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조선·원전, 기대감 뒤에 가려진 '수주 공백'과 '지연 리스크'
방산·조선·원전 섹터가 수주 지연과 프로젝트 불확실성으로 조정을 받는 가운데, 향후 실적 반영 시점과 신규 모멘텀의 재부활 여부가 핵심 관건이다.
최근 방산, 조선, 원전 등 이른바 'K-산업' 핵심 섹터들이 고점 대비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며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수주 기대감으로 급등했던 이들 종목은 최근 수주 지연과 지정학적 리스크, 프로젝트 불확실성 등이 겹치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우리은행 김현 투자상품전략 담당이 전한 분석에 따르면, 방산·조선·원전 관련 주요 종목들은 대체로 지난 4~5월경 고점을 형성한 뒤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방산 섹터에서는 현대로템이 고점 대비 70% 이상 하락하는 등 하락 폭이 컸으며, 조선은 한화오션, 원전은 BHI가 상대적으로 높은 하락률을 기록하며 시장의 우려를 반영했다. 이들 종목은 대체로 고점 대비 50~60%대의 하락률을 보이며 상당히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방산: 수주 성장 둔화와 인도 지연이 부른 '어닝 쇼크'
방산 섹터의 부진은 수주 성장세의 일시적 둔화와 인도 지연 이슈에서 기인한다. 중동 지역의 호르무즈 사태 등으로 인해 예상됐던 수주 체결 환경이 불투명해지면서 수주 공백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한국의 수주 레벨 자체는 2022년 1분기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실적 자체는 견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환율 이슈가 맞물리며 기대보다 낮은 성장이 나타난 점도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시장의 심리를 위축시킨 것은 실적 변동성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제품 인도 지연과 대전 사업장 화재로 인한 일회성 비용 발생 등이 겹치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김 담당은 영상에서 "3분기에 지연된 인도분이 4분기에 집중될 것이며, 천무 등 주요 품목의 출하량은 늘어날 것"이라며 향후 실적 회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글로벌 정치 상황에 따른 변동성도 상존한다. 폴란드와의 정부 간 계약 지연이나 페루 등 신용도가 낮은 국가들과의 이행 계약 지연은 수출 기업들에 공통적인 리스크다. 또한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따른 방위비 예산 증액 제한 우려도 존재한다. 하지만 김 담당은 "미국이 이란 전쟁을 통해 미사일 소진이 많아 무기고를 채워야 하는 상황이기에 과도한 예산 우려는 적절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또한 유럽의 재정 위기 속에서도 비용 최적화를 원하는 국가들에게 K-방산은 여전히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으며, 2022년 이후 높아진 점유율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구간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선: 상선 수주 정점 우려와 LNG·특수선 모멘텀의 지연
조선 섹터는 상선 중심의 빠른 수주 달성 이후 찾아온 '피크아웃(Peak-out, 정점 통과)' 우려와 새로운 성장 동력의 지연이 맞물려 있다. 이미 도크(Dock)가 고마진 선박들로 가득 차 있어 수익성은 내년과 내후년까지 어느 정도 담보된 상황이지만, 올해 상선 발주를 목표보다 훨씬 빠르게 소화하면서 내년 이후 상선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향후 성장의 핵심인 북미 LNG 운반선과 미 해군 특수선(마스 프로젝트) 관련 모멘텀도 속도 조절 단계에 있다. 호르무즈 해협 이슈 등으로 인해 중동 카타르 지역에서 LNG를 가져와야 하는 선박들이 운항하지 못하고 중고 매물로 나오는 등 수급 변동성이 생겼다. 또한 북미 LNG 프로젝트의 투자 결정이 지연되면서 2028~2029년 수요 전망이 일시적으로 약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중국이 가스를 구매하는 조건으로 공격적인 수주를 따내며 LNG 선박의 신조선가 단가가 하락한 점도 변수다. 특수선 분야에서는 캐나다 잠수함 사업 실주 등이 모멘텀 후퇴로 작용했다.
다만, 김 담당은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낙관론을 유지했다. 미국 내 AI 데이터 센터 확충에 따른 에너지 수요 증가로 LNG 인프라 투자가 결국 확대될 것이며, 2030~2031년 예상 수요는 오히려 더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지난 10월 29일 필리 조선소가 미 해군 중형 상륙함 건조를 선정받은 사례처럼, 특수선 모멘텀은 다시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원전: 기대감과 실제 프로젝트 사이의 '검증 단계'
원전 섹터는 상반기 AI 전력 수요와 맞물려 가장 강력한 상승세를 보였으나, 현재는 기대감이 실적과 프로젝트 확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차'를 견디는 구간이다. 대형 원전 건설 등 거대한 담론은 존재하지만, 실제 착공이나 프로젝트 확정 단계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대감이 투영된 것에 비해 실제화되는 부분이 밀리면서 기대감이 후퇴하는 그림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체코 원전 사업과 관련해 한수원 컨소시엄과 시공사(대우건설) 간의 협상이 결렬되었다는 뉴스가 전해지며 '팀 코리아' 체제의 수익성 우려가 부각되기도 했다. 또한 현대건설이 추진 중인 미국 펠리세이즈 SMR, 페르미 원전 4호기, 불가리아 및 코졸로듀이 프로젝트 등 개별 기업들의 구체적인 합의 시점이 당초 예상했던 올해 하반기나 4분기 중으로 나오지 않으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미 원전 수출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 지난 9월 대미 투자 관련 안에서 2,000억 달러 중 1,200억 달러가 원전과 관련된 내용이 나왔으며, 이는 트럼프 정부의 대형 원전 10개 프로젝트 확정 기조와 결을 같이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형 원전(APR-1400) 2기가 포함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으며, 웨스팅하우스의 지분 취득 움직임 등도 대미 원전 사업 기대감을 부활시키는 요소다. 결국 원전 섹터는 단순한 수주 파이프라인의 증가를 넘어, 실제 프로젝트가 확정되고 실행되는 '검증 단계'를 통과하며 모멘텀을 재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0댓글
현재 댓글 작성이 비활성화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