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PnC 11월 2일 시범…카드 없는 충전의 조건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은 10월 22일 전기차 자동 충전·결제 서비스 이용자를 모집한다고 공고했다. 11월 2일 공공 급속충전기에서 시작하는 시범을 앞두고, 운영 현황과 국제표준을 토대로 상호운용성과 보안·장애 대응의 조건을 짚었다.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은 10월 22일 전기자동차 자동 충전·결제 서비스(PnC) 이용자를 모집한다고 공고했다. 신청은 10월 23일부터 30일까지 받고, 사전 신청 기간을 거쳐 11월 2일부터 공공 급속충전기에서 시범서비스를 시작한다. 케이블을 꽂으면 차량 인증부터 충전, 결제까지 이어지는 서비스다. 다만 이번 시범의 성패는 ‘카드를 꺼내지 않는 편의’보다 차량·충전기·결제망이 서로 다른 조건에서도 얼마나 안정적으로 맞물리는지에 달렸다.

한 번 등록하고 케이블로 인증
PnC는 회원 가입과 결제수단 등록, 차량 인증서 설치를 처음 한 번 마친 뒤 충전 케이블을 연결하면 충전기가 차량에 저장된 인증서를 확인하는 구조다. 인증에 성공하면 충전이 시작되고, 종료 뒤 등록한 수단으로 요금이 결제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0월 1일 한국전기연구원 안산분원에서 국내외 전기차 6종과 공공 급속충전기 3종을 연결해 인증부터 결제 완료 문자 수신까지 전 과정을 시험했다.
이번 모집은 실험실 시연에서 일반 이용 환경으로 범위를 넓히는 단계라는 데 의미가 있다. 정부가 앞서 밝힌 시범 대상은 공공 급속충전기 30기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제작사가 다른 차량과 충전사업자의 설비, 결제 시스템을 한 흐름으로 묶어 보는 첫 운영 자료를 만들 수 있다. 신청자가 확인해야 할 것도 분명하다. 자신의 차종이 대상인지, 이용할 충전기가 어디에 있는지, 등록한 결제수단이 정상 연결됐는지를 공고와 안내 절차에서 먼저 점검해야 한다.
충전기 숫자보다 중요한 ‘끝까지 성공한 비율’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이 10월 19일 공개한 공공 급속충전기 운영 현황은 전체 9,491기 가운데 이용 가능 9,340기, 일시 중단 82기, 장애 64기로 표시됐다. 전체 장애율은 0.7%였다. 시범서비스가 30기에서 시작하는 만큼 단순한 설치 대수보다 연결 시도 가운데 인증·충전·결제까지 한 번에 마친 비율이 더 유용한 성과지표다.
| 운영사업자 | 전체 | 이용 가능 | 일시 중단 | 장애 | 장애율 | 최근 주간 평균 조치기간 |
|---|---|---|---|---|---|---|
| 채비 | 4,911 | 4,830 | 34 | 42 | 0.9% | 3.3일 |
| SK시그넷 | 2,908 | 2,875 | 25 | 8 | 0.3% | 1.6일 |
| EVSIS | 1,367 | 1,344 | 13 | 10 | 0.7% | 7.4일 |
| 클린일렉스 | 300 | 286 | 10 | 4 | 1.3% | 9.0일 |
| 전체 | 9,491 | 9,340 | 82 | 64 | 0.7% | 4.1일 |
이 수치는 PnC 자체의 성능을 뜻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동 인증 기능이 붙어도 충전기가 일시 중단되거나 고장 나 있으면 이용자는 충전을 시작할 수 없다. 사업자별 장애율은 0.3%에서 1.3%, 최근 주간 평균 조치기간은 1.6일에서 9.0일까지 차이가 났다. 따라서 시범 결과를 평가할 때는 PnC 인증 오류와 충전기 하드웨어 장애를 나누고, 실패 원인별 복구시간도 함께 공개해야 한다.
인증서 체계가 편의와 보안을 함께 좌우
PnC의 핵심은 차량을 식별하는 디지털 인증서와 이를 검증하는 공개키 기반구조(PKI)다. 차량 제작사, 충전사업자, 결제사업자와 인증서 관리 시스템 사이에서 데이터가 오가므로 어느 한쪽의 연동이 끊기면 자동 절차도 멈춘다. 정부의 충전·방전 국가 PKI 안내도 차량 제작사와 충전사업자, 서비스 사업자, PKI 백엔드의 연계를 전제로 한다.
국제표준의 세대 차이도 살펴야 한다. 전기차 충전 통신을 측정한 독립 연구는 ISO 15118-2에서 전송계층보안(TLS)과 PnC가 선택 사항이지만, ISO 15118-20에서는 상호 TLS가 의무라고 정리했다. 이 연구가 조사한 유럽 충전기 표본에서는 84%가 TLS를 구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충전망의 보안 수준을 뜻하는 자료가 아니라, 인증서가 도입됐다는 사실만으로 안전성을 추정하지 말고 실제 암호화 설정과 인증서 검증을 점검해야 한다는 경고 사례다.
국내 2026년 충전기 설치·운영 지침은 PnC 기능 구현 시한과 향후 ISO 15118-20 업데이트 지원을 요구한다. 현장에서는 구형 차량과 신규 차량, 서로 다른 통신 규격이 한동안 공존할 가능성이 크다. 시범사업자는 인증서 발급·갱신·폐기 절차, 통신 암호화 여부, 차량을 바꾸거나 중고차를 양도할 때 기존 인증서를 어떻게 회수하는지까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
실패했을 때의 대체수단도 서비스
자동 인증이 실패했을 때 회원카드, 앱, QR 결제로 곧바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전기차 충전은 일반 온라인 결제와 달리 이동을 계속하기 위한 에너지 공급이다. 오류 메시지가 ‘인증 실패’로만 표시되면 이용자는 차량, 충전기, 결제수단 가운데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실패 단계와 고객센터 연락처, 수동 결제 방법을 충전기 화면에 안내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제 검증도 충전 완료 문자 한 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충전량과 단가, 할인·로밍 조건이 영수증과 일치하는지, 통신이 끊긴 뒤 중복 결제가 생기지 않는지, 취소와 환불이 얼마나 걸리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용자가 체감하는 편의는 케이블을 꽂는 첫 순간보다 문제가 생겼을 때 복구되는 마지막 단계에서 판가름 날 수 있다.
시범 이후 공개해야 할 다섯 가지
첫째, 차량·충전기 조합별 연결 성공률이다. 둘째, 케이블 연결부터 인증과 충전 시작까지 걸린 시간이다. 셋째, 카드나 앱으로 전환한 비율과 그 원인이다. 넷째, 과금 오류·취소·환불 건수다. 다섯째, 인증서 만료와 폐기, 부정 사용 탐지 결과다. 이 지표를 충전사업자와 차종별로 지나치게 세분해 개인을 식별하지 않는 범위에서 공개하면 서비스 확대의 근거가 된다.
PnC는 충전 절차를 한 단계 줄이는 기술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더 많은 사업자와 인증 시스템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11월 2일 시작되는 시범은 ‘꽂기만 하면 된다’는 구호를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실패하고 얼마나 빨리 정상화되는지를 데이터로 밝히는 시험이어야 한다. 30기의 경험이 전국 확대의 기준이 되려면 편의성, 상호운용성, 보안, 장애 대응을 같은 무게로 측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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