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10.27 (화)
경제

노후 산단 520곳인데 재생 3곳…‘선정’보다 성과계량이 먼저다

국토교통부가 27일 노후 산업단지 재생사업 대상지 3곳을 뽑는 공모를 시작했다. 전국 노후 산단이 2025년 말 520곳에서 2030년 757곳으로 늘어날 전망인 만큼, 선정 건수보다 사업 전후의 투자·고용·안전·에너지 성과를 같은 기준으로 공개하는 체계가 시급하다.

국토교통부가 27일 착공 후 20년이 지난 산업단지 가운데 3곳을 새 재생사업 대상지로 뽑는 공모를 시작했다. 도로·주차장·공원·녹지 등 기반시설 정비비의 50%를 국비로 지원하고, 한 곳당 지원 한도는 500억원이다. 제안서는 11월 24일까지 받고 12월 중 선정한다. 노후 산단이 2025년 말 520곳에 이른 상황에서 이번 사업의 관건은 ‘몇 곳을 선정했느냐’보다 투입한 돈이 기업 투자와 일자리, 안전, 에너지 비용을 얼마나 바꿨는지 추적하는 데 있다.

춘천 거두농공단지로 이어지는 국도 교차로와 안내 표지판
춘천 거두농공단지로 이어지는 국도 교차로. 이번 공모 대상지를 촬영한 사진은 아니며 산업단지 접근 기반시설을 보여 주는 자료사진이다. 사진: Jhcbs1019 / 위키미디어 공용(CC BY-SA 4.0)

5년 뒤 노후 산단 237곳 더 늘어날 전망

국토부 자료를 보면 전국 산업단지 1370곳 가운데 착공 후 20년 이상 지난 곳은 2025년 말 520곳으로 38%다. 2020년 453곳(36%)에서 67곳 늘었다. 정부는 노후 산단이 2030년 757곳(52%), 2035년 995곳(63%)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과 2030년을 비교하면 5년 사이 237곳, 45.6% 늘어나는 셈이다. 전체 산단의 절반 이상이 노후 산단이 되는 시점도 2030년으로 제시됐다.

국토교통부가 2026년 10월 27일 공개한 2020·2025년 현황과 2030·2035년 전망. 단위는 개와 퍼센트이며 2030·2035년은 전망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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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산업단지 수와 비중
기준연도노후 산단 수전체 중 비중구분
2020년453곳36%현황
2025년520곳38%현황
2030년757곳52%국토부 전망
2035년995곳63%국토부 전망

재생사업은 2009년 시작돼 지금까지 54곳이 선정됐다. 올해 3곳이 예정대로 추가되면 누적 선정지는 57곳이 된다. 그러나 ‘선정’은 사업 완료나 성과 달성을 뜻하지 않는다. 공모 이후 재생계획 수립, 지방산업단지계획위원회 심의, 타당성 검증, 재생지구 지정, 착공 절차가 이어진다. 노후화 속도와 사업 준비·집행 속도를 따로 공개하지 않으면 누적 숫자만으로 정책이 수요를 따라잡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지방 가점·태양광·소방로…방향은 넓어졌다

이번 공모는 균형성장, 녹색전환, 근로자 안전·편의라는 세 축을 내세웠다. 서울과의 거리, 지역 발전 정도, 지역소멸 위기를 종합한 행정안전부의 지방우대지수를 평가 가점에 쓴다. 기반시설을 고칠 때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설비를 지원하고, 노후공장 화재 때 소방차가 들어갈 수 있도록 도로를 넓히거나 주차장을 새로 조성한다. 주차전용건축물에는 카페·도서관·체육·문화시설도 넣을 수 있다.

지원 범위를 넓힌 것은 필요하다. 다만 평가표가 여러 목표를 한꺼번에 담으면 ‘필요가 큰 곳’과 ‘계획서를 잘 만든 곳’이 뒤섞일 수 있다. 지방우대지수 가점의 실제 배점, 노후도와 안전 취약성의 비중, 입주기업의 공동투자 약속, 토지이용계획 변경 가능성을 항목별로 공개해야 탈락 지역도 결과를 납득할 수 있다. 국토연구원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컨설팅 참여 여부가 사실상 진입장벽이 되지 않도록 신청 지역과 비신청 지역의 평가 기준을 같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도로를 넓힌 뒤 무엇이 달라졌나

성과는 준공 여부가 아니라 산단의 작동 방식이 바뀌었는지로 봐야 한다. 사업 전 기준선을 먼저 기록하고 준공 뒤 같은 항목을 반복 측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물류차량 통행시간과 상습정체 구간, 소방차 진입 가능 구간, 주차 부족 대수, 산재·화재 건수, 공원·편의시설 접근시간을 기본 지표로 삼을 수 있다. 녹색전환 사업이라면 태양광 설비용량뿐 아니라 실제 발전량, 산단 안에서 소비한 전력 비중, 입주기업의 전기요금 절감액까지 공개해야 한다.

