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는 노하우가 핵심"…김준하 교수, 피지컬 AI 완성할 '암묵지' 강조
김준하 GIST 교수가 피지컬 AI 시대의 핵심 동력으로 숙련공의 '암묵지'를 꼽으며, 이를 데이터 자산화하고 제어할 수 있는 권한 설계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텍스트와 코드를 생성하는 단계를 넘어 현실 세계에서 물리적 행동을 수행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피지컬 AI가 진정한 지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문서화된 매뉴얼을 넘어, 인간 숙련공만이 가진 '설명할 수 없는 노하우'를 데이터화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티타임즈TV가 전한 김준하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의 인터뷰에 따르면, 현재 AI의 한계는 명확히 문서화되거나 매뉴얼화된 '명시지(Explicit Knowledge)'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마이클 폴라니의 저서를 인용하며 "우리는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We can know more than we can tell)"고 언급했다. 즉, 인간은 언어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방대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암묵지(Tacit Knowledge)'를 어떻게 AI의 지능으로 전환하느냐가 피지컬 AI의 성패를 결정짓는다는 설명이다.
"굴착기 운전자의 판단, 데이터화가 관건"
김 교수는 암묵지의 실체를 설명하기 위해 굴착기 운전의 사례를 들었다. 단순히 땅을 파는 동작은 자동화할 수 있지만, 흙이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 지면을 살짝 흔들거나, 작업 중 바위가 나타났을 때 위험을 감지하고 옆으로 피하는 판단은 숙련공의 암묵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기존의 매뉴얼만으로는 학습이 불가능한 영역이다.
그렇다면 이 '설명할 수 없는 지식'을 어떻게 데이터로 만들 수 있을까. 김 교수는 모든 과정을 일일이 학습시키는 방식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핵심적인 포인트(Point)들을 학습시켜 그 사이의 '맥락(Context)'을 가르치는 방식을 제안했다. A와 B라는 데이터 사이의 연결 고리를 이해시키는 것이 바로 암묵지 AI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단순히 수백만 개의 토큰을 학습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이런 거야'라는 맥락을 AI에게 찾아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교수는 숙련공과 명장들의 노하우를 자산화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인사 정책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숙련공들을 임금피크제로 묶어두는 것은 비인간적인 제도"라고 지적하며, "이들의 노하우가 동의나 보상 없이 사용되지 않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그들의 판단과 기록을 기업의 핵심 자산으로 대우해야 한다"고 말했다. 숙련공을 퇴직 대상이 아닌 '데이터 자산의 보유자'로 접근해야 기업에 유리하다는 논리다.
AI의 폭주 막을 '권한 설계 기술'이 향후 5년의 화두
피지컬 AI가 현실 세계로 나오게 되면 인간과의 '충돌'은 피할 수 없는 숙제가 된다. 김 교수는 AI가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할 때, 이를 제어할 수 있는 '권한 설계 기술'이 향후 3~5년 동안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의 AI 개발이 '새로운 것을 움직이게 하는 기술'에 집중되어 있다면, 앞으로는 '개발해 놓은 것을 어떻게 못 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제어 기술이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AI가 위험한 행동을 하려 할 때 인간의 암묵지가 작동해 이를 제지하는 권한이 필요하다"며, 이는 단순한 코딩 기술을 넘어 인간 사이의 합의와 보안, 암호화 기술 등이 결합된 고도의 설계 기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권한 설계는 AI 에이전트에게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부여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와 직결된다. 김 교수는 "AI가 인간의 범위를 침범하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에 개발자들이 고민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권한 설계 기술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피지컬 AI의 상업화 역시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마트 팩토리 넘어 피지컬 AI로…한국 제조업의 기회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피지컬 AI와 기존 스마트 팩토리의 차이점을 명확히 구분했다. 스마트 팩토리가 동일한 동작을 반복하는 '자동화'에 초점을 맞춘다면, 피지컬 AI는 각기 다른 공정과 작업 환경에서도 스스로 판단하여 행동하는 '지능화'를 의미한다.
그는 한국이 피지컬 AI 산업의 최적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한국을 주목한 이유를 언급하며, 한국이 전 세계적으로 '점(데이터/기술)들을 연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국가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LLM(거대언어모델)이 화면 속에 갇혀 있었다면, 피지컬 AI는 그 지능이 물리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단계"라며, "우리나라가 잘 모아온 산업적 점들을 암묵지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피지컬 AI로 이어간다면, 제조업의 새로운 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모든 노동이 대체되는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평지에서의 단순 노동은 피지컬 AI가 상당 부분 수행하겠지만, 요리사(셰프)처럼 섬세한 손기술과 고도의 판단력이 결합된 영역은 여전히 인간의 암묵지가 강력한 방어선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출처: 티타임즈TV 유튜브 「“피지컬AI 마지막 단추는 딱 보면 아는 사람만의 노하우, 암묵지다” (김준하 GI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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