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도 스캠 공조망 9→52개국…시험대는 돈줄 차단
경찰청은 2026년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인천 송도에서 한국 주도 국제공조협의체(IICA) 첫 총회를 열고 초국가 스캠 조직 공동대응 원칙을 채택했다. 참여국은 1년 만에 9개국에서 52개국으로 늘었지만, 실질 성과는 범죄수익 동결 속도와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로 평가해야 한다.
경찰청은 2026년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인천 송도에서 한국이 주도해 만든 국제공조협의체(IICA)의 첫 총회를 열고 초국가 스캠 조직에 공동 대응하는 원칙을 채택했다. 창설 당시 9개국이던 참여국은 1년 만에 52개국으로 늘었다. 외형은 빠르게 커졌지만, 다음 시험대는 회원국 수가 아니라 신고부터 범죄수익 동결까지 걸리는 시간을 실제로 줄이는 일이다.

52개국 네트워크, 결의문은 구속력 없어
경찰청 발표를 보면 이번 총회에는 26개국과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인터폴, 아세아나폴 등 6개 국제기구에서 100여 명이 참석했다. 15개국과 UNODC·아프리폴은 공동대응 결의문에 서명했고, 다른 10개국과 인터폴·아세아나폴은 지지 의사를 밝혔다. 결의문에는 의장국 순환, 한국 경찰청 내 사무국 운영, 정례 합동작전과 정보 교환이 담겼다.
다만 이 결의문은 조약이 아니라 자발적 협력의 틀이다. 나라별 형사절차와 개인정보 규정, 금융기관의 동결 요건까지 통일하는 효력은 없다. 현장 수사에서 결정적인 것은 범죄가 어느 나라 서버에서 시작됐는지보다 피해금이 어느 계좌와 가상자산 지갑을 거쳐 이동하는지를 얼마나 빨리 확인하느냐다. 회원국이 많아도 긴급 조회가 근무시간과 공문 번역, 사법공조 절차에서 멈추면 돈은 먼저 빠져나간다.
IICA가 기존 인터폴 공조를 대체하는 것도 아니다. 인터폴은 회원국 경찰을 연결하는 데이터베이스와 국제작전을 운영하고, UNODC는 범죄·인신매매 정책과 기술지원을 담당한다. IICA의 독자적 가치는 한국과 피해·경유·거점 국가의 담당자를 반복적으로 한 테이블에 묶고, 특정 스캠 사건의 단서를 작전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야 한다. 같은 정보를 여러 협의체에 중복 보고하는 조직이 된다면 속도는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
스캠센터는 ‘피해자 두 집단’을 만든다
인터폴의 2026년 글로벌 금융사기 위협평가는 스캠센터 범죄를 이중 피해 구조로 설명한다. 한쪽에는 온라인 구인광고에 속아 이동한 뒤 감금돼 사기를 강요받는 인신매매 피해자가 있다. 다른 쪽에는 이들이 보내는 투자·연애·사칭 메시지에 속아 돈을 잃는 세계 각지의 피해자가 있다. 범죄자를 검거하는 지표와 강요된 노동자를 구조·보호하는 지표를 분리해야 하는 이유다.
평가에 따르면 2025년 말까지 스캠센터로 인신매매된 피해자의 국적은 약 80개로 넓어졌다. 2025년 1분기 66개국에서 더 늘어난 수치다. 인터폴은 동남아시아에 집중됐던 수법이 중동, 서아프리카, 중앙아메리카로 확산하고 있다고 본다. 거점을 한 번 단속해도 다른 나라나 이동이 쉬운 임시 시설로 옮겨갈 수 있다는 뜻이다.
UNODC가 2026년 7월 공개한 동남아시아 조직범죄 평가도 스캠, 마약, 자금세탁과 데이터 거래가 별개 시장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범죄 생태계로 재편됐다고 짚었다. 따라서 스캠센터 대응은 건물 급습에서 끝나기 어렵다. 가짜 구인 단계의 모집책, 통신계정 공급자, 피해금을 세탁하는 환전·가상자산 통로를 함께 추적해야 재가동 비용을 높일 수 있다.
