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10.12 (월)
그린에너지

해상풍력 55GW 입찰 로드맵…안전평가 기준은 이제 공동개발

한국전기안전공사는 10월 12일 LS일렉트릭과 풍력발전설비 안전성 평가기술과 기준을 공동 개발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2026~2035년 해상풍력 입찰물량 55GW를 제시한 가운데, 입찰 확대가 실제 안전으로 이어지려면 데이터 범위와 성능 검증, 현장 적용 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전기안전공사가 12일 밝힌 LS일렉트릭과의 협약은 풍력발전설비의 상태를 진단하고 사고 위험을 미리 가려낼 안전성 평가기술과 기준을 함께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협약은 지난 8일 서울 LS용산타워에서 체결됐다. 정부가 올해 6월 향후 10년간 해상풍력 입찰물량 55GW를 제시한 가운데, 설비 확대 속도에 맞춘 안전기준이 아직 공동개발 단계에 있다는 점에서 이번 협력의 성과와 공개 범위가 주목된다.

영국 버보뱅크 해상풍력단지에서 정비선이 풍력터빈 사이를 운항하는 모습
영국 버보뱅크 해상풍력단지의 유지보수 현장. 이번 협약 현장과는 무관한 자료사진. 사진: Richard Webb / 위키미디어 공용(CC BY-SA 2.0)

검사 데이터와 예측기술을 한 체계로

두 기관의 역할은 비교적 선명하다. 전기안전공사는 설비 검사와 점검 과정에서 축적한 안전관리 데이터와 현장 경험을 제공하고, LS일렉트릭은 기후·운영 데이터를 활용한 발전량 예측 기술을 보탠다. 협력 항목에는 안전기술 개발, 기술정보 교류, 디지털 안전관리 체계를 위한 안전기준·표준 개발이 포함됐다.

핵심은 ‘발전량을 얼마나 정확히 예측하느냐’에서 끝나지 않는다. 바람이 강한데 출력이 떨어지거나, 같은 조건에서 진동·온도·전류가 평소와 다른 패턴을 보일 때 이를 고장 전조로 분류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장 점검에서 확인한 실제 결함과 운영 데이터의 이상 신호를 연결하면 정비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 반대로 출력 변동만으로 위험을 단정하면 불필요한 정비와 가동 중단이 늘어날 수 있다. 평가기술에는 경보 정확도와 오탐률을 함께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55GW는 ‘설치 실적’ 아닌 입찰물량

안전기준 개발이 시급한 배경에는 정부의 보급 확대 계획이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6월 30일 공개한 해상풍력 중장기 입찰 이행안에서 2026년부터 2035년까지 총 55GW의 입찰물량을 제시했다. 2026~2030년에는 28GW 수준을 우선 공고하고, 2030년까지 보급·착공 10.5GW, 2035년 누적 보급 25GW를 목표로 했다. 이 계획은 3년마다 이행 실적과 기반시설 확충 상황 등을 반영해 수정·보완된다.

정부 해상풍력 확대 계획의 세 가지 수치
정부 해상풍력 확대 계획의 세 가지 수치
정부의 해상풍력 입찰·보급 계획. 입찰물량을 실제 설치용량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자료: 기후에너지환경부
정부 해상풍력 계획의 주요 지표
구분수치기준 시점·의미
10년 입찰물량55GW2026~2035년 공고 예정 물량
우선 입찰물량28GW2026~2030년 공고 계획
보급·착공 목표10.5GW2030년까지 누적
누적 보급 목표25GW2035년까지
계획 점검 주기3년실적·기반시설 등에 따라 보완

