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10.14 (수)
그린에너지

대출 85% 길 열렸지만…햇빛소득마을 42곳 중 즉시 추진은 1곳

한국에너지공단과 농협·수협·신협·새마을금고 중앙회가 10월 12일 햇빛소득마을 금융지원 협약을 맺었다. 시설자금의 최대 85%를 빌릴 길이 열렸지만 강원 2차 선정 42곳 중 즉시 추진 가능한 곳은 1곳뿐이다. 자금조달보다 계통 접속이 더 단단한 병목으로 떠올랐다.

한국에너지공단과 농협·수협·신협·새마을금고 중앙회는 10월 12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햇빛소득마을’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맺었다. 사업비의 최대 85%를 지역 상호금융에서 빌리고 정부가 이자 일부를 보전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같은 시기 발표된 강원 지역 2차 공모 결과에서는 선정 42곳 가운데 즉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곳이 단 1곳에 그쳤다. 마을 태양광의 다음 병목이 돈만이 아니라 전력망이라는 사실이 숫자로 확인됐다.

미국 농촌의 농지 주변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미국 농촌 지역의 태양광 설비. 국내 햇빛소득마을 사업지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사진이다. 사진: USDAgov / 위키미디어 공용(퍼블릭 도메인)

금융 창구 넓혔지만 실제 부담은 사업별로 달라

이번 협약에서 에너지공단은 사업 안내와 지원 대상 확인, 추천서 발급, 이차보전금 지급을 맡고 4개 중앙회는 대출상품을 개발해 지역 조합의 취급을 지원하기로 했다. 협약 보도에 따르면 대출 한도는 시설자금의 최대 85%다. 다만 적용 금리는 각 상호금융의 변동금리여서 ‘정부 지원을 받으면 누구나 같은 저금리’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담보가치와 차주의 신용, 지역 조합의 심사 결과에 따라 실제 조달비용이 달라질 수 있다.

행정안전부 소개자료에는 지원 규모가 300kW 이상 1MW 이하, 사업당 최대 30억원으로 제시돼 있다. 상환 구조는 5년 거치 뒤 10년 분할상환이고, 소개자료상 대출금리는 분기별 변동 2.0%로 안내됐다. 반면 10월 협약 보도는 상호금융 변동금리와 이차보전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사업자는 안내자료의 예시 수치만으로 수익성을 계산하기보다 실제 약정서의 기준금리, 가산금리, 담보조건, 중도상환 비용을 확인해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은 이 구조의 취약점을 먼저 짚었다. 정부안은 햇빛소득마을 340MW에 대한 이차보전 예산 60억원을 편성하면서 기준금리 4.25%, 보전 폭 2.5%포인트, 사업자 부담 1.75%를 산정의 전제로 삼았다. 그러나 예산정책처는 실제 대출금리가 신용과 담보 여건에 따라 가정치를 웃돌 수 있어 차주의 부담금리가 1.75%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1.75%는 확정 상품금리가 아니라 예산 계산의 가정이라는 뜻이다.

집행 시점도 변수다. 같은 분석은 과거 유사 이차보전 사업이 2023년 전액 미집행된 뒤 2024년 폐지된 사례를 들며, 대출상품 설계와 금융기관 협약, 개별 사업 심사가 늦어지면 연내 집행이 어렵다고 봤다. 10월 12일 협약은 창구를 만든 단계다. 중앙회와 지역 조합 사이의 세부 업무협약, 신용보강 장치, 대출심사 기준이 뒤따라야 마을의 실제 착공으로 이어진다.

강원 42곳 중 41곳 ‘조건부’…전국도 즉시 추진 5.3%

금융보다 더 큰 제약은 송배전망이다. 강원도가 발표한 2차 공모 결과를 보면 45곳이 신청해 42곳이 선정됐지만 즉시 추진 가능 판정을 받은 곳은 원주 단 1곳이었다. 나머지 41곳은 계통 여유 부족 등을 이유로 조건부 선정됐다. 선정 마을의 97.6%가 사업성을 인정받고도 전력망 접속이라는 다음 관문을 남겨둔 셈이다.

전국 수치도 비슷하다. 2차 공모에는 608곳이 신청해 436곳이 선정됐고, 이 가운데 즉시 추진 가능 마을은 23곳, 조건부 선정은 413곳이었다. 즉시 추진 비율은 5.3%에 불과하다. 1차 선정 87곳까지 합하면 누적 선정은 523곳으로 늘었지만, 선정 건수와 실제 발전소 가동 건수 사이에는 긴 시간차가 생길 수 있다.

