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10.25 (일)
경제

피지컬 AI 3.1조…예산보다 먼저 정할 성과표

재정경제부가 2027년 피지컬 AI 예산안을 3조1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세계 1위 로봇밀도와 낮은 중소기업 AI 도입률을 함께 보면 장비 수가 아닌 생산성·확산·노동 지표가 성패를 가른다.

재정경제부는 23일 서울에서 연 제9회 디지털 이코노미 포럼에서 2027년 피지컬 인공지능(AI) 예산안을 3조1000억원으로 제시했다. 2026년 9000억원에서 2조2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권대영 재정경제부 1차관은 제조업과 로봇의 생산성 혁신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증가율로는 244%, 배수로는 약 3.4배다. 재정 투입의 방향은 분명해졌지만, 예산이 실제 생산성으로 이어졌는지를 판단할 성과표는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공장에 AI 장비가 몇 대 들어갔는지만 세면 구축 실적은 알 수 있어도 불량 감소, 가동률 개선, 중소기업 확산 같은 경제적 효과는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동차 공장에서 산업용 로봇이 차체 조립 작업을 하는 모습
자동차 조립라인에서 산업용 로봇이 작업하고 있다. 기사 속 포럼 현장과 무관한 자료사진. 사진: jurvetson / Flickr(CC BY 2.0)

0.9조원에서 3.1조원, 투입지표는 선명해졌다

정부가 지난달 공개한 2027년 예산안 설명 자료에는 피지컬 AI 예산을 0.9조원에서 3.1조원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8대 핵심 분야 현장 실증에는 총 2.6조원, 핵심기술 확보에는 총 1.5조원, 데이터 트레이닝 센터·팩토리와 라이브러리에는 총 1440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도 제시됐다. 이 세 금액은 각각의 사업 총액이어서 단순 합산해 2027년 한 해 예산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23일 포럼은 산업의 뼈대를 바꾸는 AI 전환을 첫 세션의 주제로 삼았다. 철강·석유화학의 생산성 전환, 반도체 이후 성장동력,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포용적 성장까지 논의했다. 재정경제부는 첨단바이오·소형모듈원전·양자·우주항공 등 7대 SEED 프로젝트에 AI를 접목하겠다는 방향도 밝혔다. 다만 공개된 보도자료와 행사 프로그램에서는 사업별 연차 배분과 공통 성과지표의 목표값까지 확인되지는 않는다.

2027년 정부 예산안 기준 피지컬 AI 예산은 2026년 0.9조원에서 2027년안 3.1조원으로 늘어난다. 단위는 조원. 자료: 기획예산처 2027년 예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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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로봇밀도와 낮은 AI 확산이 동시에 존재

한국 제조업의 출발점은 역설적이다. 국제로봇연맹(IFR)이 2026년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2024년 로봇밀도는 제조업 종사자 1만명당 1220대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2019년 이후 연평균 7% 늘었고 전자와 자동차 산업이 주된 수요처였다. 자동화 장비의 보급만 놓고 보면 이미 선두권이 아니라 선두다.

그러나 기업 규모를 좁히면 다른 모습이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5년 한국 노동시장 보고서에서 AI를 쓴다고 답한 한국 중소기업은 31%였다. 독일 51%, 아일랜드 45%, 오스트리아 42%보다 낮다. 한국 고용의 80% 이상을 중소기업이 맡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기업 공장의 로봇 숫자가 높아도 경제 전체의 AI 확산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OECD 조사에서 생성형 AI를 쓰지 않는 한국 중소기업의 53%는 직원의 기술 부족을 가장 큰 장벽으로 꼽았다. 따라서 피지컬 AI 사업의 성과는 로봇 구매액이나 실증 과제 수뿐 아니라 현장 인력의 재교육, 공급기업과 수요기업의 결합, 도입 이후 지속 사용 여부까지 함께 봐야 한다.

