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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10.23 (금)
경제

"원전 전기 직접 사겠다" 기업 요구, 국민 전기요금 인상 부를까

포스코 등 제조업계가 저렴한 원전 전력을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특정 기업의 전력 독점이 국민의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원전 전기 직접 사겠다" 기업 요구, 국민 전기요금 인상 부를까
안경을 쓴 남성이 칠판 앞에서 손을 움직이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언더스탠딩 : 세상의 모든 지식 유튜브 영상 캡처)

국내 제조업계가 한국전력(한전)을 거치지 않고 원자력 발전소로부터 전기를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탄소 중립 전환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기업들이 저렴한 원전 전력을 확보해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특정 기업이 저렴한 전력을 독점할 경우, 전력 시장의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일반 국민의 전기요금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용 전기 182원 vs 원전 정산단가 90원" 기업들의 계산법

최근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주요 제조업체들은 높은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인해 국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기업들이 원전 전력 직접구매계약(PPA)을 요구하는 핵심 근거는 '가격 차이'에 있다. 현재 기업들이 한전으로부터 구매하는 산업용 전기 소매 가격은 kWh당 약 182원 수준이다. 반면, 한전이 발전소로부터 전기를 사오는 도매 가격인 정산단가를 살펴보면 원전의 경우 kWh당 약 90원 선에 불과하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한전이라는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원전과 직접 계약을 맺을 경우, 현재보다 절반 가까이 저렴한 가격으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특히 포스코와 같이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하는 기업에는 이러한 '무탄소 저가 전력'이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포스코는 2050년까지 석탄 고로를 완전히 없애고 수소환원제철 공정으로 전환하기 위해 약 8GW 규모의 무탄소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원전 약 6기 분량에 달하는 막대한 양이다.

기존 석탄 고로 방식에서는 공정 중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활용해 전력의 80%를 자체 조달할 수 있었으나,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하면 이러한 자가 발전 체계가 불가능해진다. 결국 막대한 양의 전력을 외부에서 끌어와야 하는데, 비싼 재생에너지로만 이를 충당하기에는 경제적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 기업 측의 입장이다.

전력 시장의 '구멍' 생기면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위험

기업들의 이러한 요구는 논리적이지만, 전력 시장 전체의 구조를 고려하면 복잡한 문제를 야기한다. 언더스탠딩 김상훈 기자가 지적한 핵심은 '전력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다. 만약 원전이 한전과 계약을 맺지 않고 특정 기업과 직접 계약(PPA)을 체결하게 되면, 기존 전력 시장에서 공급되던 저렴한 원전 전력 물량이 시장에서 빠져나가게 된다.

전력 시장에서 가장 저렴한 발전원인 원전이 특정 기업의 전유물이 되면, 시장에 남은 전력 수요를 채우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 등을 가동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시장에 공급되는 전력의 평균 단가가 올라가게 되고, 이는 전력 시장의 다른 소비자, 즉 일반 국민의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미국 규제 당국이 특정 기업의 원전 전력 독점이 다른 소비자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경우 거래를 제한하는 사례가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원전과 직접 계약을 맺는 배경도 한국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미국은 전력 시장이 민영화되어 있어 기업이 직접 발전소와 계약하는 것이 비교적 자유롭다. 또한 빅테크들의 요구는 단순히 '싼 전기'를 넘어, AI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무탄소 전력'을 확보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프랑스·핀란드 사례로 본 '위험 분담'의 중요성

해외 사례를 통해 보면 원전 전력 직거래가 가져올 수 있는 리스크와 그 해결책도 엿볼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과거 원전에서 생산한 저렴한 전기를 민간 전력 판매업체에 할당하는 제도를 운영했으나, 2022년 에너지 위기와 원전 가동 차질이 겹치면서 국영 전력회사인 EDF가 막대한 손실을 입는 부작용을 겪었다. 이를 계기로 프랑스는 원전 운영에 따른 위험과 비용을 기업들도 함께 분담하는 장기계약 방식으로 제도를 전환했다. 핀란드 역시 기업이 원전 건설에 직접 투자하고 그 위험을 분담하는 구조를 활용하고 있다.

김상훈 기자는 한국에서도 원전 PPA 자체를 무조건 금지할 필요는 없다고 제언한다. 다만 기업이 저렴한 전력의 혜택만 누리고 그로 인한 비용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정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원이 필요하다면, 전력 시장의 구조를 왜곡하는 방식보다는 보조금이나 별도의 전기요금 정책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투명하게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특히 국내 여건상 원전 확대는 전력 비용을 낮추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는 만큼, 단순히 해외의 직거래 제도를 그대로 가져오기보다는 한국 전력시장의 특수성을 반영한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언더스탠딩 : 세상의 모든 지식 유튜브 「값싼 원전 전기는 대기업에 주고, 국민은 비싼 LNG 전기 쓴다? 원전 직거래 법안의 진실 (언더스탠딩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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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수
트렌드경제신문 · 기자

트렌드경제신문에서 경제 분야를 주로 취재합니다. 기업소식, 금융 기사도 함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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