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속도조절론은 착시"…기술 격차 확대에 AI 투자 사이클 지속 전망
AI 모델의 추론 능력 향상으로 인한 토큰 사용량 폭증이 예상됨에 따라, AI 투자 사이클은 지속될 전망이다. TSMC의 가격 인상과 일본 소부장 기업의 성장 가능성 등 동아시아 반도체 공급망의 모멘텀이 주목된다.
최근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는 'AI 속도조절론'이 실제 AI 투자 사이클을 꺾는 변수가 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AI 모델 간 기술 격차가 다시 벌어지고 있으며, 향후 AI가 처리해야 할 데이터량(토큰)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우리은행 김현 투자상품전략 담당은 23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모닝경제Plus'를 통해 현재의 AI 투자 환경과 반도체 시장의 향후 전략을 제시했다.
기술 격차 확보한 미국 AI, '속도조절론'은 전략적 방어 기제
최근 엔트로픽이나 오픈AI와 같은 프론티어 모델 개발사들을 중심으로 AI 발전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담당은 기술적 배경과 기업들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해석을 내놓았다. 인텔리전스 인덱스(AI 모델 지능 지수)를 살펴보면, 최근 미국 모델들이 중국 모델과의 기술적 격차를 다시 확보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단순 정답 맞히기를 넘어 미지의 문제를 해결하는 '추론 능력'과 '장기 업무 수행 능력'에서 미국 모델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담당은 "속도조절론을 주장하는 기업들은 기술적 격차를 확보한 상태에서 실존하는 AI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위협을 체감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며 "이면적으로 보면 기술적 지위를 유지하면서 후발주자들이 빠르게 따라오는 루트를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규제의 방향이 컴퓨팅 파워 자체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이기에, 엔비디아와 같은 반도체 기업들이 주도하는 AI 투자 사이클 자체를 건드리는 이슈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토큰 사용량' 폭증 전망…반도체 투자 사이클은 여전히 '상향'
AI 모델의 진화는 곧 막대한 데이터 처리량으로 이어진다. 최근 등장한 GPT-6(아스트라) 등 최신 모델들은 학습된 데이터를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처음 접하는 과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추론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김 담당은 "이러한 추론 능력의 향상은 AI가 장시간 스스로 코딩을 하거나 자료를 찾는 등 업무를 수행한다는 의미이며, 이는 곧 어마어마한 양의 토큰을 사용하게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AI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버코어 ISA 등 주요 기관들은 2030년까지 토큰 사용량이 현재보다 20~30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자본 지출(CAPEX) 전망치는 한 번도 꺾이지 않고 상향 조정되고 있다. 김 담당은 "AI 에이전트의 등장으로 CPU 수요가 늘고, 추론 과정이 고도화됨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뒤따르는 반도체 전반의 강한 사이클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TSMC 가격 인상 및 일본 소부장 주목…동아시아 공급망의 부상
투자 전략 측면에서는 한국과 대만, 일본을 잇는 동아시아 반도체 공급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만의 핵심 기업인 TSMC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수요에 힘입어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AI 반도체 관련 가격 인상이 약 10%가량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3나노 및 2나노급 최선단 공정의 공급 확대가 예정되어 있어, 가격 상승과 물량 증가가 동시에 일어나는 실적 확대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반도체 시장 역시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약 10조 엔, 2040년까지 68조 엔 규모의 로드맵을 통해 반도체 산업 부흥을 추진 중이다. 구마모토의 TSMC 공장이나 히로시마의 마이크론 공장 등 글로벌 팹(Fab)들이 일본 내에 들어서면서 최첨단 공정 중심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발주가 늘어날 전망이다. 김 담당은 "AI 반도체의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고마진 제품의 사용 빈도가 높아질 것이며, 일본 소부장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 향후 2~3년 내 30%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시장 전망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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