수치의 단위를 구분해야 한다. 55GW와 28GW는 앞으로 공고할 입찰물량이며, 실제 준공이나 상업운전 실적이 아니다. 사업은 입찰 뒤에도 인허가, 금융조달, 항만·설치선박 확보, 시공과 계통연계를 거쳐야 한다. 정부도 지난해 12월 계획에서 국내 해상풍력 상업운전이 2025년 기준 연간 0.35GW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같은 문서에서 2030년까지 연간 4GW를 처리할 항만 체계와 15MW급 설치선박 4척 이상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연간 상업운전 0.35GW와 항만 처리능력 4GW는 성격이 다른 수치다. 전자는 실제 운전 실적, 후자는 구축하려는 기반시설의 처리능력이다. 두 수치의 단순 배수를 곧바로 보급 증가율로 읽을 수는 없다. 다만 설비 수와 프로젝트 규모가 커질수록 검사 대상, 운영 데이터, 유지보수 의사결정도 함께 늘어난다는 방향은 분명하다. 안전관리 체계가 건설 속도보다 늦어지면 준공 뒤에 기준을 보완하는 비용이 커질 수 있다.

‘공동개발’ 다음 단계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번 발표는 개발 방향을 제시했지만 결과물의 공개 일정은 담지 않았다. 어느 터빈이나 단지를 대상으로 실증할지, 평가 항목과 위험 판정 임계값을 누가 검증할지, 개발한 기준을 공공 검사에 어떻게 연결할지에 대한 일정도 확인되지 않는다. 협약 자체를 안전기준 완성이나 현장 적용으로 표현할 수 없는 이유다.

기술의 신뢰성을 확인하려면 최소 세 가지 정보가 뒤따라야 한다. 첫째, 학습·검증에 쓰는 데이터가 터빈의 연식과 제조사, 육상·해상 환경을 얼마나 폭넓게 포괄하는지 공개해야 한다. 특정 기종의 정상 운전 자료에 치우치면 다른 설비의 이상을 놓칠 수 있다. 둘째, 경보가 실제 고장으로 이어진 비율과 고장을 놓친 비율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셋째, 사업자와 검사기관이 같은 데이터를 보더라도 동일한 판정을 내릴 수 있도록 평가 절차와 기록 보존 기준을 표준화해야 한다.

데이터 권한도 중요한 쟁점이다. 터빈 운영 정보는 제조사와 발전사업자의 영업정보일 수 있지만, 안전 판정 근거가 전부 비공개이면 사고 예방 성능을 외부에서 검증하기 어렵다. 원시 데이터를 모두 공개하지 않더라도 평가 항목, 검증 방법, 경보 단계별 조치, 성능 지표는 투명하게 제시할 수 있다. 독립된 제3자가 재현할 수 있는 시험 절차가 있어야 기술 협력이 공공 안전기준으로 확장될 수 있다.

정책 점검표에 ‘안전기준 이행’ 넣어야

정부의 중장기 입찰 이행안은 3년마다 보급 실적, 기반시설 확충, 제도 개편, 업계 수요 등을 종합해 재점검하도록 설계됐다. 이 점검표에 안전기준 개발과 현장 적용 실적을 별도 항목으로 넣을 필요가 있다. 입찰된 용량만 집계할 것이 아니라 안전성 평가를 거친 설비 비율, 주요 경보의 처리시간, 반복 결함의 개선 여부처럼 운영 단계 지표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

전기안전공사와 LS일렉트릭의 협약은 검사 현장 데이터와 민간 예측기술을 연결한다는 점에서 출발점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협약서에 적힌 ‘기술·기준 개발’이 실제 예방 체계가 되려면 일정, 실증 대상, 성능 검증, 표준 채택 경로가 공개돼야 한다. 55GW 입찰 로드맵은 산업 규모를 보여주지만 안전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확대 계획이 현실이 될수록 안전기준의 완성 시점과 검증 방식도 보급 목표만큼 구체적이어야 한다.

참고자료

#해상풍력 #풍력발전 #한국전기안전공사 #LS일렉트릭 #안전성평가 #재생에너지 #해상풍력입찰
이
이강부
트렌드경제신문 · 기자

트렌드경제신문에서 수입차 분야를 주로 취재합니다. 국산차, 사회 기사도 함께 씁니다.

기자의 다른 기사 ›
저작권자 ⓒ 트렌드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0댓글

현재 댓글 작성이 비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