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SDV 전환 첫 양산차 '더 뉴 그랜저' 개발 비화 공개
현대자동차그룹이 SDV 전환의 첫 양산 모델인 '더 뉴 그랜저'의 개발 비화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진화하는 플랫폼과 스마트 비전 루프 등 첨단 기술을 통해 플래그십 세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현대자동차그룹(HYUNDAI)이 공개한 '더 뉴 그랜저' 개발기에는 40년 역사의 플래그십 세단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전환되는 과정에서의 치열한 고민이 담겨 있다. 현대차 연구진은 이번 모델을 SDV 전환의 첫 양산차로 정의하며, 고객이 차량을 구매한 후에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신기능을 지속적으로 추가할 수 있는 '진화하는 자동차'를 목표로 삼았다.
"모든 기능을 화면에 넣지 않는다"…사용자 경험을 위한 절제
SDV의 핵심인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Pleos Connect)' 개발 과정에서는 디자인의 심미성과 사용자의 편의성 사이의 조율이 핵심 과제였다. 현대차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개발팀 신용진 책임은 "기존 OS는 정해진 기능만 사용할 수 있었지만, 플레오스 커넥트는 고객이 구매 후에도 최신 사양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의 오류를 수정하거나 고객을 위한 신기능을 업데이트하여, 차량을 타면 탈수록 계속 진화하는 차를 만드는 것이 개발 목표다.
특히 17인치 대화면 디스플레이를 채택하면서 모든 기능을 소프트웨어 버튼(소프트키)으로 구현하려던 초기 계획은 수정됐다.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이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연구진은 창문, 공조, 미디어 제어, 볼륨 조절 등 필수 기능은 물리 버튼(하드키)으로 남겨두는 '절제'를 선택했다. 또한,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을 하나의 제어기로 통합하면서도 기존 사용자들의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경고 아이콘 배치 등에 심혈을 기울였다. 클러스터에는 고객이 가장 눈에 띄게 확인해야 할 안전적인 정보를 배치해 기존 클러스터와의 이질감을 최소화했다.
실내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히든 타입 전동식 에어벤트' 도입도 주요 대목이다. 디자이너들의 '깔끔한 실내' 니즈를 반영해 송풍구를 최대한 숨기면서도, 공조 성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중앙 송풍구는 노출하는 설계를 채택했다. 이는 디자인적 심미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실내 쾌적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술적 타협점이었다. 센터부의 디자인은 차량이 점유하는 공간이자 다양한 경험을 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고려해, 디자인의 심미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공조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위치로 설계됐다.
스마트 비전 루프, 개방감과 열 차단 사이의 기술적 해법
이번 모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신기술인 '스마트 비전 루프'는 투과율을 조절할 수 있는 가변형 필름(PDLC)을 적용해 기존 롤블라인드(커튼) 없이도 투명과 불투명을 조절할 수 있다. MLV 클로저 설계팀 박태현 연구원은 롤블라인드 삭제에 따른 열감과 정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중 은 코팅과 저방사 코팅 기술을 결합했다고 밝혔다. 상단과 하단 글라스 사이의 삼중 은 코팅은 태양열을 차단하며, 하단의 저방사 코팅은 글라스가 뜨거워질 때 방출하는 열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글라스와 필리얼 씰 필름 사이의 PVB 필름을 통해 차음 성능을 보강해, 비가 올 때 실내 대화 소리 등 정숙성 측면에서도 파노라마 슬루프와 동등한 수준을 확보했다.
스마트 비전 루프는 기존 파노라마 슬루프 대비 태양 에너지 유입량을 대폭 낮췄다. 파노라마 슬루프의 총 에너지 유입량이 약 33% 수준인 데 반해, 스마트 비전 루프는 10% 초중반 수준으로 제어 가능하다. 또한 자외선 차단율을 99.9% 이상으로 높였으며, 강성 및 충돌 해석을 통해 차량 전복 시의 안전성까지 확보했다. 특히 천정 강도 시험에서 국내 법규 대비 월등히 높은 수준의 결과를 얻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열 차단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된 특수 코팅의 기능을 저해할 수 있는 별도의 썬팅(틴팅) 작업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썬팅을 할 경우 특수 코팅이 막아주는 열을 다시 내부로 방출하는 역할을 하게 되어 차열 성능에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공조 시스템 설계팀 김원섭 연구원은 하이브리드 모델에 2열 리클라이닝 시트를 적용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하이브리드 차종이 내연기관보다 가격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정숙성이나 상품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고객의 우려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배터리 상단부와 시트 프레임 하부 구조를 슬림화하고, 냉각 덕트 길이를 연장해 트렁크 부분의 빈 공간 소음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경로를 재설정함으로써 내연기관 모델과 차이 없는 거주성을 구현했다.
AI와 앱 생태계로 완성되는 '연결된 삶'
더 뉴 그랜저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인공지능(AI)과 앱 생태계가 결합된 모바일 환경을 지향한다. 현대차 최초로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AAOS)가 적용된 플레오스 커넥트는 '앱마켓'을 통해 유튜브, 스포티파이 등 서드파티 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여기에 거대언어모델(LLM)을 적용한 '글레오 AI(Gleo AI)'가 탑재되어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감성적인 피드백을 수행한다. 음성 인식은 정답이 없는 감성적인 영역인 만큼, LLM을 통해 이전 플랫폼보다 향상된 의도 파악 능력을 갖췄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나 지금 너무 답답해, 환기 좀 하고 싶어"라고 말하면, AI가 이를 판단해 창문을 전체가 아닌 5분의 1만 열어 공기를 순환시키는 식이다. 공조 시스템 역시 사용자의 상황에 맞춰 바람을 막는 '코커스 모드', 퍼뜨리는 '스프레드 모드', 자연스러운 '사이클 모드' 등 네 가지 모드를 제공하며 사용자 경험을 세분화했다. 현대차 연구진은 "차량을 구매한 고객에게 실망을 주지 않도록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들리는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해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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