햇빛소득마을 2차 공모 즉시 추진과 조건부 선정 비교
햇빛소득마을 2차 공모 즉시 추진과 조건부 선정 비교
전국 및 강원 2차 공모 선정 결과. 비율은 선정 마을 수를 기준으로 계산했다. 자료: 강원도 발표를 인용한 연합뉴스·에너지경제신문

조건부 선정이 곧 사업 취소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접속 가능한 선로와 변전소 용량, 보강 공사 일정, 계통 접속 비용을 확인한 뒤 추진 여부가 갈린다. 문제는 금융 약정의 거치·상환 일정과 계통 보강 시점이 맞지 않을 수 있다는 데 있다. 대출이 먼저 실행됐는데 접속이 늦어지면 발전수입 없이 이자와 개발비를 부담하는 공백이 생긴다.

ESS 90% 지원도 ‘시간 이동’ 수단…망 증설 대체재는 아냐

정부는 계통 포화 지역의 대안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제시했다. 햇빛소득마을 소개자료에 따르면 계통 포화 지역에서 ESS를 연계하면 설치비의 최대 90%를 지원받을 수 있다. 국비 50%와 지방비 40%를 합친 구조다. 낮에 생산한 전기를 저장했다가 다른 시간에 내보내면 특정 시간대의 접속 부담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ESS는 전력의 공급 시간을 옮기는 장치이지 모든 지역의 물리적 선로 부족을 자동으로 없애는 설비는 아니다. 이 대목은 공개자료를 토대로 한 분석이다. 출력제어 규칙과 충·방전 시간, 접속용량 산정 방식이 사업별로 맞지 않으면 저장장치를 설치하고도 접속 대기가 이어질 수 있다. 배터리 교체비와 화재안전 설비, 유지관리 비용까지 15년 상환기간의 현금흐름에 반영해야 한다.

햇빛소득마을 사업자가 계약 전 확인할 네 가지
항목공개된 지원확인할 실행조건
시설자금사업비의 최대 85%실제 변동금리·담보·상환수수료
이차보전정부가 이자 일부 지원지원기간과 차주 최종 부담금리
계통 접속선정 뒤 접속 검토접속 가능 시점·보강비·출력제어
ESS포화 지역 설치비 최대 90%지방비 확보·운영규칙·교체비

3차 공모는 30일까지…‘선정 수’보다 접속 가능한 MW 공개해야

행정안전부는 9월 17일부터 10월 30일까지 3차 공모 신청을 받고 12월 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목표는 전국 700개 마을 조성이다. 1차에는 129곳이 신청해 87곳이 선정됐고, 2차 신청은 608곳으로 급증했다. 주민이 마을법인이나 협동조합을 구성해 공용부지 등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수익을 나누는 모델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의미다.

이제 성과지표도 달라져야 한다. 선정 마을 수만 집계하면 조건부 사업이 쌓이는 속도를 놓친다. 정부와 지자체는 선정, 금융약정, 계통 접속 확정, 착공, 상업운전의 단계별 건수와 용량을 함께 공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변전소별 접속 가능 시점과 예상 보강비를 공모 전에 알려야 마을이 토지 임차와 인허가 비용을 먼저 지출하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금융기관에도 과제가 있다. 대출 실행일을 착공이나 계통 접속 확정과 연동하고, 접속 지연 때 거치기간을 조정하는 조건을 표준약정에 담을 수 있다. 정부는 이차보전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저신용 마을법인에 보증을 붙이거나, 주민이 실제 부담할 금리 상한을 명확히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그래야 85%라는 큰 대출비율이 지역 간 신용 격차를 확대하는 대신 초기 자본의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햇빛소득마을의 승부처는 ‘선정’ 다음이다. 돈을 빌릴 창구, 전기를 보낼 선로, 주민에게 배당이 돌아갈 때까지 버틸 현금흐름이 같은 일정표 위에서 맞물려야 한다. 이번 협약은 첫 번째 문을 넓혔다. 42곳 중 41곳이 조건부라는 강원의 숫자는 두 번째 문인 전력망을 함께 열지 않으면 금융지원의 효과도 제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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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강부
트렌드경제신문 · 기자

트렌드경제신문에서 수입차 분야를 주로 취재합니다. 국산차, 사회 기사도 함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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