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10.28 (수)
그린정책

2035 감축 53~61%…하한·상한은 다른 약속

개정 탄소중립기본법에 담긴 2035년 53~61% 감축 범위를 규제 하한과 추가지원 상한으로 나눠 보고, 전력·산업·CCUS·국제감축의 실제 부담을 분석했다.

정부가 10월 8일 시행한 개정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순배출량 대비 53~61% 감축 범위로 법률에 넣었다.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폭을 둔 목표이지만, 하한과 상한은 마음대로 골라 쓸 수 있는 같은 성격의 선택지가 아니다. 정부 공식 설명은 하한을 배출권거래제 등 규제와 연동된 목표로, 상한을 재정지원 확대·혁신기술·산업구조 개선이 더해져야 가능한 목표로 구분한다.

서울 여의도 대한민국 국회의사당 전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개정 탄소중립기본법 시행과 직접 관련 없는 자료사진. 사진: Cjb8293 / 위키미디어 공용(CC BY-SA 4.0)

‘53~61%’는 여유 폭이 아니라 정책 조합의 차이다

국무조정실이 공개한 2035 NDC 표를 보면 기준점은 2018년 순배출량 7억4230만톤CO2eq다. 53%를 줄이는 경로의 2035년 순배출량은 3억4890만톤, 61% 경로는 2억8950만톤이다. 두 끝점의 차이는 5940만톤이다. 이 차이는 통계 오차나 단순한 목표 여유분이 아니라 규제만으로 확보할 감축과 추가 지원·기술전환으로 더 줄일 감축 사이의 정책 공간을 수치화한다.

범위형 목표의 장점은 기술 상용화 속도와 국제 여건의 불확실성을 인정하면서도 최소선과 도전선을 함께 제시한다는 데 있다. 반대로 집행 기준이 없으면 정부가 어느 해에는 53%를 약속으로, 다른 해에는 61%를 홍보 수치로 사용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연도별 예산과 배출권 할당, 에너지계획은 최소한 하한 경로에 맞추고, 상한을 향해 늘어난 지원이 실제 추가 감축으로 이어졌는지를 따로 밝혀야 한다.

정부 정책포털은 기준연도부터 목표연도까지 필요한 평균 감축률을 연 4.17%로 제시한다. 이는 17년 전체를 같은 속도로 줄인다는 단순 산술값이다. 감축을 뒤로 미루면 남은 기간의 연간 감축 부담은 더 커진다. 법이 목표 설정 때 미래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이전하지 말라는 원칙을 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력·산업에서 상한 달성의 승부가 갈린다

부문별 표를 비교하면 상한 61%까지 가는 추가 부담이 어디에 몰리는지 드러난다. 전력 배출량은 53% 경로에서 8830만톤, 61% 경로에서 7000만톤이다. 두 경로 사이 추가 감축은 1830만톤이다. 산업은 2억910만톤에서 1억9060만톤으로 1850만톤을 더 줄여야 한다. 이 두 부문의 추가 감축만 3680만톤으로 전체 5940만톤 격차의 약 62%다.

건물과 수송의 경로 차이는 상대적으로 작다. 건물은 2420만톤에서 2280만톤, 수송은 3930만톤에서 3680만톤으로 내려간다. 그러나 부담이 작다는 뜻은 아니다. 2018년 대비 감축률은 건물 53.6~56.2%, 수송 60.2~62.8%다. 제로에너지 건축과 그린리모델링, 열의 전기화, 전기·수소차 보급과 대중교통 전환이 동시에 진전돼야 한다.

2035 NDC 주요 부문 배출량 범위
부문2018년53% 경로61% 경로단위
순배출량742.3348.9289.5백만톤CO2eq
전력283.088.370.0백만톤CO2eq
산업276.3209.1190.6백만톤CO2eq
건물52.124.222.8백만톤CO2eq
수송98.839.336.8백만톤CO2eq
냉매23.127.425.5백만톤CO2eq

냉매는 표를 읽을 때 특히 주의해야 한다. 2035년 배출량이 53% 경로에서 2740만톤, 61% 경로에서도 2550만톤으로, 두 값 모두 2018년 2310만톤보다 많다. 정부가 표시한 2018년 대비 변화율은 각각 18.6%, 10.4% 증가다. 신규 제품의 고온난화지수 냉매 제한과 누출·회수 관리가 강화돼도 냉방 수요와 기기 증가를 상쇄하지 못하는 구조다. 전체 감축률만 보면 가려지는 부문별 역행 위험이다.

