차 CODEX 수출입검사·인증제도분과 주요 문서 7건의 처리 단계. 2026년 10월 18일 기준, 단위 건. 출처: CODEX / 트렌드경제 제작
제28차 CODEX 수출입검사·인증제도분과 주요 문서 처리 결과
처리 단계문서건수
최종 채택 회부식품사기 예방·관리 지침1건
5/8단계 회부동등성 원칙, 식품관리체계 디지털화, 해외작업장 목록3건
5단계 회부이력추적 지침 개정1건
전자작업반 환송통관 거부 이의제기, 위생증명서 요건 표준화2건

CODEX 절차에서 단계가 올라갔다는 것은 회원국의 합의가 진전됐다는 뜻이지, 각국의 통관 규정이 그날부터 바뀌었다는 뜻은 아니다. 특히 5/8단계는 총회의 채택을 앞당길 수 있는 절차지만 최종 결정은 총회에 달려 있다. 전자작업반으로 돌아간 문서는 다음 회의까지 문안을 더 다듬어야 한다.

식품사기, 각국 관리체계에 넣을 공통 언어 만든다

식품사기 지침은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원재료나 원산지, 성분 등을 속이는 행위를 국가 식품관리체계 안에서 예방하고 통제하기 위한 국제 지침이다. CODEX는 이 지침이 기존 규범을 대체하기보다 식품사기에 특화된 기준을 보완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논의 과정에서 식품사기 관련 용어 정의를 모두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일부 수정 뒤 최종 채택 절차로 넘어갔다.

수출기업에 가장 먼저 요구될 변화는 처벌조항보다 기록의 일관성에 가깝다. 원료 구매, 제조, 표시, 유통 단계에서 같은 제품을 서로 다른 이름이나 코드로 관리하면 고의가 아니어도 추적에 시간이 걸린다. 국제 지침이 채택돼 각국 제도에 반영되면 취약성 평가와 이상 징후 관리, 당국 간 정보공유에 공통 기준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채택 이후에도 국내법 반영 여부와 시기는 국가별로 다르다.

해외작업장 등록, ‘전 공정’ 대신 위험도 중심 제안

해외작업장 등록은 원료 생산자와 가공업자, 최종 제조업자 가운데 누구까지 수입국에 등록해야 하는지가 쟁점이었다. 식약처는 최종 제조업자를 기본 등록 대상으로 삼되, 수입국이 제품 위해도와 자국 관리체계에 따라 대상을 추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생산·가공 단계의 모든 영업자를 일률적으로 등록하게 하는 것보다 행정부담을 줄이면서 고위험 품목을 별도로 관리하자는 절충안이다.

하지만 이 방안도 아직 국제 규범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CODEX 회의 결과에 따르면 해외작업장 목록에 관한 부속서는 5/8단계로 총회에 회부됐다. 총회 채택 뒤에도 수입국이 자국 법령과 위험평가에 따라 추가 등록을 요구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등록 의무가 사라질 것으로 전제하기보다, 최종 제조업자와 전 단계 공급자를 구분한 시설 목록을 미리 정비하는 편이 안전하다.

전자증명서 확대와 종이 문서 병행은 별개의 과제

한국은 위생증명서 표준화 논의에서 국가별 디지털 인프라 격차를 고려해 전자 절차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종이 문서를 병행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수출국의 행정부담을 줄이고 국가 간 데이터 교환을 효율화하되, 전산망이 충분하지 않은 국가가 교역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다.

여기서 두 문서를 구분해야 한다. 국가 식품관리체계의 디지털화 원칙은 5/8단계로 회부됐지만, 공식 증명서의 위생 요건을 표준화하는 별도 지침은 전자작업반으로 돌아갔다. 전자화의 큰 원칙은 앞서가고, 실제 증명서에 어떤 확인 문구를 어떤 형식으로 담을지는 추가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당분간 수출기업은 전자증명서 연계 가능성을 점검하면서도 원본·사본 보관과 종이 제출 절차를 함께 유지해야 한다.

국제 기준은 지렛대지만 자동 면제권은 아니다

CODEX 기준이 중요한 이유는 세계무역기구(WTO) 위생·식물위생조치협정이 식품안전 분야 국제 기준으로 CODEX를 명시하기 때문이다. 회원국은 국제 기준을 활용하도록 권고받지만, 과학적 근거나 적절한 위험평가가 있으면 더 높은 보호 수준을 둘 수 있다. 따라서 CODEX 합의는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는 협상의 기준점이지, 수출품에 곧바로 통관 면제권을 주는 장치는 아니다.

이번 회의의 실질적 성과는 서로 다른 국가의 등록·증명·추적 요구를 하나의 문법으로 정리하는 데 있다. 식품사기 지침이 최종 채택되면 기업은 공급망 취약성 평가와 기록관리 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작업장 등록과 위생증명서 논의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국가별 요구를 비교해 중복 서류를 찾고, 전자·종이 증빙을 함께 운용할 준비가 필요하다. 규범의 속도와 현장 시행의 속도가 다르다는 점을 놓치지 않는 것이 K-푸드 수출기업의 첫 대응이다.

참고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보도참고] 식약처,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비관세장벽 해소 앞장」, 2026년 10월 20일, https://www.mfds.go.kr/brd/m_99/view.do?seq=50423

Codex Alimentarius, “CCFICS28 concludes after ‘a very big but a very productive week’”, 2026년 10월 18일, https://codex.fao.org/news/news-detail/2026/10/18/ccfics28-concludes-after--a-very-big-but-a-very-productive-week

세계무역기구(WTO), “Sanitary and phytosanitary measures - gateway”, https://www.wto.org/english/tratop_e/sps_e/sps_e.htm

푸드아이콘, 「식품 수출입 인증, 과도한 규제 줄인다…식약처, CODEX에 개선안 제시」, 2026년 10월 20일, https://www.foodic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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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강부
트렌드경제신문 · 기자

트렌드경제신문에서 수입차 분야를 주로 취재합니다. 국산차, 사회 기사도 함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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