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돈 빌리는 대신 쌓는다…금리 하락 이끄는 '자금 잉여'의 역설
기업이 대출 대신 현금을 쌓는 '자금 잉여' 주체로 변모하면서, 은행의 채권 매수세가 유도되어 중장기 금리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기업이 돈을 빌려 투자하는 '자금 부족 주체'에서 돈을 쌓아두는 '자금 잉여 주체'로 변모하고 있다. 기업의 자금 흐름이 바뀌면 은행의 대출 운용 방식도 달라지며, 이는 결국 중장기 금리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영익 교수는 '김영익의 경제스쿨'을 통해 최근 한국 경제의 자금 순환 구조 변화를 분석하며, 중장기적인 금리 하락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교수는 기업들이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는 대신 현금을 쌓아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가계 주식 비중 34.4%…역사상 최고치 기록
올해 상반기 한국 가계의 금융자산 운용에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상반기 동안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개인의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이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분기 말 기준 가계 금융자산 6,930조 원 중 주식 및 투자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34.4%에 달했다. 이는 2009년 이후 분기별 데이터 중 가장 높은 수치다.
김 교수는 "상반기 주가가 급등하면서 은행에 넣었던 돈을 빼서 주식을 사는 흐름이 나타났다"며 "과거 평균 주식 비중인 20.11%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단기적인 급등에 따른 후회 매물이 나올 수 있으며,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서 주식 비중이 다시 축소되는 과정이 내년까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미국 시장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2분기 가계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이 56.7%로 역사적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 교수는 미국 주가 역시 지나치게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어 향후 조정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의 변신, '자금 부족'에서 '자금 잉여'로
가계의 움직임보다 더 주목해야 할 변화는 기업의 자금 흐름이다. 통상 기업은 투자를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자금 부족 주체' 역할을 한다. 그러나 올해 2분기 비금융 법인의 자금 상황은 이와 정반대로 나타났다. 1분기 20조 8,000억 원의 잉여가 발생했던 기업 자금은 2분기 들어 67조 원 규모의 막대한 잉여로 전환됐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분기 말 기준 1,136조 원에 이른다. 김 교수는 "반도체 호황 등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지만, 기업들이 자금 잉여 주체로 전환되는 것은 추세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과잉 투자를 경계하며 보수적인 재무 구조를 갖추게 된 구조적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이러한 변화는 가계부채 구조의 개선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 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 대출 비중이 급감하며 가계 대출이 급증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금융 부채 대비 자산 비율이 한때 50%를 넘던 수준에서 2분기 36%로 낮아지는 등 가계의 재무 건전성이 개선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은행의 채권 매수와 금리 하락의 연결고리
기업이 대출을 받지 않고 현금을 쌓기 시작하면 금융권에는 새로운 고민이 생긴다. 은행의 주 수익원 중 하나인 기업 대출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 지점에서 금리 하락의 메커니즘을 설명했다. 은행이 대출을 통해 자금을 운용하지 못하면, 남는 자금을 유가증권, 특히 채권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1990년대 일본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당시 일본 기업들이 자금 잉여 주체로 전환되면서 은행의 대출 수요가 급감했고, 은행들이 국채를 대거 사들이면서 일본의 국채 수익률(금리)이 0% 수준까지 떨어졌던 현상을 언급했다. 김 교수는 "기업이 자금 잉여 주체로 전환됨에 따라 은행들이 채권을 살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이러한 측면에서 중장기적으로 시장 금리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경제 성장률 둔화 전망도 금리 하락 압력을 더하고 있다. 김 교수는 올해 경제 성장률을 3% 중반대로 예상하면서도, 내년에는 2%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향후 5~10년 내 잠재 성장률이 1% 밑으로 추락할 가능성도 제기하며, 현재의 금리 반등은 장기 하락 추세 속의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향후 채권 시장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출처: 김영익의 경제스쿨 유튜브 「금리, 다시 내려갈 수 있다? 돈의 흐름이 말해주는 금리의 방향 | 김영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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