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가 도시를 분절시킨다"…외곽으로 밀려난 '외톨이 역'의 역설
스튜디오에서 두 출연자가 모니터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한민국 지방 도시의 철도망이 도시의 성장 동력이 아닌, 오히려 도시를 분절시키고 구도심의 몰락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철도가 도시 중심부에서 외곽으로 밀려나며 '외톨이 역'이 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준영 박사의 유튜브 채널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에 출연한 전현우 저자는 최근 출간된 저서 『외톨이 역을 떠나며』를 통해 한국 철도망의 구조적 문제점을 분석했다. 전 저자는 21세기 들어 포항, 경주, 군산, 진주, 원주, 남원, 안동 등 주요 도시에서 기존 철도 노선을 외곽으로 이전하며 '외톨이 역'이 발생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철도가 근대 이후 우리의 문명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철도 싫어하는 도시들"…이설 결정의 배경과 부작용
전 저자는 지방 도시들이 철도를 외곽으로 밀어낸 근본적인 이유로 '철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꼽았다. 수도권이나 경부선의 대도시들과 달리, 열차 운행 횟수가 적은 지방 도시에서 철도는 주민들에게 편익보다는 소음, 진동, 그리고 토지 이용을 제한하는 '비용'으로 인식되어 왔다는 것이다. 특히 선로 주변의 완충 녹지 등으로 인해 주민들의 소유권이 침해받는 상황이 철도에 대한 거부감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업계 용어로 '연선'이라 불리는 선로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 철도는 자신의 땅을 침해하는 부정적인 시설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안동의 사례처럼 철도 노선이 일제 강점기의 의도와 맞물려 식민지 철도라는 부정적인 서사를 갖게 된 경우도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중앙 정부와 지자체, 철도 관련 기관은 도시 발전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철도 이설에 의견을 같이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이설 결정은 도시 구조에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철도는 대량의 여객을 수송하기 위해 도시의 거점(도심)과 결합해야 의미를 갖는데, 역이 외곽으로 멀어지면서 대중교통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특히 여객 철도의 경우, 역이 도시 중심부와 결합되지 않으면 시내 교통망과 연계될 수 없어 별다른 의미가 없는 시설이 된다. 예를 들어 KTX 한 편에 천 명의 승객이 탑승할 경우, 이를 모두 승용차로 나른다면 역 주변에 승용차 1,000대 분량의 주차 공간이 필요하다. 실제로 광명역 주변은 2,000면 규모의 주차장으로도 부족해 1, 2차 확장을 거듭하며 수천 면의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대도시에서 전철로 처리한다면 열차 한 편만으로도 해결될 문제다. 결국 외곽으로 밀려난 역은 승객이 차를 타고 가서 주차하고 이동하는 '파크 앤 라이드(Park and Ride)' 혹은 '라이드 앤 파크(Ride and Park)' 현상을 유발하며 막대한 공간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유동 인구가 끊긴 구도심은 상업적 자생력을 잃고 몰락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광주 철도망의 실패…지형적 한계와 파편화된 개발
영상에서는 광주시의 철도망 구축 사례를 통해 도시 구조와 철도 정책의 불일치를 구체적으로 짚었다. 전 저자는 광주가 말굽 모양의 반(半) 분지 지형이라는 특성과 군공항 등 군사 시설로 인해 개발 용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군공항 활주로 방향의 여유 부지를 활용하지 못하면서 도시 개발이 파편적으로 이루어졌고, 이로 인해 서울과 부산을 잇는 간선 철도가 지역을 제대로 이어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특히 광주 지하철 1호선과 2호선 건설 과정에서 나타난 갈등과 비효율성에 대해서도 언급되었다. 과거 기존 노선을 철거하고 공원을 조성한 '푸른길' 사례는 서울 경의선 숲길의 시초가 될 만큼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이후 구축된 도시철도망이 도시의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광주 지하철 1호선은 수요가 적은 곳 위주로 연결되었다는 지적이 있으며, 2호선은 1단계 구간 완공 이후 2단계 구간을 둘러싼 논쟁이 수십 년간 이어지고 있다.
전 저자는 "광주 시민들에게 철도는 지난 50년 동안 돈만 잡아먹는 기계로 인식되어 왔다"며, 철도 투자가 경제적 수익성보다는 비용 부담으로 다가왔던 지역적 경험을 언급했다. 90년대 당시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철도 투자는 매우 도전적인 과제였으며, 철도에 투입될 예산이 다른 분야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은 시민들이 철도를 '돈을 잡아먹는 하마'로 인식하게 만드는 배경이 되었다.
도시 구조와 철도망의 재결합 필요성
결국 지방 도시의 철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도시의 성장 방향과 철도망의 구축 방향이 어긋나 있기 때문이다. 인구가 외곽으로 분산되면서 도로 교통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BRT(간선급행버스체계) 등도 인구 밀집도가 낮은 환경에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 전 저자의 분석이다. 인구가 파편화된 시가지로 분산되어 있으면 버스 전용 차로를 설치하더라도 사람이 모이는 축에 깔리지 않으면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철도가 도시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아닌, 도시를 연결하고 활력을 불어넣는 '그물망'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도시 구조와 철도망의 유기적인 결합이 필수적이라는 과제가 남는다. 단순히 노선을 직선화하거나 외곽으로 빼내는 방식이 아니라, 도시의 중심부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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