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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11.04 (수)
오피니언

성장 멈추고 주거비 치솟은 유럽, 무너지는 '사회계약'의 경고

낮은 노동생산성과 주거비 폭등으로 인해 유럽의 사회적 합의가 흔들리고 있다. 노년층 복지에 집중된 재정 구조와 청년층의 경제적 소외가 맞물리며 유럽 전역에서 세대 간 갈등과 시위가 격화되는 양상이다.

성장 멈추고 주거비 치솟은 유럽, 무너지는 '사회계약'의 경고
정장을 입은 남성이 스튜디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 유튜브 영상 캡처)

최근 유럽 전역에서 이어지는 대규모 시위의 중심에는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을 비롯한 유럽 주요 도시에서 발생하는 시위는 과거와 달리 만 18세 미만 미성년자와 학생층의 참여가 두드러지는 양상을 보인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위 당시 경찰에 체포되어 구금된 인원의 절반 이상이 만 18세 미만이었을 정도로, 유럽 청년 세대의 분노는 임계점에 달한 상태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도 이러한 양상이 반복되고 있으며, 이탈리아의 멜로니 총리는 미성년 자녀가 시위나 폭동으로 손해를 끼칠 경우 부모가 직접 배상하거나 가족의 복지 지원금을 삭감하는 방식의 책임 강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프랑스 역시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자녀가 손해를 끼칠 경우 부모가 배상하도록 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가 분석한 유럽의 위기는 단순한 치안 문제를 넘어,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을 지탱해 온 '사회계약'의 근본적인 붕괴로 귀결된다. 전후 유럽 지도자들은 1930년대 대공황과 그 뒤를 이은 대량 실업, 빈곤이 민주주의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에 따라 국가가 국민의 고용과 복지를 책임지고, 국민은 높은 세금을 납부하며 공동체의 규칙을 따르는 사회적 합의를 이뤄냈다. 사회보험, 연금, 의료보험을 확대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민주주의의 범위를 넓힌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유럽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2010~2012년 유럽 재정 위기, 시리아 전쟁 이후의 난민 사태,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이란 전쟁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위기를 겪어왔다. 이러한 위기들이 해결되지 못한 채 누적되면서, 파편화된 이해관계 집단들이 SNS 알고리즘 등을 통해 각자의 관점을 강화하며 사회적 갈등이 고착화되고 있다.

성장 멈춘 유럽, 미국과 벌어지는 생산성 격차

유럽 사회계약 모델의 가장 큰 전제 조건은 '지속적인 성장'이었다. 1960년대까지 이어진 전후 황금기 동안 유럽은 고성장을 바탕으로 노동자의 임금 인상과 복지 확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다. 파이가 커지면 세수도 늘어나 사회적 갈등을 완화할 재원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장이 둔화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데이터에 따르면 1890년대부터 2020년까지 유럽의 노동생산성은 단 한 번도 미국을 추월한 적이 없다. 미국은 유럽보다 근로 시간이 더 길면서도 생산성은 압도적으로 높다. 성장이 정체된 상태에서 복지 비용은 계속 늘어나는 구조적 모순에 직면한 것이다. 최준영 박사는 "성장도 못 하고 생산성도 낮은 상태에서, 돈이 있어야 돌아가는 기존 체제가 한계에 봉착했다"며, 사회계약을 유지할 재원 조달 능력이 상실된 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재정적 한계로 인해 학교, 주택, 교통, 미래 산업 등에 투입할 예산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유럽의 가장 큰 고민으로 떠오르고 있다.

"집 살 꿈이 없다"… 주거 불안이 삼켜버린 기회균등

청년들이 느끼는 경제적 불안의 핵심에는 주거 문제가 있다. 유럽 청년들이 꿈꿨던 전통적인 삶의 모델은 직장을 얻어 독립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안정적인 주거 공간'이다. 하지만 지난 15년(2010~2024년) 동안 유럽의 주택 가격은 평균 50% 이상 상승했고, 임대료 역시 25% 이상 치솟았다. 물가 상승률이 약 30%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주택 가격의 상승폭은 매우 가파르다. 특히 스페인 마드리드와 같은 대도시에서는 시내 한복판 광장에서 노숙을 하며 시위를 이어가는 청년들이 나타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물가 상승률을 상회하는 주택 가격 폭등은 사회적 이동성을 차단하고 있다. 성실하게 교육받고 직업을 가져도 집을 마련할 수 없다는 좌절감은 계층 간의 극단적인 분화를 야기한다. 부모의 도움으로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노력에 따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기회균등 모델'이 작동을 멈추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사회가 이미 겪고 있는 문제와도 궤를 같이한다. 여기에 최근에는 AI(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한 일자리 불안까지 더해지며 청년층의 경제적 불안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노년층을 향한 복지, 청년층의 불만으로 번지다

현재 유럽의 재정 구조는 기존 세대와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유럽연합(EU) GDP의 약 30%가 사회 보호 급여로 지출되는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 노령 연금에 집중되어 있다. 국가는 과거에 했던 '노후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작 청년들은 자신들을 위한 교육, 주택, 미래 산업 투자에 쓰일 돈이 없다고 호소한다. 청년층은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복지 혜택은 없으면서 미래를 꿈꿀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기존 세대를 위한 복지 지출이 우선시되면서 청년층은 미래를 꿈꿀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최준영 박사는 "과거의 약속을 계속해서 이행하는 것이 무조건 맞는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기존 사회계약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출처: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 유튜브 「모두가 동경하던 유럽은 어쩌다 이렇게 됐나? [지구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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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수
트렌드경제신문 · 기자

트렌드경제신문에서 경제 분야를 주로 취재합니다. 기업소식, 금융 기사도 함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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