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차 스마트시티 전문가의 퇴직, "연륜은 기술을 넘어선 역사"
2003년부터 스마트시티 마스터플랜을 설계해온 LG CNS 송지성 책임이 정년퇴직을 앞두고 IT 업계에서 연륜이 갖는 가치와 전문성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IT 산업 현장에서 '경험'과 '연륜'은 때로 신기술에 뒤처진 '올드함'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하지만 기술의 변천사를 몸소 겪으며 쌓아온 데이터와 판단의 근거는 대체 불가능한 자산이 된다. LG그룹이 공개한 영상에는 2003년부터 스마트시티 분야의 한 길을 걸어온 LG CNS 송지성 책임의 35년 차 직장 생활과 정년퇴직을 앞둔 소회가 담겨 있다.
"솔루션 이해도를 넘어 역사를 설명한다"… 팀장들이 송 책임을 찾는 이유
송지성 책임은 2003년부터 스마트시티 관련 사업을 수행하며 세종, 부산, 새만금 수변도시 등 우리나라 주요 도시의 마스터플랜 수립에 관여해왔다. 현재는 미국 유타주의 스마트시티 추진 디벨로퍼들을 대상으로 도시 개발 제안과 수업을 진행하며 전문성을 이어가고 있다.
현장에서 송 책임을 함께 겪은 동료와 팀장들은 그의 연륜을 단순한 숙련도가 아닌 '신뢰의 근거'로 평가한다. 송 책임과 10년간 함께 일했다는 동료는 "모든 프로젝트의 히스토리와 경험을 알고 있는 베테랑은 팀 내에서도, 전사적으로도 매우 드물다"며 "단순히 솔루션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우리나라의 발전 과정과 그에 따른 판단 근거, 과거의 어려움을 모두 알고 있기에 고객에게 훨씬 설득력 있는 설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팀장급 리더들 역시 송 책임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선배'로 꼽는다. IT 기술이 급변함에 따라 기존의 지식에 머무르지 않고, AI가 접목된 CCTV 기술처럼 새로운 기술이 비즈니스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끊임없이 학습하며 현업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한 팀장은 "송 책임은 리더가 부탁하기 전에 먼저 필요한 일을 찾아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의 능동적인 태도를 높게 평가했다.
"20년 해온 일 떠날 때의 두려움…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려 노력"
35년 가까운 세월을 한 분야에 몰입해온 만큼, 정년을 앞둔 마음은 복잡하다. 송 책임은 20년 가까이 매진해온 일을 떠나 새로운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는 사실에 두려움이 컸다고 고백했다. 특히 후배들이 팀장으로 성장함에 따라, 선배로서 그들의 성과에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가장 큰 심적 부담이었다.
직장 생활의 고비도 있었다. 승진이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함을 느꼈던 시기에는 등산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마음을 다스리기도 했다. 그는 "일과 나를 동일시할 만큼 업무에 몰입했던 것 같다"며, 당시의 어려움을 묵묵히 견뎌냈던 과정을 회상했다.
딸이 기록한 아빠의 뒷모습, "퇴직 후에도 도시를 공부하고 싶다"
정년퇴직을 앞둔 아빠의 모습을 영상으로 기록한 것은 그의 딸 송민주 씨다. 송 씨는 아빠가 프로젝트를 위해 일 년에 15번씩 미국 출장을 가야 했던 시절, 가족과 함께하지 못했던 미안함을 아빠의 열정적인 모습에서 발견했다. 송 씨는 "아빠가 일하는 모습은 여전히 눈이 반짝일 정도로 적극적이고 열정적이었다"고 전했다.
송 책임은 퇴직 후에도 전문성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파리나 제노바 같은 해외 도시들을 방문해 도시가 만들어진 역사와 과정, 그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직접 묻고 배우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향후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도시 설계에 관한 책을 집필하고 싶다는 포부도 덧붙였다. 그는 스스로를 "자기가 하는 일의 끝을 본 사람, 내 분야에서는 베테랑"이라고 정의하며 현직에서의 마지막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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