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자 컴퓨터에 AI 설치"…기업의 인력 구조 바꾸는 '에이전트 이코노미'
AI 에이전트가 퇴사자의 업무를 대신하고 개인 비서 역할을 수행하는 '에이전트 이코노미'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김지현 테크라이터는 토큰 관리의 중요성과 디바이스 구매 기준의 변화, 그리고 광고 시장의 지각변동을 전망했다.
직원 세 명이 퇴사했지만 회사는 신규 채용 대신 그들이 쓰던 컴퓨터에 AI 에이전트를 설치해 업무를 이어간다. 중국의 일부 게임 개발사에서는 이미 현실화된 풍경이다. 퇴사자의 빈자리를 AI가 채우고, 남은 직원들이 AI를 활용해 여러 명의 몫을 해내는 시대. 기업들은 인력을 새로 뽑거나 교육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그 이면에는 새로운 조직 관리의 위기가 숨어 있다.
티타임즈TV가 전한 김지현 테크라이터의 분석에 따르면, AI 시대의 기업 경영은 '토큰(Token)'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AI 산업은 GPU를 원재료로 삼아 토큰을 생산하는 제조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 데이터 센터가 토큰을 만드는 공장이라면, 기업들은 이 토큰을 소비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토큰 오믹스(Tokenomics)'의 주체가 된다.
"측정하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다"…토큰 ROI의 중요성
김 작가는 2027년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기업들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지표로 '토큰 ROI(투자 대비 효율)'를 꼽았다. 단순히 AI를 얼마나 많이 썼느냐가 아니라, 투입된 토큰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결과를 만들어냈는지를 측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만 원어치의 토큰을 써서 1억 원 규모의 계약을 따내는 데 기여했다면 성공적인 투자지만, 아무도 읽지 않을 보고서를 수백 개 만드는 데 토큰을 쏟아부었다면 이는 명백한 낭비다.
현재 많은 기업이 AI 도입 초기 단계에서 토큰 사용량을 무분별하게 소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작가는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측정하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다"며, "단순히 총 사용료가 얼마인지 아는 수준을 넘어, 어느 부서가 어떤 목적으로 토큰을 사용해 어떤 결과를 냈는지 최소한의 이름표를 붙여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무분별한 소비를 막는 동시에,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돕는 가이드라인이 된다.
온디바이스 AI와 '컴퓨터 유즈', 디바이스 구매 기준 바뀐다
AI 기술이 인프라(데이터 센터) 중심에서 디바이스로 내려오는 '하이브리드 AI'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지금까지의 AI가 클라우드 기반의 거대 모델 중심이었다면, 내년(2026년)부터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자체에서 AI가 구동되는 '온디바이스 AI'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개인과 기업의 기기 구매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김 작가는 기기 선택의 기준으로 '퍼스널 AI 에이전트(PAI)'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사용자의 데이터와 업무 스타일을 학습해 파일을 업로드하지 않고도 앱을 대신 조작해 주는 '컴퓨터 유즈(Computer Use)' 기능이 핵심이다. 그는 "단순히 클라우드 AI를 쓰는 것에 만족할 것인지, 아니면 내 기기의 자원을 활용해 개인화된 비서 기능을 수행할 것인지에 따라 200만 원대 일반 노트북을 살지, 700~800만 원대 고성능 AI PC를 살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면 사라지는 '에이전트 이코노미', 광고 시장의 지각변동
AI가 사용자를 대신해 검색하고, 유튜브를 보고, 앱을 실행하는 '에이전트 이코노미'의 등장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인류는 화면을 보고 마우스를 클릭하거나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GUI(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환경에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명령을 받아 직접 행동하는 시대가 오면, 사용자는 더 이상 화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없어진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광고 모델은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사용자가 화면을 보지 않고 결과값만 전달받게 되면, 포털의 배너 광고나 검색 스폰서 링크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결국 퍼스널 AI 에이전트를 선점하는 기업이 새로운 포털 역할을 하며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삼성전자의 빅스비, 애플의 시리 같은 기존 강자들과 메타의 뮤즈(Muse) 같은 새로운 형태의 에이전트들이 격돌하는 거대한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존 플랫폼 기업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구글, 네이버, 쿠팡 같은 기업들이 자신들의 앱 내에 강력한 에이전트를 탑재해 외부 에이전트의 침투를 막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웹 시대의 승자가 모바일 시대의 승자가 아니었듯, 에이전트 시대의 새로운 승자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며 변화의 불확실성을 시사했다.
한편, AI를 능숙하게 다루는 직원에게 업무가 몰리는 현상에 대해서는 조직 관리 차원의 경고를 덧붙였다. AI로 높은 퍼포먼스를 내는 핵심 인력이 혼자 일하게 방치될 경우, 조직의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AI 잘 쓰는 직원들이 계속해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인적 자원을 지원하고 관리해야 기업이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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