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10.28 (수)
그린에너지

풍력 정비 안전 OPS…작업허가서가 먼저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고용노동부가 10월 22일 풍력발전 유지·보수용 안전 포인트(OPS)를 내놨다. 타워 하부·내부, 나셀, 블레이드·허브의 다섯 공정별 핵심 조치를 정리했지만, 자료 한 장이 현장 위험성평가와 작업허가, 구조계획을 대신할 수는 없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고용노동부는 지난 22일 풍력발전 유지·보수 작업자를 위한 ‘한눈에 보는 풍력발전 유지·보수 안전 포인트(OPS)’를 공동 배포했다. 지난 3월 23일 경북 영덕 풍력발전소 화재 이후 고소작업과 밀폐공간 작업의 특성을 반영해 만든 11쪽짜리 현장 자료다. 상업운전 중인 풍력발전단지 141곳과 개발사, 터빈 제조사, 유지보수 업체가 배포 대상이다.

정부가 작업 위치와 공정을 나눠 공통 수칙을 제시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다만 OPS는 설비별 작업허가서도, 현장별 위험성평가도 아니다. 같은 ‘나셀 전기설비 점검’이라도 터빈 모델, 잔류에너지, 자동기동 조건, 작업자 숙련도와 기상에 따라 위험은 달라진다. 자료를 게시판에 붙이는 것에서 끝내면 사고 원인을 확인하는 통제 장치가 되기 어렵다.

풍력터빈 블레이드 끝에서 로프 접근 방식으로 점검하는 작업자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 풍력터빈 블레이드 끝을 점검하는 작업자. 국내 현장과는 무관한 자료사진. 사진: U.S. Department of Energy from United States / 위키미디어 공용(퍼블릭 도메인)

사고 뒤 나온 11쪽, 다섯 공정

OPS는 타워 하부 전기설비 점검, 타워 내부 승강·고소 이동, 나셀 구동계 유지·보수, 나셀 전기설비 점검, 블레이드·허브 유지·보수 등 다섯 공정을 분리했다. 위치가 달라질 때 위험의 성격도 감전, 추락, 끼임, 화재, 강풍·낙뢰로 바뀐다는 판단이다.

타워 하부 전기설비에는 잠금·표지 안전조치인 LOTO와 무전압 확인, 절연보호구 착용을 제시했다. 타워 내부에서는 하네스와 라이프라인을 체결하고 리프트 방호장치를 확인하도록 했다. 나셀 구동계 작업은 로터를 완전히 정지하고 브레이크를 체결한 뒤 기어박스 온도와 오일 누유를 확인하는 순서다. 나셀 전기설비 역시 LOTO와 잔류에너지 제거가 핵심이다. 블레이드·허브에는 이중 랜야드와 이중 로프를 쓰고 강풍·낙뢰·강우 등 기상이 악화되면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

풍력발전 유지·보수 OPS의 5개 공정별 핵심 조치
작업 위치·공정핵심 조치
타워 하부 전기설비LOTO, 무전압 확인, 절연보호구
타워 내부 승강·고소 이동하네스·라이프라인 체결, 리프트 방호장치 확인
나셀 구동계로터 완전 정지, 브레이크 체결, 온도·오일 확인
나셀 전기설비LOTO, 잔류에너지 제거, 절연보호구
블레이드·허브이중 랜야드·이중 로프, 기상 악화 시 작업 중지

다섯 공정표의 장점은 작업자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를 먼저 묻게 만든다는 데 있다. 전원을 끊었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고 누가 잠금장치를 걸었는지, 무전압을 어떤 검전기로 확인했는지, 로터의 재가동을 누가 통제하는지까지 기록돼야 통제가 작동한다. 고소 작업도 안전대를 착용했다는 사실보다 어느 지점에 연결했는지, 추락 뒤 매달린 작업자를 누가 어떤 장비로 구조할지가 중요하다.

OPS는 사고 예방의 최소선

정부 자료에는 작업 전 위험성평가, 작업허가,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와 비상연락망·구조계획 확인의 필요성이 함께 담겼다. 이 대목은 OPS가 완성된 답안이 아니라 현장 질문표라는 점을 보여준다. 비정형 작업이 많은 노후 설비에서는 정비 도중 부품 상태나 작업 경로가 바뀌기 쉽다. 최초 계획과 실제 작업이 달라지면 작업을 멈추고 위험성평가를 다시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특히 블레이드 외부 작업은 기상 변화와 대피시간을 함께 봐야 한다. ‘악천후 때 중지’라는 문구만으로는 판단자가 달라질 수 있다. 사업자는 풍속, 낙뢰 접근, 강우, 시정 등 작업 중지 기준을 사전에 정하고 현장에서 확인할 계측 수단과 의사결정권자를 지정해야 한다. 중지 명령이 공정 지연이나 비용 불이익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계약과 작업계획에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

