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생 대규모 구조조정 직면…'거부 세대'가 시장 판도 바꾼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둔 1964~1974년생 '거부 세대'의 특성과 이들을 타겟팅해야 하는 기업들의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이동우 교수의 분석을 통해 짚어본다.
올해 70년생을 포함한 50대 직장인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의 파고를 맞이할 전망이다. 기업의 임원급이 대거 포진한 이 세대는 연말 인사 발령 시기에 맞춰 구조조정의 핵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보통 대기업들이 비테크 기업을 포함해 10월 말부터 12월 초 사이에 인사 발령을 내는데, 이 시기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오갈 데 없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아 구조조정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인구 구조 변화와 AI 기술 도입이 맞물리며 산업 전반의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읽어주는 남자(김광석TV)가 전한 이동우 교수의 대담에서는 이처럼 급변하는 노동 시장과 그 중심에 선 '거부 세대'의 특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이동우 교수는 1964년부터 1974년 사이에 태어난 약 954만 명의 인구를 '거부 세대'로 규정했다. 이들은 기존의 1차 베이비붐 세대가 경험했던 사회적 문법을 거부하며, 자신들을 '시니어'라는 틀에 가두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들은 상속을 거부하거나, 시니어라고 불리는 것을 거부하며, 시니어 전용 공간에도 들어가지 않는 등 명확한 거부의 형태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시니어라고 명명하는 순간 도망간다"…기업의 마케팅 전략 변화 필요
이동우 교수는 기업들이 제품을 기획할 때 '시니어 타겟'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포르쉐의 'PARLE(프로쉐 액티브 라이딩)' 옵션을 예로 들었다. 차 문을 열 때 차체가 1초 만에 빠르게 올라가 승하차를 돕는 이 기능은 시니어의 편의를 극대화하지만, 브랜드는 이를 결코 '시니어를 위한 제품'이라고 홍보하지 않는다. 특정 세대를 겨냥했다는 인상을 주는 순간, 소비자가 거부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MIT 에이지랩의 조지 코글린 박사가 언급한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는 관점과도 맥을 같이 한다. 나이와 상관없는 '에이지리스(Ageless)' 산업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단백질 보충제 시장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근육 유지를 위해 단백질 섭니다가 필수적인 세대는 중장년층이지만, 시중의 단백질 보충제 어디에도 '시니어 전용'이라는 표시는 없다. 이 교수는 "우리가 시니어들을 위해 만든다고 하더라도, 만약 '시니어용'이라고 광고한다면 이들은 오히려 제품을 거부할지도 모른다"며 "제품의 컨셉과 광고 모델 설정 시 시니어라는 명칭을 피하는 것이 경영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통신사들이 내세웠던 '어르신폰' 역시 젊은 세대는 관심을 가질지 몰라도, 정작 해당 세대 스스로가 시니어용 제품을 구매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최근 호카(HOKA)나 온러닝(On Running) 같은 신발 브랜드가 남녀 구분을 없애고 세대 구분을 허무는 전략을 취하는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전통적으로 남성용과 여성용이 구분되었던 나이키나 아디다스와 달리, Z세대의 영향으로 성별 구분이 사라지듯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결국 모든 세대의 수요를 가운데로 모으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954만 명의 자산과 기술 숙련도…새로운 경제 주체의 등장
이들은 단순히 구조조정의 대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강력한 구매력을 가진 새로운 고객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동우 교수는 거부 세대가 기존 세대와 차별화되는 지점으로 '기술 친화력'과 '자산 축적'을 꼽았다. 이들은 대학 시절 인터넷의 등장을 경험했고, 사회생활 중 스마트폰과 AI의 접속이 매우 자연스럽고 익숙한 세대다. 젊은 세대보다 더 익숙할 수도 있는 디지털 활용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경제적 기반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향후 10년간 경제 성장률이 매년 0.38%포인트씩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들이 대거 노동시장에서 취업자에서 비취업자로 전환되는 과정이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이들을 경제 성장의 저해 요인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소비 동력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자산 축적도가 높고 사회적 경험이 풍부한 이들이 기존의 '노인'이나 '시니어'라는 수동적인 틀을 깨고 시장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들의 높은 숙련도와 구매력을 어떻게 흡수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들은 스스로를 '노인'으로 규정하기를 거부하며, 젊은 세대의 패션을 따르고 기술을 향유한다. '시니어를 위한 제품'이 아닌, '모두를 위한 편리함'을 제공하는 제품이 이들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동우 교수의 분석이다.
이름조차 불리지 않는 세대, '김 부장'의 상징성
이동우 교수는 거부 세대의 정체성을 설명하며 드라마 속 '김 부장'이라는 인물을 언급했다. 드라마 마지막 장면에서 김 부장이 세탁소 주인에게 이름을 밝히려 하지만, 지나가는 트럭 소리에 이름이 묻혀버리는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사회에서 사장, 선생님, 혹은 아저씨로 불리며 정작 자신의 이름은 사라진 채 살아가는 중년 세대의 모습을 투영한다. 2000년대 초반 '선영아 사랑해' 광고가 중년 세대에게 더 큰 공감을 얻었던 것처럼, 이름 없이 불리는 이 세대의 정서적 공감대는 매우 강력하다.
현재 한국의 경제 지표는 이 세대의 이중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노인 빈곤율과 노인 고용률 모두 OECD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이들이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취업자의 기준이 주당 노동시간 등에 따라 결정되는 상황 속에서, 이들이 맞이할 구조조정과 은퇴 이후의 삶은 개인의 준비를 넘어 국가 경제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출처: 경제 읽어주는 남자(김광석TV) 유튜브 「50대 대규모 구조조정 시작된다…은퇴 후 진짜 준비해야 할 것 | 경읽남과 토론합시다 | 이동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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