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선거서 극좌 '링케' 1위 탈환…젊은 층 지지 바탕으로 '주택 몰수' 공약 부상
독일 베를린 지방선거에서 극좌 정당 링케가 25.7%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치솟는 임대료 문제와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외친 링케의 정책이 2030 젊은 층의 강력한 지지를 이끌어낸 결과로 풀이된다.
독일의 정치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최근 치러진 독일 수도 베를린의 지방 선거에서 극좌 성향의 정당인 '링케(Die Linke)'가 1위를 차지하며 기존 정치 구도를 뒤흔들었다. 유럽 전역에서 극우 세력이 성장하는 가운데, 이에 반발하는 극좌 세력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낸 결과다.
2030 세대 결집한 '젊은 극좌'의 부상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 영상에 따르면, 이번 베를린 지방 선거에서 링케는 25.7%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44석을 확보해 1당으로 올라섰다. 반면 중도 우파인 기독민주연합(CDU)은 18.8%의 득표율로 2위를 기록했으며, 33석을 가져갔다.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16.3%를 얻어 28석을 차지하며 3위에 머물렀다. 그 뒤를 녹색당과 사회민주당(SPD)이 잇고 있으며, 극좌 계열의 베스베(Die Partei) 정당도 존재한다.
주목할 점은 링케의 급격한 변화다. 과거 동독 시절 사회주의 통일당에 뿌리를 둔 링케는 그동안 노년층이 지지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최근 3년간 링케는 2030 세대가 주축이 되는 '젊은 정당'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영상에서는 링케의 당원이 1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해 2025년 기준 약 12만 3,000명 규모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극우의 성장에 반감을 느낀 이들이 반대편인 링케를 선택하며 세대 교체가 일어난 양상으로 분석된다.
실제 연령대별 득표율을 살펴보면 이러한 변화가 뚜렷하다. 25세~34세 유권자의 49%가 링케를 지지했으며, 16세~24세 층에서도 43%의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특히 30대 지지율은 2023년과 비교해 32%p나 급증하며 이번 승리의 핵심 동력이 됐다. 반면 40대 중반 이후부터는 지지율이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뉴욕 벤치마킹한 '생활비 해소' 전략 통했다
링케의 승리 배경에는 베를린이라는 도시의 특수성과 정교한 선거 전략이 있었다. 베를린은 다양한 문화와 이민자가 공존하는 도시로 성장했으나, 인구 유입과 투자 증가로 인해 임대료가 급등하며 주거 불안정이 심화된 곳이다. 링케는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링케는 뉴욕의 맘다니 시장 사례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했다. '뉴욕에서 베를린까지(Von New York nach Berlin)'라는 구호를 내걸고 자신을 맘다니 시장과 동격으로 놓으며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치솟는 생활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연대 도시' 컨셉은 대도시 젊은 층의 마음을 움직였다. 특히 SNS를 적극 활용한 결과, 관련 영상 조회수가 630만 회를 넘어서는 등 온라인에서도 압도적인 영향력을 과시했다.
차기 베를린 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엘리프 엘알프(Elif Alparslan)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튀르키예 혈통의 이주민 가정에서 태어난 엘알프는 이주민 권리 옹호 활동을 해온 정치인으로, 만약 시장이 된다면 베를린 역사상 최초의 유색인종 및 튀르키예 혈통 시장이 된다. 그녀는 정열적인 립스틱과 커다란 귀걸이, 청바지 같은 편안한 복장으로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하며 젊은 층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엘알프는 독일과 튀르키예 국적을 모두 보유한 이중 국적자이기도 하다.
치솟는 임대료와 '주택 몰수' 논란
이번 선거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은 단연 주택 문제였다. 베를린은 인구가 점차 증가하고 시설과 투자가 늘어나면서 임대료가 최근 급등했다. 영상에 따르면 베를린은 전 세계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도시 중 하나이자 상승률이 높은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임대료는 치솟고,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계속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링케는 이러한 요구를 반영해 도전적인 정책을 제시했다. 특히 2021년 베를린에서 실시된 주민 투표의 결과가 이번 선거의 정치적 배경이 되었다. 당시 투표 참가자의 58%는 대규모 임대주택을 보유한 기업형 임대업체들이 임대료를 올리며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판단하여, 이러한 상업적 기업형 임대 아파트들을 몰수하자는 제안에 찬성했다.
다만 링케가 1당을 차지했다고 해서 즉시 시장직을 독점하는 것은 아니다.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해 녹색당, 베스베(Die Partei), 혹은 사회민주당(SPD) 등과 연합 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협상이 필요하다. 링케가 44석을 확보한 상태에서 약 10석 정도의 의석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준영 박사는 이번 결과가 향후 유럽 전역에서 나타날 극우 세력의 득세에 맞서, 중도 좌파보다 더 왼쪽에 있는 극좌 세력이 결집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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