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익성 논란에 흔들리는 미국 채권시장…하이일드 스프레드 급등
미국 AI 기업들의 수익성 논란으로 인한 회사채 불안이 하이일드 채권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빅테크로 전이되지 않는다면 개별 기업 리스크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AI(인공지능) 산업의 수익성 논란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며 미국 국채 금리를 하락세로 돌려세웠다. AI 대형 기술주들의 주가 변동이 실물 경제의 경기 침체 우려로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국채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은행 최진호 이코노미스트는 2일(현지시간) '모닝경제Plus'를 통해 최근 미국 금융시장의 흐름을 분석했다. 최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미국 AI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인프라 기업) 기업들의 주가를 중심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AI 기업들의 투자 수익성 논란이 주가 변동으로 작용하면서, 반사적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져 미국 국채 금리가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플레이션 하락 없는 국채 금리 하락, 이유는 'AI 불안'
최근 미국 채권시장의 움직임은 일반적인 경제 지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을 보인다. 올해 초부터 미국 2년물과 10년물 국채 금리는 기준금리 흐름을 따라 상승세를 이어왔으나, 10월 들어 급격한 하락 전환을 기록했다. 연준(Fed)이 기준금리 동결과 함께 여전히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국채 금리가 내려가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견고한 인플레이션 지표가 자리 잡고 있다. 최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근원 서비스 물가는 2%포인트 수준의 강한 하방 경직성을 보이고 있으며, 유가 상승세가 물가 상승률을 위로 밀어 올리고 있어 인플레이션 상황은 오히려 악화된 상태다. 즉, 물가가 낮아져서 금리가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AI 기업들의 주가 변동성으로 인한 불안감이 국채 매수세로 이어지며 금리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AI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의 스프레드(국채와 회사채 간 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진 점이 주목된다. 스프레드가 커졌다는 것은 회사채 가격이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10월 들어 미국 테크 섹터를 중심으로 스프레드가 급등하며 전반적인 하이일드(고수익·저신용) 채권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코어이브' 등 하이일드 기업 위기, 빅테크로 전이될까
최근 시장의 불안을 상징하는 사례로 네오클라우드 업체인 '코어이브(CoreWeave)'가 거론됐다. 코어이브는 AI 생태계를 공유하는 기업으로 최근 위험도가 높은 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애플, 엔비디아, 메타 등 이른바 '빅 파이브'로 불리는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이 최고 수준의 투자 등급(AAA~A-)을 유지하는 것과 달리, 코어이브는 투기 등급인 BBB급 신용도를 가진 하이일드 기업이다.
실제로 코어이브의 회사채 가격은 액면가의 70%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개별 기업의 부실 우려는 하이일드 채권 시장 전반의 스프레드 상승을 유발했다. 다만, 최 이코노미스트는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급등한 것에 비해 투자 등급 회사채의 신용부도스왑(CDS) 수치는 상당히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아직 시장 전체의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2023년 은행 위기와 유사한 흐름…'개별 리스크'에 주목해야
현재의 상황이 과거의 어떤 경제 위기와 닮았는지에 대해서는 2023년 3월 발생했던 미국 지방은행 위기와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에도 국채 금리 급등과 함께 은행들이 파산하며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치솟았던 사례가 있었다. 다만, 당시에는 연준과 예금보험공사(FDIC)의 공적 자금 투입 등 정책적 대응을 통해 시장이 빠르게 회복될 수 있었다.
이번 AI 회사채 불안 역시 정책적 대응 여부가 관건이다. 최 이코노미스트는 "기업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경우, 은행 위기와 달리 공적 자금을 투입할 논리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위기의 규모와 확산 여부가 핵심이다.
그는 "현재 불안을 일으키는 주된 요인은 신용도가 낮은 소규모 하이일드 기업들"이라며 "이러한 리스크가 메타와 같은 대형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로 전이되지 않는다면, 이번 사태는 시스템 리스크가 아닌 개별 기업의 리스크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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