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SA 과학 486점, 평균 수준에 그친 독일…슈피겔 '매우 심각' 질타
2025년 PISA에서 독일은 과학 486점 등 세 과목 모두 OECD 평균 수준에 머물러 자존심을 구겼다. 독일은 2001년 PISA 충격 이후 교육 기준 마련과 '실증적 전환' 등 대책을 펼쳤지만, 열 살 무렵 학생들을 나누는 학교 체계에 대한 비판도 받아 왔다.
2025년 국제 학업 성취도 비교 평가(PISA) 결과가 최근 나오면서 독일 교육계가 자존심을 구겼다. 유튜브 채널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 영상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독일 교육을 따라 해야 한다거나 독일 교육이 이상적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이번 PISA 결과를 놓고 보면 독일의 교육 상황은 상당히 좋지 않다.
과학 486점, 수학·읽기도 겨우 평균 수준
PISA는 만 15세를 기준으로 여러 나라 학생들의 수준을 비교하는 평가로, 과목은 읽기·과학·수학 세 가지다. 성적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가정 경제 상황과 학교의 여건, 학생들의 심리 상태와 학교 만족도까지 함께 평가한다. 원래는 OECD 국가 위주였지만 대상이 점점 늘어 2025년 시험에는 91개 나라에서 76만 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영상에 따르면 독일의 과학 성적은 486점으로 OECD 평균 근처에 머물렀고, 수학은 겨우 평균선에 걸쳤다. 읽기 역시 평균을 살짝 넘는 정도였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읽기에서 500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컴퓨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도 독일은 평균에 못 미쳤다. 중국의 높은 점수에 대해서는 베이징·상하이 등 여건이 좋은 지역(BSJG)의 학생들만 대표로 뽑아 참가한 결과여서 빼고 보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 덧붙었다.
슈피겔 '환자는 독일, 상태는 매우 심각'
독일의 가장 대표적인 주간지 슈피겔은 두 페이지에 걸친 기사로 이번 결과를 질타했다. 기사는 환자는 독일이고 상태는 매우 심각하다는 식으로 독일 교육을 진단했다. 슈피겔이 전한 사례를 보면 독일 학생들은 4인분 요리를 준비했는데 6명을 초대했다면 재료를 얼마나 늘려야 하는지 같은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하위 20%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요건을 하나도 충족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중간층이 두텁게 평균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하위권에 심각한 구멍이 나 있다는 것이다.
1997년 TIMSS·2001년 PISA 충격과 '응급처치'
독일의 학업 성취 논란은 1990년대부터 이어졌다. 독일은 1997년 처음으로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학업 성취도 평가에 참가했는데, 당시에는 PISA가 아니라 수학·과학 두 과목을 보는 TIMSS였고 45개국 정도가 참여했다. 이 평가에서 한국의 중학교 2학년에 해당하는 독일 8학년 학생들이 초등학교 6학년 정도 수준의 성취도밖에 기록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독일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이후 연방 정부와 주정부가 모여 주별로 공통 시험을 봐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학생들이 알기 쉽게 가르치는 쪽으로 교육 정책을 바꾸자는 논의가 나왔다.
4년 뒤인 2001년 PISA에는 32개국이 참여했는데, 독일은 읽기 21위, 수학·과학 20위 수준에 그쳤다. 당시 핀란드가 최상위권이었고 한국은 1, 2위권이었다. 슈피겔은 '독일 학생들은 멍청한가'라는 노골적인 제목을 달았고, 독일의 교육 재앙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독일 사회는 이를 기회 균등의 문제로 결론 내렸다. 잘사는 동네 학생들은 성적이 괜찮았지만 사회경제적 환경이 열악한 지역 학교 학생들의 성취도는 매우 낮았고, 가정 배경과 사회경제적 여건이 학업 성취도와 너무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었다는 것이다. 영상에서는 사회경제적 환경이 그대로 교육 결과로 나타나서는 안 되며, 교육은 다음 세대가 사다리의 한 칸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게 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책도 이어졌다. 학습이 부진한 학생에게 보충 수업을 더 하고, 전근대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교사 연수 시스템을 바꿨다. 전체 학습 시간을 늘리기 위해 학생들을 더 일찍 학교에 불러왔고, 집에 가서 아무의 돌봄도 받지 못하는 학생이 많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종일 학교를 확대했다. 가장 핵심은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치고 학생들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교육 기준을 명확히 마련하고, 학습 성과를 효과적으로 측정·비교할 수 있는 시험 체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실증적 전환'도 추진됐다. 독일의 토론식 교육이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면 끝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방식이었고, 그 생각이 맞는지에 대한 과학적 지식 분석과 평가는 도외시했다는 자기비판이 나온 것이다. 이후 보다 과학적으로 타당한 연구 결과와 철저한 조사를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방향으로 바뀌었고, 영상에 따르면 2004년 PISA에서 독일은 OECD 평균 수준까지 올라섰다.
열 살에 갈리는 진로…PISA 조정관의 비판
그러나 집이 가난한지 부유한지가 성취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문제는 여전했다. 2007년 시험 결과를 두고는 PISA 조정관이 독일 교육 시스템을 강하게 비판해 다시 논란이 일었다. 독일은 열 살 무렵, 초등학교 3~4학년 정도가 되면 진로를 결정한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지만 이론적으로는 대학 진학이 맞는 학생은 김나지움으로, 사무직 정도의 취업이 맞는 학생은 중간 단계인 레알슐레로, 직업 교육이 필요한 학생은 하우프트슐레로 빠르게 나뉜다.
비판의 요지는 학생들을 너무 일찍 분리한다는 것이었다. 공교육에 들어와 3~4년 배운 시점의 학업 능력으로 학교를 나누면 뒤늦게 철이 들거나 열심히 하려는 학생에게 기회를 줄 수 없고, 하우프트슐레에 있는 학생들은 주변 친구들의 성적과 집안 환경이 비슷해 위로 올라가겠다는 동기를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후 독일은 2000년대 중반 '시누스'라는 프로그램으로 수학·과학 학업 성취도 개선에 투자했고, 2008년 메르켈 총리는 독일을 '교육공화국'이라고 말하며 교육 투자를 계속 늘려 가겠다고 강조했다. 2012년 PISA에서는 독일 성적이 OECD 평균보다 확실히 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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