성과표는 구축·가동·확산·노동 네 층으로

첫째 층은 구축이다. 예산 집행률, 실증 공장 수, 센서와 로봇 설치 대수, 학습 데이터셋의 규모를 기록한다. 이 수치는 사업이 계획대로 시작됐는지를 보여 주지만 성공의 최종 기준은 아니다. 설치 뒤 멈춘 장비나 일회성 실증도 모두 실적으로 잡힐 수 있어서다.

둘째 층은 가동 성과다. 같은 공정에서 AI 도입 전후의 시간당 생산량, 불량률, 설비 고장으로 인한 중단 시간, 에너지 사용량, 납기 준수율을 비교해야 한다. 품목과 공장 규모가 다른 기업을 한 줄로 세우기보다 업종별 기준선을 두고 6개월과 12개월 뒤 변화를 추적하는 방식이 적절하다.

셋째 층은 확산이다. 지원받은 대기업의 사례가 협력사와 지역 중소기업으로 옮겨갔는지, 정부 지원 종료 뒤에도 시스템을 유료로 유지하는지, 국내 AI·로봇 공급기업의 매출과 재구매율이 늘었는지를 공개해야 한다. 전체 평균과 함께 기업 규모·지역·업종별 결과를 나눠야 격차 축소 여부도 보인다.

넷째 층은 노동이다. 생산성이 올랐더라도 안전사고가 늘거나 숙련 전환이 막히면 지속 가능한 혁신으로 보기 어렵다. 재교육 이수자 수보다 이수 뒤 실제 직무 이동률, 작업자 제안이 시스템 개선에 반영된 비율, 안전 관련 중단과 사고 빈도를 성과표에 넣을 필요가 있다.

피지컬 AI 사업에서 공개할 핵심 성과지표 제안
단계투입·활동 지표결과 지표
구축집행률, 실증 공장, 장비·데이터예정 시점 내 가동 비율
가동공정 적용 건수생산량, 불량률, 중단시간, 에너지
확산참여기업·협력사 수중소기업 도입률, 유지율, 재구매율
노동교육 인원·시간직무전환, 안전, 현장 참여

스마트공장 경험에서 확인된 ‘묶음 도입’의 효과

OECD가 2026년 정리한 한국 스마트제조혁신 사례는 성과 측정의 단서를 준다. 2014년 이후 약 2만4000개 기업에서 3만2000건이 넘는 사업을 진행했고, 도입 기업에서는 일일 생산량 증가와 불량률 감소가 확인됐다. 자동 센서, 실시간 모니터링, 디지털 재고관리처럼 여러 기술을 함께 적용한 소규모 제조업체에서 생산성 개선이 더 뚜렷했다.

이는 피지컬 AI를 로봇 한 대의 구매 사업으로 설계하면 효과를 놓칠 수 있다는 뜻이다. 데이터 수집, 공정 제어, 유지보수, 작업자 교육이 연결돼야 장비가 생산성을 만든다. 정부 지원도 하드웨어 보조금과 현장 진단·통합 소프트웨어·교육을 묶되, 각 묶음이 어떤 성과를 냈는지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3.1조원은 목표가 아니라 검증의 시작

피지컬 AI 예산의 급증은 제조 경쟁력에 대한 정부의 우선순위를 보여 준다. 그러나 예산 규모는 투입지표일 뿐 생산성의 증거는 아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밀도와 낮은 중소기업 AI 확산률을 동시에 가진 나라다. 그 간극을 줄였는지가 2027년 사업의 핵심 성적표가 돼야 한다.

내년 예산 집행 전 사업별 기준선과 목표값을 공개하고, 6개월·12개월 뒤 같은 지표로 결과를 내놓는다면 3.1조원의 의미도 분명해진다. 최종 평가는 설치된 로봇의 수가 아니라 더 적은 불량, 더 짧은 중단, 더 넓은 중소기업 확산, 더 안전한 일터로 확인돼야 한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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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강부
트렌드경제신문 · 기자

트렌드경제신문에서 수입차 분야를 주로 취재합니다. 국산차, 사회 기사도 함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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