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8000호 미분양 ‘보험’…LH 확약, 성적표는 준공 뒤 나온다
LH가 10월 9일 수도권 공공택지 최대 1만8000호를 대상으로 미분양 매입확약 신청을 연말까지 받는다고 밝혔다. 즉시 매입이 아닌 조건부 안전망인 만큼 착공 전환과 준공 후 실제 인수 실적을 함께 공개해야 정책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26년 10월 9일 수도권 공공택지의 민간 주택사업을 대상으로 미분양 매입확약 신청을 연말까지 받는다고 밝혔다. 대상이 될 수 있는 주택은 최대 1만8000호이며,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이 준공 뒤에도 팔리지 않으면 LH가 분양가의 85~92% 수준에서 매입하는 구조다.
이 제도를 두고 “LH가 미분양 1만8000호를 사들인다”고만 이해하면 정책의 크기와 위험을 동시에 잘못 읽게 된다. 1만8000호는 지금 당장 사들이는 물량도, 확정 지출도 아니다. 일정에 맞춰 착공한 사업 가운데 실제 준공 후 남은 미분양만 매입 대상이 된다. 정책의 첫 성적표는 매입 호수가 아니라 착공 전환율, 그다음은 준공 뒤 미분양률과 LH의 실제 인수 규모다.

조기 착공하면 2%포인트, 500호 이상이면 1%포인트
이번 추가 시행은 정부가 8월 13일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의 후속 조치다. 민간 건설사가 이미 매입한 수도권 LH 공동주택용지 가운데 2027년 말까지 착공하는 사업이 대상이다. 건설사가 매입확약을 신청한 전용 85㎡ 이하 주택이 준공 후 미분양으로 남을 때 LH가 사들이는 방식이다.
매입가격은 미분양률과 단지 규모, 착공 시점 등에 따라 분양가의 85~92%로 달라진다. 2027년 상반기까지 착공하면 2%포인트, 500호 이상 단지면 1%포인트를 더해 최대 3%포인트의 가산율을 받을 수 있다. 2024년 첫 제도의 매입가격 상단이 91%였던 것과 비교하면 조기 착공 유인을 강화한 셈이다.
확약의 직접 효과는 건설사의 분양 전망을 낙관하게 만드는 데만 있지 않다. 공공기관이 준공 후 잔여 물량을 정해진 조건으로 인수하겠다는 약속은 금융기관이 보는 최악의 회수 시나리오를 줄인다. 이에 따라 브리지론을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전환하거나 조달금리를 협의할 때 사업성이 개선될 수 있다. 정부가 8월 대책에서 PF 보증·자금지원 규모를 26조3000억원에서 47조8000억원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한 것과 같은 방향이다.
수도권 미분양 1만9136호…현재 재고와 미래 확약은 다른 숫자
국토교통부의 2026년 8월 주택통계를 보면 전국 미분양은 6만9134호로 한 달 전보다 917호, 1.3% 늘었다. 수도권은 1만9136호로 323호 줄었지만 비수도권은 4만9998호로 1240호 증가했다.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2만8080호로 전월보다 1072호, 3.7% 감소했다.

새 확약의 최대 1만8000호와 현재 수도권 미분양 1만9136호는 규모가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대체할 수 없는 숫자다. 앞 숫자는 앞으로 착공해 준공될 특정 공공택지 사업의 잠재 물량이고, 뒤 숫자는 8월 말 모든 수도권 민간 사업장에서 이미 발생한 재고다. 새 제도가 현재 미분양의 94%를 해결한다고 계산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 항목 | 규모 | 기준과 의미 |
|---|---|---|
| 2026년 추가 매입확약 대상 가능 물량 | 최대 1만8000호 | 수도권 LH 공공택지, 향후 착공·준공되는 잠재 물량 |
| 수도권 미분양 | 1만9136호 | 2026년 8월 말 현재 재고 |
| 비수도권 미분양 | 4만9998호 | 2026년 8월 말 현재 재고, 이번 제도 대상 밖 |
| 전국 준공 후 미분양 | 2만8080호 | 2026년 8월 말, 전국 미분양 6만9134호에 포함 |
‘확약 물량’보다 공개해야 할 세 가지
제도의 효과를 판단하려면 첫째, 신청 물량 가운데 실제 확약까지 간 비율을 공개해야 한다. 2024년 첫 시행 때는 대상 가능 물량이 약 3만6000호였고 그해 말까지 약 2만5000호의 신청이 접수됐다고 정부가 설명했다. 그러나 신청, 확약, 착공, 준공, 실제 매입은 서로 다른 단계다. 신청 호수만으로 공급 효과나 공공 부담을 평가할 수 없다.
