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마운자로 독주 속 한미약품 '에페'의 승부수…부작용 줄일까
한미약품의 국산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가 글로벌 강자 위고비·마운자로에 맞서 부작용 완화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
비만 치료제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개발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약물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국산 신약인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이하 에페)가 새로운 도전자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이승훈 교수는 최근 '언더스탠딩 : 세상의 모든 지식' 채널에 출연해 비만약의 과학적 원리와 글로벌 시장의 기술적 흐름을 분석했다.
도마뱀 독에서 찾은 힌트, '지속성'이 비만약 기술의 핵심
비만 치료제의 핵심인 GLP-1은 우리 몸의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은 뇌에 포만감 신호를 보내 식욕을 억제하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며 위장의 음식물 소화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자연 상태의 GLP-1은 체내 반감기가 단 1~2분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짧다. 몸속에 들어오자마자 DPP4라는 효소에 의해 순식간에 분해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배부르다는 포만감이 생각보다 사람이 금방 없어진다. 돌아서면 배가 고픈 이유"라며 호르몬의 짧은 지속성을 지적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자연계의 생물에서 힌트를 얻었다. 이승훈 교수는 "독도마뱀(길라몬스터)의 독 성분 중 하나가 사람의 GLP-1과 약 50~60% 유사하다는 사실이 발견됐다"며, "이 독 성분에서 추출한 '엑센딘-4'는 자연 상태의 GLP-1보다 분해 속도가 느려 효과가 훨씬 오래 지속되는 특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초기 비만약 개발의 핵심 테마는 이처럼 '어떻게 하면 약효를 길게 유지(지속성 확보)할 것인가'에 집중됐다. 엑센딘-4를 활용한 초기 약물은 반감기가 2.4시간으로 늘어났으며, 이후 기술이 발전하며 투여 주기를 늘리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싹센다'는 반감기를 13시간으로 늘려 하루 한 번 투여를 가능하게 했고, 이후 일주일에 한 번만 맞으면 되는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현재 시장은 주사제 중심에서 먹는 약(경구제)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영상에서는 일본의 로슈 자회사인 추가이란이 개발하고 일라이 릴리가 인수한 '올포글리프론(파운다요)'을 예로 들었다. 이 약은 단백질이나 펩타이드와 달리 분해할 것이 없는 '소분자 약(화학약)' 형태로 만들어져, 아스피린처럼 먹는 비만약의 꿈을 실현하고 있는 기술로 소개됐다.
한미약품 '에페', 기술적 차별화와 시장 경쟁력 사이의 고민
한미약품이 개발한 '에페'는 글로벌 시장의 주류인 위고비(노보 노디스크)나 마운자로(일라이 릴리)와는 조금 다른 기술적 궤적을 그린다. 에페는 엑센딘-4 기반 성분에 Fc 융합 기술을 적용한 형태다. 이승훈 교수는 "에페가 사용하는 기술적 방식이 현재 글로벌 신약 개발의 주류 흐름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평가가 있다"며, "이는 생산 비용과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우려를 낳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에페의 임상 결과는 시장의 기대와 냉정한 현실을 동시에 보여준다. 국내 임상시험에서 에페는 40주간 약 10%의 체중 감량 효과를 나타냈다. 이는 위고비나 마운자로가 보여준 강력한 감량 수치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다. 다만 이 교수는 "시험 기간과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수치 비교로 약효의 우열을 단정할 수는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한편, 에페는 과거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기술 수출되었다가 반환된 이력이 있는데, 이는 약효 자체의 결함보다는 사노피의 사업 전략 변화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노보 노디스크는 싹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의 성공을 바탕으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오젬픽을 선보였고, 일라이 릴리는 툴리시티(성분명 터제파타이드)를 거쳐 마운자로를 개발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각기 다른 구조의 신약을 통해 특허를 확보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부작용 줄인 '틈새시장' 공략할까…상업적 성공의 열쇠는
에페가 글로벌 공룡들이 선점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은 '부작용 관리'와 '가격'이다. 현재 GLP-1 계열 치료제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구역질과 구토 등 위장관계 증상이다. 에페는 임상 과정에서 이러한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났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을 수 있다. 이 교수는 "높은 감량 효과보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복용 지속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환자들에게는 에페가 유효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에페의 성패는 의학적 성과를 넘어선 '상업적 경쟁력'에 달려 있다. 이미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효과를 앞세워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에페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거나 부작용 측면에서 확실한 우위를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에페가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만 치료제 시장은 이제 주사제를 넘어 먹는 약(경구제)인 '파운다요' 등의 등장으로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국산 신약 에페가 글로벌 기업들의 거센 파도 속에서 어떤 경로로 시장에 안착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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