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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09.24 (목)
경제

이라크 미수금 5,650억 원 리스크…수주 규모보다 '현금 회수 구조'가 핵심

이라크 내 한국 기업 미수금이 5,650억 원에 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외 수주 시 계약 규모보다 현금 회수 구조와 국가 리스크를 확인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임상우 | 입력 | 댓글 0
이라크 미수금 5,650억 원 리스크…수주 규모보다 '현금 회수 구조'가 핵심
파란색 파도 그래픽 배경 앞에 한 남성이 서 있는 모습

해외에서 대규모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은 시장에서 흔히 호재로 받아들여지지만, 실제 계약 금액이 기업의 현금 유입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이라크에서 한국 건설 및 방산 기업들이 받지 못한 미수금이 최소 5,650억 원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수주 규모보다 대금 회수 가능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금 대신 원유 지급 제안…기업에 전가되는 리스크

무역킹 Trade King 영상에 따르면, 현재 이라크 정부는 재정 사정의 어려움을 이유로 한국 기업들에 지급해야 할 공사 및 납품 대금을 미루고 있다. 이라크 정부는 공무원 월급, 국방비, 국가 운영비 등 내부 지출을 우선시하며 "지금 한국 기업에 줄 돈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라크 정부가 현금 대신 원유로 대금을 지급하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어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영상에서는 현금 100억 원과 100억 원어치의 원유는 기업 입장에서 가치가 완전히 다르다고 분석한다. 기업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직원 월급과 자재비를 결제할 수 있는 현금이다. 만약 현금 대신 원유를 받게 될 경우, 기업은 이를 한국으로 운송하고 보관해야 하며, 매각할 거래처를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 여기에 원유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까지 기업이 온전히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 핵심 리스크로 꼽힌다. 즉, 원유 가격이 하락할 경우 기업은 현금 가치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전쟁·달러 부족·정치 혼란이 부르는 '수주 잔혹사'

해외 수주 기업이 계약을 정상적으로 이행하고도 대금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국가 리스크' 때문이다. 영상에서는 이를 네 가지 주요 변수로 설명한다. 첫째는 전쟁이다. 전쟁 발생 시 국가는 군비와 식량 확보를 우선시하므로 외국 기업에 줄 대금의 우선순위가 밀리게 된다. 둘째는 달러 부족이다. 해외 거래는 통상 달러로 이루어지는데, 해당 국가의 외화 보유고가 부족하면 자국 화폐가 있어도 대금을 지급할 수 없다. 셋째는 경제 제재다. 국제적인 제재로 인해 송금망(SWIFT 등)이 차단되면 기업의 잘못과 무관하게 대금 수령이 불가능해진다. 마지막은 정치적 혼란이다. 정권이나 담당 공무원이 교체될 경우 기존 계약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지며 지급이 무기한 연장될 수 있다. 특히 경제 시스템이 선진화되지 못한 국가일수록 이러한 정치적 변수가 치명적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러한 리스크는 현실로 나타났다. 1970~80년대 이라크 건설 붐 당시 한국 기업들은 도로, 발전소, 주택, 병원 등 대규모 인프라를 구축했으나, 이후 이란-이라크 전쟁과 걸프전, 국제 제재 등을 겪으며 막대한 미수금을 떠안았다. 일례로 현대건설의 경우 이라크 미수금이 한때 16억 5,000만 달러(한화 약 2조 원 규모)에 달하기도 했다. 당시 협상을 통해 채권의 80%를 감면하거나, 나머지 원금과 이자를 장기간에 걸쳐 나누어 받는 분할 회수 방식으로 정리해야 했던 사례는 수주 뉴스의 이면에 복잡한 현실이 있음을 보여준다. 뉴스에서 '미수금 회수'라는 짧은 문구로 보도되더라도, 실제로는 10년 넘게 기다리거나 원래 받아야 할 금액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명한 투자자를 위한 '해외 수주 체크리스트' 5가지

영상에서는 향후 해외 수주 공시가 나올 때 투자자가 반드시 확인해야 할 다섯 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우선 '누가 돈을 내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지급 주체가 정부인지, 국영기업인지, 혹은 민민간기업인지에 따라 신뢰도가 달라지며, 해당 주체의 과거 대금 지급 이력도 중요하다. 둘째는 '국가의 안정성'이다. 전쟁 가능성, 정권 교체 빈도, 경제 제재 위험, 달러 보유량 등을 살펴야 한다. 셋째는 '대금 지급 시기'다. 선급금, 중도금, 잔금의 지급 구조가 어떻게 설계되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넷째는 '보험 및 보증 여부'다. 수출 보험이나 은행 보증 같은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면 최악의 상황에서 기업이 받는 충격을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지표는 '실제 현금 유입 여부'다. 수주 규모는 커지는데 미수금만 계속 쌓이고 현금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이는 기업 경영에 위험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 반대로 수주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돈을 제때 받고 현금이 꾸준히 유입되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튼튼하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기업의 가치는 계약서상의 숫자가 아니라 실제로 유입되는 현금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라크 #한국 기업 #현대건설 #미수금 #국가 리스크 #해외 수주
임상우
트렌드경제신문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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