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0명이어도 법적 기준 충족…요양원 숙련 인력 부족이 초래하는 비용
현행 요양원 인력 기준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구분하지 않아 전문 인력 부족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KDI 분석 결과, 숙련된 간호사 비중을 높이면 노인 의료비가 7.7% 감소하는 등 건강보험 재정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현행법상 요양원에는 입소자 25명당 최소 1명의 간호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하지만 이 인력이 반드시 '간호사'일 필요는 없다. 법령이 규정한 인력 범주에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함께 묶여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실제 현장에서는 간호사가 단 한 명도 없는 요양원이 존재할 수 있는 구조적 허점이 존재한다.
KDI가 전한 분석에 따르면, 간호 인력 내에서 전문적 판단을 내리는 간호사와 이를 보조하는 간호조무사의 역할 차이는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인력 배치 기준은 이들의 전문성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간호 인력 중 간호조무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현 구조는 요양 시설의 돌봄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간호사 비중 10%p 늘리면 노인 의료비 7.7% 감소
KDI는 요양시설 내 숙련 간호인력 확충이 입소 노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간호 인력 중 간호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10%포인트 증가할 때 입소 노인의 외래 방문 횟수와 입원 일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간호 및 돌봄의 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욕창이나 요로감염 등으로 인한 병원 이용이 유의미하게 줄어들었다.
이러한 변화는 국가 재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숙련된 간호사가 시설 내에서 입소자의 상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전문적인 판단을 내림으로써, 입소 노인의 건강 상태가 개선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노인들의 건강보험 의료비 지출이 7.7% 감소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이는 시설 내 고품질 돌봄이 의료 서비스 이용 감소로 이어져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장기요양보험과 건강보험 재정 통합적 관점 필요
연구진은 요양시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간호 인력 배치 기준에 간호사의 최소 비율을 명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일례로 간호사 비중을 60% 이상으로 설정한 전문 간호실 시범사업이 선례가 될 수 있다. 다만 간호사 채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인건비 상승을 감당할 수 있도록 장기요양보험 수가 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KDI는 간호사 확충을 단순한 비용 지출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간호사 채용 확대가 장기요양보험 측면에서는 비용 증가로 작용할 수 있지만,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는 의료비 절감이라는 투자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정책 설계 시 장기요양보험과 건강보험 재정을 통합적인 관점에서 고려하여 간호 인력 확충의 실질적인 효과를 평가해야 한다.
0댓글
현재 댓글 작성이 비활성화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