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쇄빙선, 알래스카 영해 앞까지…북극 패권 노리는 '자원 전쟁'
중국이 북극해와 접한 영토가 없음에도 쇄빙선단을 앞세워 알래스카 인근까지 진출하며 북극 패권 경쟁에 가세했다. 러시아의 원자력 쇄빙선 독주와 중국의 자원 탐사 움직임에 대응해 미국도 핀란드 기술을 도입하며 대응에 나섰다.
북극해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북극해와 직접 맞닿은 해안선이 없는 중국이 쇄빙선단을 앞세워 알래스카 인근 영해까지 진출하며 북극 패권 경쟁에 가세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쇄빙선단이 북극에 도착해 활동을 시작한 가운데, 이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가 전한 권효재 대표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북극 지역은 안보와 자원 개발이라는 두 가지 핵심 축을 중심으로 격전지가 되고 있다. 미국은 알래스카 북쪽 지역에서 러시아 전폭기가 영공에 접근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는 등 안보 위협을 느끼고 있으며, 중국 쇄빙선단이 알래스카 영해 바로 앞까지 와서 탐사 작업을 반복하는 상황에 긴장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2주 전 출항한 중국의 쇄빙선 4척이 북극에 도착해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핀란드 기술력 기반의 쇄빙선, 러시아의 압도적 우위
쇄빙선은 일반 선박과 달리 얼음을 깨는 특수 목적을 가진 배로, 제작 비용이 일반 선박의 5배 이상에 달할 만큼 고가의 장비다. 얼음을 깨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배의 힘으로 얼음을 밀어내며 수평으로 깨는 방식과, 배의 무게를 이용해 얼음 위로 올라타 수직으로 눌러 깨는 방식이다. 얼음이 균일하지 않고 덩어리가 산처럼 쌓여 있는 경우, 배가 힘으로 밀어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배의 무게로 눌러 깨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만약 얼음이 너무 두꺼워 배가 갇히게 되면, 후진과 조향을 반복하며 좌우로 움직이는 복잡한 기동을 통해 길을 만들어야 하므로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이 분야의 기술적 종주국은 핀란드다. 핀란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에 쇄빙선 기술을 배상금으로 넘겨줘야 했던 역사적 아픔을 겪었으나, 이를 극복하기 위한 처절한 혁신을 통해 현재 세계 최고의 쇄빙선 설계 및 기자재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현재 전 세계 쇄빙선 기술의 핵심은 핀란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별 보유 현황을 보면 러시아의 독주가 눈에 띈다. 러시아는 북극해 해안선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넓은 접경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105척의 쇄빙선을 운용 중이다. 특히 러시아는 전 세계 쇄빙 능력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고 있는데, 이는 한겨울에도 북극점을 직행할 수 있는 '원자력 추진 쇄빙선'을 보유한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현재 보유한 선박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규모의 쇄빙선을 추가로 건조하고 있다. 러시아가 이처럼 쇄빙선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이유는 시베리아 북쪽 북극해 지역의 물류망을 확보하고, 겨울에도 멈추지 않고 북극 연안 도시들에 물자를 공급해야 하는 경제적·전략적 필요성 때문이다.
캐나다 역시 북극권의 주요 국가다. 캐나다는 해류가 통하지 않아 얼음이 매우 두껍게 얼어붙는 특성이 있고, 허드슨만 등 내륙 수로와 해상 교통망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상당한 수의 쇄빙선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현재 캐나다의 쇄빙선단은 노후화된 상태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재작년부터 신형 쇄빙선 16척을 확보하는 현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미국의 자존심 굽힌 이유, 중국의 '과학 탐사' 뒤에 숨은 목적
반면 미국의 상황은 위태롭다. 미국은 현재 3세대의 쇄빙선만을 보유하고 있으나, 그마저도 노후화되어 가동률이 매우 낮은 실정이다. 가장 큰 선박인 '폴라스타'는 건조된 지 50년이 지났으며, 나머지 선박들도 상태가 좋지 않아 잦은 수리를 반복하며 정상적인 운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은 이러한 안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최근 파격적인 결단을 내렸다. 자국 내 건조 원칙을 깨고 핀란드에서 4척을 건조하고, 나머지 7척은 핀란드의 기술을 도입해 미국 내에서 라이선스 생산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60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미국 조야에서도 국가 안보를 위해 자존심을 굽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이처럼 급하게 움직이는 결정적인 이유는 중국의 확장세 때문이다. 중국은 북극 위원회 회원국이 아니며 북극해와 직접 맞닿은 영토도 없지만, 이미 7척의 쇄빙선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2척은 중국 내해인 보하이만 항구와 해군 기지 진출입을 위한 초보적인 수준의 쇄빙선이지만, 나머지 5척의 연구용 쇄빙선 중 4척이 지속적으로 알래스카 인근 북극해로 몰려가 탐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과학 탐사'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북극의 핵심 자원 개발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해석한다. 특히 중국의 활동은 미국의 안보 신경을 자극할 만큼 반복적이고 집요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 쇄빙선 실태와 북극 항로 주도권 경쟁
중국이 운용하는 대표적인 선박인 '쉐룽 1호'는 과거 우크라이나에서 제작된 배를 도입해 두 차례 대대적인 개보수를 거친 모델이다. 이 배는 167m에 달하는 크기를 자랑하지만, 선체 크기에 비해 쇄빙 능력은 다소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쉐룽 1호는 쇄빙 전용보다는 극지방 기지 건설이나 시베리아 연안의 물자 보급에 특화된 '쇄빙 화물선' 성격이 강하다. 다만 이 선박은 겨울철 두꺼운 얼음을 깨고 진입하기 위한 '폴라 클래스(Polar Class)' 기준을 충족하는 데 한계가 있다. 통상 두꺼운 겨울 얼음을 깨기 위해서는 PC 3 이상의 등급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북극의 자원 개발 경쟁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중국은 쇄빙선단을 통해 북극 접경 지역에서의 활동을 강화함으로써, 향후 북극 항로의 확보와 자원 개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밀한 전략을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북극 영토가 없는 중국까지 가세한 북극의 쇄빙선 경쟁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미래 자원과 안보 패권을 둘러싼 거대한 격전지로 변모하고 있다.
출처: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 유튜브 「북극에 땅도 없는 중국이 쇄빙선부터 만드는 이유 f. 권효재 대표 [지구본 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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