116건과 227개 단서, 성공률로 읽으면 안 돼
경찰청은 IICA 출범 뒤 세 차례 ‘브레이킹 체인스’ 합동작전 회의에서 116건의 사건과 227개의 수사 단서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한국 경찰은 그 과정에서 2026년 9월까지 피의자 132명을 검거하고 73명을 국내로 송환했다고 설명했다. 이 네 숫자는 분모와 시점이 같은 전환율이 아니다. 사건 한 건에서 단서가 여러 개 나올 수 있고, 검거자는 공유 사건 밖 수사와 겹칠 수 있으며, 송환은 검거 뒤 별도 절차를 거친다.
따라서 ‘단서 227개 중 132명 검거’나 ‘검거자 중 73명 송환’처럼 비율을 계산하면 성과를 과장할 위험이 있다. 경찰청 공개자료만으로는 해외 기관이 요청에 답한 평균 시간, 동결한 범죄수익 규모, 구조한 인신매매 피해자 수, 피해금 반환액도 확인되지 않는다. 이번 총회가 제도를 만든 단계라면 다음 정기 보고부터는 이 지표를 나라별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함께 공개할 필요가 있다.
| 구분 | 수치 | 해석할 때 주의점 |
|---|---|---|
| 참여국 | 52개국 | 창설 당시 9개국과 비교한 네트워크 규모 |
| 첫 총회 참석 | 26개국·6개 국제기구 | 전체 참여국 수와 총회 현장 참석 수는 다름 |
| 공유 사건 | 116건 | 세 차례 합동작전 회의 누계 |
| 수사 단서 | 227개 | 사건 수와 일대일 대응하지 않음 |
| 한국 경찰 검거 | 132명 | 2026년 9월까지 피의자 수 |
| 국내 송환 | 73명 | 검거와 다른 법적 절차를 거친 인원 |
평가표는 ‘속도·돈줄·피해자 보호’여야
IICA의 다음 성과표에는 최소 네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긴급 계좌·가상자산 동결 요청의 접수부터 조치까지 걸린 시간이다. 둘째는 국가 간 데이터 보존과 증거 회신의 완료율이다. 셋째는 검거자 수와 별도로 집계한 인신매매 피해자의 식별·구조·보호 인원이다. 넷째는 동결·몰수·피해자 반환액과 폐쇄된 거점의 재가동 여부다.
미국과 영국도 2026년 9월 글로벌 스캠센터 해체를 목표로 양자 동맹을 출범시켰다. 여러 협력망이 동시에 생기는 상황에서는 회의 횟수보다 사건별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 어느 협의체가 금융추적을 맡고, 누가 인신매매 피해자를 식별하며, 어느 기관이 서버와 통신계정을 보존할지 미리 정해야 중복 요청과 공백을 줄일 수 있다.
한국이 사무국을 맡는 것은 의제를 제안할 기회인 동시에 성과를 투명하게 설명할 책임을 뜻한다. 9개국에서 52개국으로 늘어난 숫자는 출발선이다. 피해금이 국경을 넘기 전에 멈추고, 강요된 범죄 노동자가 피의자가 아니라 피해자로 식별되며, 폐쇄한 센터가 다른 지역에서 곧바로 문을 열지 못하게 할 때 공조망의 확장이 실질적 성과가 된다.
참고자료
- 경찰청, 「해외 스캠 조직, 세계 각국 경찰이 함께 잡는다 대한민국 주도 국제공조협의체(IICA) 첫 총회… 공동 대응 원칙 채택」, 2026년 10월 23일
- INTERPOL, 「GLOBAL FINANCIAL FRAUD THREAT ASSESSMENT」, 2026
- UNODC, 「New UNODC report reveals scale of South-East Asia's ever more interconnected criminal economy」, 2026년 7월
- INTERPOL, 「INTERPOL releases new information on globalization of scam centres」, 2025년 6월 30일
- U.S. Department of Justice, 「U.S. and UK Launch First-of-Its-Kind Joint Alliance to Dismantle Global Scam Centers」, 2026년 9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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