둘째, 확약을 받은 사업의 착공 시점을 비확약 사업과 비교해야 한다. 원래 착공할 사업이 인센티브만 받은 것인지, 자금조달이 막혔던 사업이 실제로 전환된 것인지 구분해야 정책의 추가 효과를 알 수 있다. 2027년 상반기 2%포인트 가산이 유효하려면 월별 확약 건수와 본PF 전환일, 착공일을 사업장 단위가 아닌 집계표로라도 정기 공개할 필요가 있다.
셋째, 준공 후 실제 인수 물량과 매입가율을 함께 밝혀야 한다. 매입가가 분양가보다 낮아 건설사도 손실 일부를 부담하지만, 분양가가 적정했는지와 LH가 인수한 뒤 임대주택으로 운용할 수 있는지는 별도 문제다. 분양가 대비 매입률만 공개하면 감정가, 주변 임대료, 유지관리비를 반영한 장기 비용을 판단하기 어렵다.
정책 범위의 지역 불균형도 남는다. 8월 말 비수도권 미분양은 전국의 72.3%를 차지했지만 이번 확약은 수도권 LH 공공택지에 한정된다. 이는 수도권의 공급 시차를 줄이려는 제도 목적과 일치하지만, 전국 미분양 해소책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문제는 세제·매입임대·수요 기반 확충 등 다른 수단의 성과와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
공급 속도와 공공 위험, 한 장의 성적표로
미분양 매입확약은 민간의 하방 위험을 공공이 일부 나눠 착공을 당기는 장치다. 분양이 순조로우면 LH의 실제 매입은 없고 공급만 앞당겨질 수 있다. 반대로 수요 전망이 빗나가면 준공 후 미분양이 LH로 넘어온다. 두 결과 모두 제도 설계상 가능하므로 매입이 적다고 무조건 실패도, 착공이 늘었다고 무조건 성공도 아니다.
따라서 연말 접수 마감 뒤 필요한 것은 “최대 1만8000호”라는 홍보 숫자의 반복이 아니다. 신청·확약·본PF 전환·착공·준공·미분양·실제 매입을 같은 사업 집단에서 이어 보는 성과표다. 이 연결고리가 공개돼야 조기 착공 2%포인트 인센티브가 공급 병목을 풀었는지, 위험만 뒤로 미뤘는지 판단할 수 있다.
참고 자료
- LH, 미분양 매입확약 연말까지 접수…분양가 92%까지 적용 — 연합뉴스(2026년 10월 9일)
- LH, 안 팔린 집 사준다…수도권 공공택지 미분양 ‘매입확약’ 연말까지 접수 — 경향신문(2026년 10월 9일)
- 수도권 23만호+α 추가 공급, 주택 공급 촉진 및 청년 등 실수요자 금융지원 강화 — 금융위원회(2026년 8월 13일)
- 국토교통 통계누리 — 국토교통부(2026년 8월 기준)
- 미분양 다시 늘고 주택거래는 급감…8월 매매 23.5%↓ — CBS노컷뉴스(2026년 9월 30일)
- 올해 지방 '준공후 미분양' 구입하면 1세대1주택 특례 — YTN(2025년 1월 8일)
- 수도권 공공택지 미분양 매입확약 공고(’25년) — 한국토지주택공사(2025년 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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