경제성과는 입주·가동업체 수, 휴·폐업과 이전, 신규 투자액, 민간투자 유발액, 업종 다변화, 고용과 임금의 변화로 나눠야 한다. 시설 개선 직후 생긴 건설투자와 입주기업의 지속적인 설비투자를 구분하고, 재생사업이 없었던 비슷한 산단과 비교하면 경기 회복 효과를 정책 성과로 잘못 계산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최대 500억원의 국비가 들어가는 만큼 사업별 총사업비, 국비 집행률, 계획 대비 지연 기간도 분기별로 공개할 이유가 충분하다.

통계 공백 속 ‘성과 대시보드’가 더 중요해졌다

문제는 산단 경제지표의 최신성이 약해졌다는 점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공공데이터포털에 등록한 2026년 2분기 일반산업단지 현황 자료는 생산액·수출액·고용 항목의 공표를 2025년 3분기부터 일시 중지했다고 명시한다. 직접 조사에서 데이터베이스 기반 산출로 바꾸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입주업체와 가동업체 수 등은 제공되지만 재생사업의 핵심 경제효과를 전국 단위로 곧바로 비교하기 어려운 기간이 생겼다.

따라서 국토부는 선정지별 기준선 자료를 별도로 보존하고, 통계 공표가 재개되면 과거 수치와 이어지는지 산출방식 변경 영향을 함께 설명해야 한다. ‘국비를 투입했지만 성과를 확인할 공통 지표가 없는’ 상황을 피하려면 선정 공고 때부터 대시보드의 항목·단위·공개주기를 계약 조건처럼 못 박아야 한다.

산단의 물리적 노후화와 산업의 구조적 부진도 구분해야 한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산단정책연구소는 2025년 2분기 석유화학 산단 수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18.3%, 포항국가산단 수출액이 27.0%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도로와 주차장만 고쳐서는 업황 충격을 상쇄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기반시설 재생은 금융·연구개발 지원, 업종 전환, 인력 재교육과 연결돼야 한다.

국토연구원도 2018년 산업단지가 제조업 생산의 70%, 일자리의 50%를 담당한다고 분석하면서 노후 산단 재생의 경제성 확보와 민간투자를 촉진할 새 지원제도를 과제로 제시했다. 당시 수치는 산업단지의 경제적 비중을 설명하는 과거 기준이지만, 재생을 토목사업으로만 보지 말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이번 공모에도 유효하다.

12월 선정 때 함께 공개할 것

이번 공모는 11월 24일 접수 마감 뒤 전문가 평가를 거쳐 12월 중 3곳을 선정한다. 선정 결과에는 지역명과 사업비뿐 아니라 평가항목별 점수, 국비·지방비·민간자금 조달계획, 착공과 준공 목표, 사업 전 기준선 지표가 함께 붙어야 한다. 이후에는 매년 같은 지표를 갱신해 ‘지원받은 산단이 실제로 더 안전하고 생산적인 공간이 됐는가’를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2025년 말 노후 산단 520곳 가운데 이번 신규 선정 규모 3곳은 0.6% 수준이다. 제한된 재원을 감안하면 모든 곳을 동시에 고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의 근거와 성과의 증거가 더 엄격해야 한다. 노후 산단이 2030년 757곳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 전망 앞에서, 올해 3곳의 공모는 작은 사업이 아니라 앞으로 반복될 재생 투자의 표준을 정하는 시험대다.

참고자료

#노후산단 #산업단지재생 #국토교통부 #지역균형성장 #녹색전환 #산업단지통계
이
이강부
트렌드경제신문 · 기자

트렌드경제신문에서 수입차 분야를 주로 취재합니다. 국산차, 사회 기사도 함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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