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방송 11편, ATF행…수출 전 공개할 세 가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AI 활용 방송콘텐츠 11편을 ATF 2026 해외유통 지원작으로 선정했다. 제작 4편과 기획 7편을 구분하고, 수출 전 공개해야 할 AI 사용 범위·권리·계약 성과 지표를 짚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지난 9월 23일 AI 기술을 활용한 국내 방송콘텐츠 11편을 12월 싱가포르 아시아 TV 포럼&마켓(ATF) 연계 해외유통 지원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11편 가운데 제작 지원을 받은 작품은 4편, AI를 활용해 기획 중인 작품은 7편이다. 선정작 수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서로 다른 두 단계가 실제 투자·판매·방영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 그리고 AI가 개입한 범위와 권리관계를 해외 구매자에게 얼마나 구체적으로 설명하는지다.

11편은 한 묶음이 아니다
위원회 발표에서 제작 단계 작품 4편의 예로는 AI 디에이징 기술을 쓰는 ‘원더코치’가 제시됐다. 기획 단계 7편의 예로 든 ‘잊지 못할 듀엣 2’는 사진으로 영상 장면을 만드는 기술을 활용한다. 같은 ‘AI 방송콘텐츠’라는 이름 아래 있어도 한쪽은 제작 결과물을 보여 줄 수 있고, 다른 쪽은 기획과 기술 적용 방식을 설명해 투자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11편을 모두 완성작처럼 세거나, ATF 참가를 곧바로 수출로 표현하면 사업의 실제 단계를 흐리게 된다.
ATF 일정은 12월 3일부터 5일까지다. 지금 확인되는 사실은 해외 투자자에게 11편을 소개하고 투자 상담을 지원한다는 계획까지다. 계약 건수, 계약액, 선판매 지역, 실제 편성 여부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진출’이라는 말은 시장에 나간다는 뜻이고, 거래가 끝났다는 뜻은 아니다.
| 구분 | 편수 | 현재 확인 가능한 단계 | 다음에 확인할 지표 |
|---|---|---|---|
| AI 기반 제작 지원작 | 4편 | 제작 단계 | 완성·납품, 판권 계약, 실제 방영 |
| AI 활용 기획작 | 7편 | 기획 단계 | 투자 유치, 제작 전환, 편성 확정 |
| 합계 | 11편 | ATF 소개 예정 | 상담과 계약을 구분한 후속 공개 |
성과표는 상담·계약·방영을 나눠야 한다
해외마켓 성과를 한 줄의 ‘상담 건수’로만 발표하면 작품별 진척을 알기 어렵다. 상담은 잠재 구매자와 대화한 횟수이고, 양해각서나 옵션 계약은 후속 협상의 출발점이며, 방영권 판매와 납품 완료는 또 다른 단계다. 같은 업체가 여러 차례 만난 경우를 어떻게 셌는지, 한 작품이 여러 지역과 계약했는지도 함께 공개해야 숫자를 비교할 수 있다.
이번 사업의 후속 공개는 최소한 네 칸으로 나눌 필요가 있다. 첫째 작품별 유효 상담 상대 수, 둘째 투자·공동제작·판권판매 계약을 구분한 건수와 금액 범위, 셋째 계약 지역과 권리 기간, 넷째 실제 납품·편성·공개 여부다. 기획작 7편에는 ‘제작 전환’이라는 별도 지표도 필요하다. 이 구분은 정부 발표에 이미 들어 있다는 뜻이 아니라, 선정 수치가 실적처럼 소비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검증 기준이다.
AI 사용 범위는 장면 단위로 설명해야
해외 판매 자료에는 ‘AI 활용’이라는 표지만으로 부족하다. 어떤 도구를 어느 공정에 썼는지, 생성 또는 변형된 영상·음성의 구간이 어디인지, 배우와 원자료 제공자의 동의 범위가 무엇인지, 결과물과 입력 자료의 권리를 누가 보유하는지까지 나눠 적어야 한다. 디에이징처럼 실제 인물의 외형을 바꾸는 작업과 사진을 움직이는 작업은 초상·실연·원본 사진 권리의 확인 지점이 서로 다르다.