해외 데이터도 나셀과 일상 정비의 위험을 보여준다

세계 해상풍력 안전기구 G+가 낸 2025년 사고 데이터 보고서는 회원사 현장에서 6천920만 작업시간을 집계했다. 2024년보다 작업시간은 5% 늘었고, 백만 작업시간당 기록대상 부상 건수인 TRIR은 3.34에서 3.48로 4% 상승했다. 반면 백만 작업시간당 사망·근로손실 부상 건수인 LTIF는 1.46에서 1.34로 8% 하락했다. 근로손실 부상은 95건에서 93건으로 줄었지만 제한근무 부상은 54건에서 62건, 의료처치 부상은 69건에서 86건으로 늘었다.

G+ 회원사 해상풍력 안전지표 2024년과 2025년 비교, 백만 작업시간당 건수
G+ 회원사 해상풍력 안전지표 2024년과 2025년 비교, 백만 작업시간당 건수
G+ 회원사 해상풍력 안전지표(단위: 백만 작업시간당 건수, 부상은 건)
항목2024년2025년변화
작업시간6,560만 시간6,920만 시간5% 증가
TRIR3.343.484% 상승
LTIF1.461.348% 하락
근로손실 부상95건93건2건 감소
제한근무 부상54건62건8건 증가
의료처치 부상69건86건17건 증가

같은 보고서에서 나셀은 2025년 부상이 가장 많이 보고된 작업 구역이었다. 나셀 부상은 114건으로 2024년 56건의 두 배를 넘었다. 보고서는 건설 단계에서 운영 단계로 옮겨가는 현장이 늘면서 일상 정비, 수작업, 인양 같은 반복 업무의 비중이 커진 점을 위험 변화의 배경으로 짚었다.

이 수치는 G+ 회원사의 세계 해상풍력 현장을 집계한 자료이므로 국내 육상풍력 재해율과 직접 비교할 수 없다. 회원 구성과 보고 대상도 해마다 달라진다. 그럼에도 ‘중대사고 지표가 낮아졌으니 일상 작업도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경고는 유효하다. 낮은 강도의 사고가 늘고 나셀 부상이 급증했다는 사실은 정기점검처럼 익숙한 업무에서도 통제를 반복해야 함을 보여준다.

현장에 남아야 할 것은 서명보다 증거다

OPS를 실제 통제로 바꾸려면 첫째, 작업허가서에 터빈 번호와 공정, 격리할 에너지원, 작업자와 감시자, 기상 중지 기준을 적어야 한다. 둘째, LOTO는 잠금장치 번호와 설치·해제 책임자, 무전압 확인 결과를 남겨야 한다. 셋째, TBM에서는 작업 순서뿐 아니라 작업 간 간섭, 통신 방법, 대피로와 구조 장비 위치를 전원이 확인해야 한다.

넷째, 로프 접근과 전기 작업의 자격·교육 이력이 실제 배치 업무와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다섯째, 계획에서 벗어난 상황이 생기면 누구나 중지권을 행사하고 재평가하도록 해야 한다. 이 다섯 항목이 현장 기록으로 남아야 사고 뒤 책임을 찾는 문서가 아니라 사고 전 위험을 줄이는 장치가 된다.

11월 상세 가이드가 채워야 할 빈칸

고용노동부는 해상풍력과 설비 설치·해체까지 포함한 ‘재생에너지 안전 작업 가이드(풍력발전)’를 11월에 내놓을 계획이다. 후속 가이드는 단순한 수칙 확대보다 현장에서 검증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해상 이송과 구조, 기상 중지 수치, 하도급 간 지휘체계, 자동기동 차단, 장비별 LOTO 예시, 작업 변경 시 재평가 절차가 구체적일수록 활용도가 높아진다.

이번 OPS는 영덕 사고 뒤 정부가 풍력 정비 위험을 공정별로 처음 한 장에 묶었다는 출발점이다. 그러나 안전은 자료를 받았는지가 아니라 작업 전 무엇을 확인했고, 누가 중지 판단을 내렸으며, 구조가 가능한 상태였는지로 입증된다. 141개 단지에 필요한 것은 같은 포스터 한 장이 아니라 각 터빈과 작업에 맞춘 141개의 살아 있는 위험성평가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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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강부
트렌드경제신문 · 기자

트렌드경제신문에서 수입차 분야를 주로 취재합니다. 국산차, 사회 기사도 함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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