2018년 순배출량과 2035년 53%·61% 감축 경로의 순배출량 비교. 단위는 백만톤CO2eq. 자료: 국무조정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표, 2025년 11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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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감축과 국외 감축을 같은 칸에 섞지 말아야

2035년 순배출량에는 발전소와 공장, 건물, 차량의 배출뿐 아니라 흡수원·탄소포집활용저장(CCUS)·국제감축도 함께 반영된다. 61% 경로는 CCUS로 2030만톤, 국제감축으로 3400만톤을 제거·상쇄하는 계획이다. 53% 경로의 1120만톤과 2980만톤보다 각각 910만톤, 420만톤 많다.

이 숫자는 국내 굴뚝과 차량에서 직접 사라지는 배출량과 성격이 다르다. CCUS는 포집 설비의 실제 가동률과 저장의 영구성이 중요하고, 국제감축은 해외 사업의 추가성·이중계산 방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정부가 총량만 공개하면 국내 에너지·산업 전환이 늦어져도 제거·상쇄 계획으로 채운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연차별 이행 점검표에는 국내 직접 감축, 흡수원, CCUS, 국제감축을 나눠 적어야 한다.

흡수원도 낙관만 할 수 없다. 정부 표의 산림 등 흡수원은 2018년 마이너스 4160만톤에서 2035년 마이너스 3830만~3930만톤으로 흡수량이 오히려 줄어드는 경로다. 산림의 고령화와 토지이용 변화가 계속되면 에너지·산업 부문이 떠안아야 할 실질 감축 부담은 커질 수 있다.

법정 목표는 예산·배출권 할당의 기준선이 돼야

개정법은 2035년뿐 아니라 2040년과 2045년 목표의 시간표도 정했다. 2040년 목표는 하한 69% 이상, 상한 80% 수준에서 2031년 6월 30일까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2045년은 하한 84% 이상, 상한 90% 수준에서 2036년 6월 30일까지 정해야 한다. 감축기술 연구개발·설비투자·상용화에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한 조항도 추가됐다.

국제 약속의 상태도 확인된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한국의 2035 NDC를 2025년 12월 26일 제출된 활성 문서로 공개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정책 데이터베이스도 2026년 2월 12일 기준 이 정책을 ‘시행 중’으로 분류하고 2018년 대비 53~61% 감축 목표를 적시했다. 국내법과 국제 제출문서의 총량 목표는 일치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어느 숫자를 말하느냐보다 어떤 수단이 어느 끝점을 뒷받침하느냐다. 배출권거래제의 연간 총허용량과 유상할당 비율, 재생에너지·전력망 투자, 산업 공정전환 지원, 친환경차와 건물 효율 예산을 53% 하한 경로에 먼저 연결해야 한다. 61% 상한을 내세우려면 추가 재정과 민간투자가 얼마인지, 기술별 상용화 시점과 검증된 추가 감축량이 얼마인지 별도 장부를 내야 한다.

국민이 매년 확인할 지표도 명확하다. 첫째, 연간 순배출량이 하한 경로보다 아래에 있는지다. 둘째, 전력과 산업의 실제 감축량이 계획과 맞는지다. 셋째, CCUS와 국제감축이 계획량이 아니라 검증된 실적으로 잡혔는지다. 넷째, 냉매와 흡수원처럼 전체 총량 뒤에서 악화될 수 있는 지표가 개선됐는지다.

범위형 목표는 책임을 흐리는 장치가 될 수도 있고, 최소 의무와 추가 노력을 투명하게 구분하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 갈림길은 공개 방식에 있다. 정부가 53%를 법적 바닥으로 관리하고 61%로 가는 추가 정책의 비용·기술·감축량을 해마다 분리해 공개할 때 ‘53~61%’는 폭이 넓은 슬로건이 아니라 집행 가능한 감축 경로가 된다.

참고자료

#2035 NDC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탄소중립기본법 #배출권거래제 #전력 #산업 #CCUS #국제감축
이
이강부
트렌드경제신문 · 기자

트렌드경제신문에서 수입차 분야를 주로 취재합니다. 국산차, 사회 기사도 함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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