C2PA의 콘텐츠 출처표시 사용자경험 지침도 단순한 ‘AI로 제작’ 표시는 전체 생성인지 일부 편집인지 구분하지 못해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영상에서는 AI가 개입한 특정 프레임이나 시간 구간을 표시하는 방식이 더 구체적이다. 다만 출처표시 기술은 편집 이력을 설명하는 수단이지, 표시된 내용이 모두 진실이라고 자동 보증하는 장치는 아니다. 2026년 공개된 독립 보안 분석도 C2PA를 고위험 판단의 유일한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결론 내렸다.
유럽 유통을 염두에 둔 권리 패키지
싱가포르에서 만날 구매자가 유럽 유통까지 염두에 둔다면 투명성 자료는 더 중요해진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안내에 따르면 AI법 제50조의 투명성 의무는 2026년 8월 2일부터 적용되고, EU 밖 사업자라도 AI 시스템의 결과물이 EU에서 사용되면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생성형 AI 시스템 제공자는 합성 음성·이미지·영상·텍스트가 기계가 읽을 수 있는 방식으로 식별되도록 해야 한다.
실제처럼 보이는 인물·사물·사건을 합성하거나 변형한 딥페이크에는 사람이 알아볼 수 있는 공개도 필요하다. 집행위원회는 기계 판독 표지만으로 이용자 대상 공개 의무를 충족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예술·창작물은 감상을 방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알릴 수 있지만, 그렇다고 사용 사실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11편 모두가 유럽에 판매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시장 상담 단계부터 사람용 표시, 기계용 출처정보, 권리 동의서를 함께 준비하면 구매자가 유통 지역을 넓힐 때 다시 자료를 만들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727억원 R&D와 11편 유통지원은 따로 봐야
정부는 별도로 2026년부터 2030년까지 727억원 규모의 ‘디지털 미디어 혁신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 수치는 방송미디어 AI 연구개발 전체 사업 규모로, 이번 ATF 선정작 11편에 배정된 제작비나 수출액이 아니다. 연구개발 예산과 콘텐츠 유통지원 실적을 한데 더하면 정책 효과를 과장하게 된다.
평가도 분리해야 한다. 기술개발 사업은 제작 시간·비용 절감, 현장 실증, 상용화 같은 지표가 맞고, 콘텐츠 해외유통은 계약·납품·방영과 회수된 매출로 봐야 한다. 여기에 AI 사용 구간과 원자료 권리, 사람의 최종 편집 책임을 공개하면 ‘AI를 썼다’는 홍보 문구가 실제 제작 경쟁력과 신뢰로 이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12월 이후 필요한 것은 성과를 부풀리는 큰 합계가 아니라 작품별 단계가 이동했는지를 보여 주는 후속표다. 제작 4편은 몇 편이 계약·납품됐는지, 기획 7편은 몇 편이 투자와 제작으로 넘어갔는지, 각 작품의 AI 사용과 권리정보가 구매자에게 전달됐는지를 공개해야 한다. 11편의 ‘선정’은 출발점이다. 수출 성과는 그다음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
참고자료
-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AI-BASED BROADCAST CONTENT HEADS TO GLOBAL STAGE” — https://www.kmcc.go.kr/user.do?boardId=1058&boardSeq=69525&dc=E04010000&mode=view&page=E04010000
-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VISIT TO BROADCAST MEDIA AI R&D SITE” — https://www.kmcc.go.kr/user.do?boardId=1058&boardSeq=69523&dc=E04010000&mode=view&page=E04010000
- European Commission, “Transparency obligations under Article 50 of the AI Act” — https://digital-strategy.ec.europa.eu/en/faqs/transparency-obligations-under-article-50-ai-act
- C2PA, “C2PA User Experience Guidance for Implementers” — https://spec.c2pa.org/specifications/specifications/2.2/ux/UX_Recommendations.html
- Golaszewski et al., “Verifying Provenance of Digital Media: Why the C2PA Specifications Fall Short” — https://arxiv.org/abs/2604.24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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